지난 16일 송영길 의원 등 24인이 발의한 '투표소 개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입법예고 등록의견란에 일주일 사이 무려 1700여 개의 반대 의견이 달렸다.
의원들의 입법 발의로 매일 같이 여러 의안이 올라오지만 이처럼 특정 의안에 반대 의견만 수천 개가 달리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그 중에는 한 사람이 15회 이상 같은 의견을 반복적으로 도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법률안은 현행 '집중식 개표 방식'이 투표함 이송 과정의 부정개입 위험, 개표 결과의 지연, 과다한 예산 소요 등의 문제점이 있어 투표가 끝나면 투표한 곳에서 곧바로 수작업 개표를 함으로써 개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이 같은 '투표소 수개표 방식'의 개표는 독일,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 캐나다, 스위스 등 서구 유럽의 여러 나라가 채택해 시행 중이다.
19대 국회 당시 강동원 의원도 유사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이 법안 대한 국회 안전행정위 전문위원의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개정안과 같이 투표소에서 개표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원칙적으로 수개표하는 경우, 투표함 이송과정에서의 부정개입 가능성이나 투표지분류기 오류 등과 관련된 문제제기가 최소화 될 것"이고 "분산개표로 인하여 개표의 신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 장점을 꼽았다.
그런데 입법 초기 단계인 '위원회 심사'에 있는 '투표소 수개표' 의안에 대해 벌써 반대의견만 1700개가 달린 사실이 드러나 입법을 저지하려는 특정 세력의 조직적 방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지난 2014년 강동원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유사한 법안에 대해서도 도배 수준의 반대 의견이 무려 9600여개나 달린 바 있다. 당시 강 의원은 "일간베스트의 네티즌들을 비롯한 특정 세력의 조직적 방해 행동으로 보인다"며 "입법예고 의견란 운영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송영길 의원실은 '투표소 수개표'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수천 개가 달렸다'는 기자의 전언에 놀라워하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고 대책을 세워보겠다"고 하였다. 국회 정보화담당관실 관계자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입법예고등록 의견란의 기준을 세우고자 내부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는 시스템 담당이라 바로 개선할 수 있는 건 아니고 16개 소관 위원회와 더불어 어떻게 운영할지 통일된 기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정확한 개선 시기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신문고가 운영하는 전자공청회 등 정부 기관들도 의견에 대한 횟수 제한을 두지 않기에 (입법예고등록 의견란의) 찬반 및 기타의 의견제시에 제한을 두기에 굉장히 조심스럽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한편 '투표소 수개표' 법안은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대미문의 부정선거... 투표소 수개표로 개표부정 방지해야"라는 글을 써서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송영길 의원이 이에 화답하듯 관련 법안을 16일 대표 발의했지만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꾸준한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대표도 지난 17일 기자 간담회에서 투표소에서 수개표하는 개표 방식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 "개표부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며 수작업 개표를 강화하는 방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