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전남 순천시 원도심 중앙시장 인근에는 곱창골목이 있다. 'Since 1928'라는 푯말이 있는, 이름부터가 고풍스런 화월당이라는 제과점과 이동통신사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화월당은 지금으로부터 30년도 더 넘은 시절에 그곳에 유일하게 있던 빵집이었다. 밥을 잘 먹지 않는 꼬맹이 딸을 위해 아버지가 카스테라를 사가지고 온 곳.

어제 그 앞을 지나가다 호기심에 골목길로 들어갔다. 실은 골목길을 좋아하지 않는다.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곳일 것 같다는 생각에서. 어릴 적에는 골목길이 흔하기도 하여 잘 다녔는데 커가면서 소심쟁이가 안전을 중시하면서부터 골목길과 멀어졌다.

입구는 둘이 철썩 붙어 걸어야 할 정도로 좁은데, 안으로 가면 제법 널찍하다. '곱창골목'이란 이름답게 곱창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마주보며 있다. 입이 짧아 곱창도 먹지 못하고, 게다가 곱창에 딱 어울릴 소주나 막걸리 등의 술과도 체질상 기피 대상이라 내가 이곳 식당에 갈 일은 없다.

하지만 골목길 구경한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거니와, 갈수록 세상에 호기심이 늘고, 대낮이기에 들어가 봤다.

거기에서 씨익 웃게 만드는 벽화 한 점을 만났다. 그리고 낄낄 웃게 만든 푯말도.

벽화는 한쪽에 "행복은 모르고 지나간답니다. 꼭 잡으세요"라고 글귀가 적혀있고, 그 옆에 물동이로 보이는 나무통을 양손에 든, 지게를 진 댕기머리 소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벽화 속 소년의 말처럼 일상에서 우리는 행복들을 놓치고 살 때가 많다. 그 행복이 소소해서 하찮다 여겨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그 소소한 것이 실제로는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깨닫고 후회하곤 한다.

푯말에는 핫핑크 글씨로 "돼지꿈을 꾸다"가 흰 돼지 몸 안과 핫핑크 돼지 옆에 각각 적혀있다. 토실토실 핫핑크와 하얀 돼지. 그런데 그 두 마리 돼지 사이에 "35년 전통 순천 중앙시장 곱창골목"이라는 글도 적혀있다.

돼지는 이 푯말에 무척 화가 날 것이다.

"돼지꿈은 무슨. 사람들 입에 들어가는 게 끝인 팔자잖아."

먹히는 돼지야 기분 나쁘기 그지없지만, 이 한 몸 보시하여 어리석은 중생에게 '곱창'이란 요리로 식도락의 즐거움과 더불어 몸에 영양을 주니 우리 인간 입장에서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골목길. 때론 그곳에 가면 이야깃거리를 만나는 행복을 만날 수 있다.

참, 그 골목길로 나오면 중앙시장의 안쪽 상가로 나온다. 골목길은 큰길과 이어진다.

▶ 해당 기사는 모바일 앱 모이(moi) 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모이(moi)란? 일상의 이야기를 쉽게 기사화 할 수 있는 SNS 입니다.
더 많은 모이 보러가기


태그:#모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