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날아가고, 너는 벌써 칠 년이... -이상옥의 디카시 <깊은 슬픔>문득 여동생 생각이 났다. 45세 때 유방암에 걸려 6년을 투병하다 51세에 세상을 떠난 여동생이 보고 싶었다. 새삼스럽게 왜 그랬을까. 기독교적 세계관 때문인지, 제사나 성묘 같은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는다.
어제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잠들어 있는 여동생을 보러 갔다. 베이비부머 세대인데도 부모님은 남매만 두어서, 부모님도 여동생도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는 혈혈단신이 되어버렸다. 좀 무심한 탓에 따지고 보면 혈혈단신이었지만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온 것 같다.
설 명절을 맞으니, 문득 부모님과 여동생 생각이 나서 산소를 찾은 것이다. 여동생은 유언으로 화장해 부모님 무덤 곁에 뿌려 달라고 했다. 그래서 부모님 무덤 옆 소나무에 뿌리려고 하는 걸 우겨서 무덤 앞에 동백나무 한 그루 심어서 동생을 기억하게 했다. 참 잘한 것 같다. 동백나무가 많이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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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덤에서 바라보는 들판. 어머니는 자식들을 위해 늘 저 들판에서 일하셨다. |
ⓒ 이상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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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를 보니, 여동생을 본 듯했다.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이 함께 있어 외롭지 않게 보였다. 처음에는 가족이라고는 아버지, 어머니, 나, 여동생 넷이었다. 벌써 모두 세상을 떠나고 나만 남았다. 그 자리를 대신 자녀들이 셋이 대신한다. 여동생의 아들까지 하면 넷이다.
여동생 같은 무덤 앞 동백나무아버지, 어머니, 나, 여동생이 한 가족을 이루고 있었던 그 시절이 그립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다. 혼자만 남았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깊은 슬픔을 느꼈다.
오늘 아침 차를 타고 고성읍으로 가는 길 우두커니 개울에 혼자 앉아 있는 물새를 보았다. 그 모습이 나인지, 여동생인지 모르겠으나, 차를 급히 세우고 그 물새를 바라보는데, 그만 날아가버리는 것이다.
그 물새는 어디로 날아간 걸까.
덧붙이는 글 | 지난해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