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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 트레킹 중심지 포카라의 밤거리는 생동감이 넘쳐흘렀다. 거리는 트레킹을 하는 여행객들로 붐볐고, 여유와 낭만이 도시의 불빛을 타고 거리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차푸차례에 밤새 별이 돌고 있었다.
▲ 마차푸차례 마차푸차례에 밤새 별이 돌고 있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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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포카라로 출발했다. 포카라로 가는 길은 왕복 2차선으로 교통이 매우 혼잡했다. 길은 비좁고 차는 많아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3시간이면 족할 것을 7시간이 넘게 걸린다. 카트만두 시내를 벗어나자 한계령 고개를 내려가듯 꾸불꾸불 산길을 빙빙 돌아 내려간다. 카트만두가 해발 1200m가 넘는 고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산길을 내려가다 갑자기  버스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 별 수 없이 바퀴를 교체하는 동안 한참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민가집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다행히도 집주인은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반갑게 맞아준다. 아담한 집에 다섯 식구가 살고 있었다.

젊은 엄마는 마당에 앉아서 수저가 아닌 두 손으로 식사를 하고 있고, 어린 두 꼬마들은 할아버지와 아빠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당을 아장아장 걷고 있었다. 커다란 눈을 가진 꼬마 녀석들은 하는 짓이 얼마나 귀엽던지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차를 고치는 동안 아이들을 따라 다니며 재롱도 보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카투만두에서 포카라라 가던 길에 만난 어느 민가의 평화로운 모습
▲ 민가의 모습 카투만두에서 포카라라 가던 길에 만난 어느 민가의 평화로운 모습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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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차를 타고 산길을 달렸다. 몇 시간을 달려도 넓은 들녘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산들이 키 재기를 하듯 끝없이 이어진다. 산에는 나무는 거의 없고 대부분 다락 논으로 만들어져 있다. 길가의 집들은 도로에서 날리는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폐허처럼 지나간다. 나뭇잎은 겨울인데도 여름인양 푸른색 옷을 입고 있다. 겨울이라 하지만 눈이 내릴 만큼 기온이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설산을 떠올리면, 대부분 사람들은 네팔은 눈이 많이 오는 추운 곳이라 여길 것이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나 또한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실상은 눈이 내리기는커녕 한 겨울 임에도 나무들은 늘 푸른 숲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붉은 색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모자도 옷도 붉은 색이 많이 들어가 있다. 심지어 차에서도 화려하게 붉은 색을 칠한 트럭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검은 피부를 하고 있다. 그들이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을 때마다  인상이 참 좋고  시원해 보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무에게나 "나마스떼" 하고 인사를 건네며 카메라를 들이밀면 웃는 얼굴로 멋진 포즈를 취해 준다. 풀풀 나는 먼지만 아니면 사람들이 참 순수해 좋은 여행길이 될 것 같다. 도로는 가운데만 일부 포장이 되어 있다 보니 먼지를 만드는 공장이 되고 있었다.

길공사로 교통이 막혀 있는 모습
▲ 포카라 가는 길 길공사로 교통이 막혀 있는 모습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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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포카라에 도착을 했다. 카트만두보다는 거리도 훨씬 깨끗하고 건물도 높이도 달랐다. 멀리 설산이 또 가슴을 뛰게 한다. 그러나 어느새 땅거미가 깊숙이 내려와 히말라야 설산에 검은 장막을 치고 있다.

히말라야 트레킹 중심지 포카라의 밤거리는 생동감이 넘쳐흘렀다. 거리는 트레킹을 하는 여행객들로 붐볐고, 여유와 낭만이 도시의 불빛을 타고 거리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늘 밤은 어디서 이 주체할 수 없는 흥을 풀어야 하나 즐거운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한적한 골목의 작은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벽에 붙어 있는 메뉴판이 눈에 쏙 들어왔다. 뜻밖의 메뉴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네팔 막걸리였다. 네팔에도 막걸리가 있다니! 반가움에 얼른 시켜 먹어 보았다. 한국의 막걸리 맛 그대로였다.

한국의 막걸리에 비해 텁텁한 맛은 없었지만 새콤달콤한 막걸리 맛 그대로였다. 하루 종일 차를 타고 달려와 한국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계란 부침에 막걸리 한잔을 들이 부으니,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여행의 피로가 거짓말처럼 한꺼번에 사라진다. 히말라야 설경도 네팔의 은하수도 이 막걸리 맛을 대신하진 못할 것 같다.

포카라에서 첫 밤을 보내고 새벽 3시에 일어났다. 사랑콧이라는 히말라야 전망대에 올라 히밀라야 설산(마차푸차레)의 새벽풍경을 사진에 담아보기 위해서다. 마침 달도 떠서 별과 설산을 담아 찍기에 좋은 날씨였다.

마구 쏟아지는 별빛을 벗 삼아 가물가물 보이는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를 바라보았다. 선경이 따로 없었다. 희미하게 보이는 설산을 배경삼아 장 노출로 별을 두 시간이나 담았다. 어느새 여명이 트기 시작한다. 하늘에는 붉은 빛이 번지기 시작하고, 설산은 햇빛을 받아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풍경들이 눈앞에서 숨 막히게 펼쳐진다. 도대체 어디를 보아야 할지 마음만 바쁘다.

이 풍경을 놓칠세라 또 셔터를 정신없이 누르고 또 눌렀다. 이른 새벽부터 올라오는 여행객들도 올라가던 걸음을 멈추어 서서 금빛 설경의 황홀함에 푹 빠진다.

히말라야 설산 마차푸차례가 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
▲ 히말라야 새벽풍경 히말라야 설산 마차푸차례가 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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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와 아침을 9시가 다되어 먹고, 포카라 시내 거리로 나갔다. 학교 가는 아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짙은 군청색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학교를 향하고 있었다. 카트만두와 달리 먼지도 없고 맑은 빛이 쏟아지는 거리엔 생동감이 넘쳐났다. 검은 피부에 교복이 딱 어울리지 않았지만 학교로 향하는 그들의 모습은 매우 밝고 씩씩해 보였다.

길옆에 있는 유치원으로 들어가 보았다. 큰 정자나무가 있는 건물은 학교라기보다는 마을회관 같아 보였다. 선생님은 마당에 돗자리를 펴놓고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들은 하나 둘 아이들을 데리고 와 젖을 한번 물리고는 얼른 사라졌다. 두 살 부터 다섯 살 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엄마와 헤어진 후 금세 장난감 놀이에 빠져들었다.

유치원 주변 옆 골목에는 콘크리트를 만드는 공사장이 하나 있었다. 남녀가 각자 맡은 일을 하느라 매우 분주했다. 남자들은 모래를 삽으로 퍼서 여자들이 등에 지고 있는 통에 넣고, 여자들은 그 무거운 모래통을 머리에 끈을 걸아 등에 지고 수동 레미콘 장치로 열심히  나르고 있었다. 언뜻 보아도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고된 일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사람들이 콘크리트를 만들기 윟애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
▲ 포카라 시내 사람들이 콘크리트를 만들기 윟애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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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시는 여자 분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모두 서른이 훌쩍 넘어 보이는 중년의 아줌마들이었다. 그들은 네팔 어느 곳에서 만난 사람들보다 삶이 고단해 보였다. 아마 도시이고 보니 삶이 더 각박하지 않나 생각된다. 주변 사람들과 사는 것도 비교가 될 것이고, 휴식시간이 되어 "사진 한 컷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허락을 한다. 시원한 음료수 한잔이라도 건넸으면 했는데...왠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오후가 되어 난민촌으로 갔다. 포카라에는 티벳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난민촌이 있었다. 중국의 침공을 피해 히말라야의 험준한 산맥을 넘어온 피난민들도 있고, 달라이라마를 따라 망명해 온 사람들도 있다. 카페트 같은 것을 짜서 팔아 경제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고 한다. 마을에는 학교도 있고, 카페트 만드는 공장도 있었다.

마을 거리는 깨끗하게 조성되어 있었다. 이곳 사람들도 네팔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표정도 밝고 무척 친절했다.

난민촌에 사는 아이들을  골목에서  만났다
▲ 티벳 난민촌 난민촌에 사는 아이들을 골목에서 만났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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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내게 물었다.

"어디서 오셨나요?"
"무엇을 보러 왔어요?"

"한국에서 티벳 문화를 보러 왔어요" 라고 했더니

"당신은 참 행운이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언뜻 들어봐도 자신의 문화에 대하여 자부심이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 아이들은 낯선 이방인을 만나도 전혀 경계하지 않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참 예의가 바른 사람들이었다. 

석양이 질 무렵, 난민촌을 나와 폐와 호수로 나갔다. 히말라야 설산을 배경삼아 사진을 담아볼 생각이다. 설산의 그림자가 호수에 잘 반영되고 있어 만일 설산이 금빛으로 물들게 된다면 멋진 풍경이 기대된다. 여기에 새까지 날아주니 금상첨화다.

일몰에 설산이 폐와 호수에 반영되어 아름다운 펼쳐지고 있다
▲ 폐와 호수 일몰에 설산이 폐와 호수에 반영되어 아름다운 펼쳐지고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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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우려되는 것은 지나가는 배들이다. 배의 물결만 일지 않는다면 좋은 그림이 될 것이다. 카메라를 설치 해놓고 골든타임이 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기대하는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다. 아쉽게도 노을빛이 필터를 끼지 못하고 밋밋했다.

페와 호수 주변에는 멋진 카페가 많이 모여 있었다. 호수와 히말라야 설산이 한눈에 보이는 곳으로 휴식처로 그만이다. 그래서 포카라를 찾은 여행자들이 늘 북적되는 곳이다. 다만 물이 오염되지 않고 깨끗할 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맑지가 않았다. 사람들이 호수에서 빨래도 하고 머리도 감는 것을 보니 산중호수의 맑은 물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듯싶다.


태그:#포카라, #히말리야, #페와호수, #네팔, #마차푸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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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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