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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강행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강행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캐나다의 IT산업에 예기치 않은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미국 <USA투데이>, CBS 등 유력 언론은 물론 극우 매체인 <브레이트 바트> 등은 반이민 행정명으로 인해 실리콘 밸리의 벤처 기업들이 캐나다 밴쿠버로 빠져 나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백악관 수석 고문 및 전략가로 임명된 스티브 배넌이 창간한 <브레이트 바트>는 지난 2일 실리콘밸리의 움직임에 대해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미국의 이민법, 노동법 강화 움직임에 맞서 노동자들을 밴쿠버로 이주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실리콘 밸리가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이곳 노동자의 35%가 외국인 이민자이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 기업들은 H-1B비자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 기술, 기계공학, 수학 분야 외국 전문가들을 고용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가 '미국 먼저'를 내세우면서 이민자의 유입을 통제할 움직임을 보이자 비상이 걸린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지난 달 31일 미 CBS 방송에서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실리콘 밸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이시의 말이다. 

"여러 해 동안 외국으로부터 인재가 미국으로 흘러들어왔고, 이들 대부분이 실리콘 밸리에 정착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외국에서 온 인재가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이들은 혁신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개발자에게 국한되지 않는, 모두를 위한 일자리를 말이다."

이미 캐나다 밴쿠버는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트위터 등 거대 IT기업 자회사를 유치해 놓고 있다. 게다가 캐나다 정부는 2013년부터 IT기업 유치를 위해 '스타트 업 비자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그럼에도 그동안 시설이나 직원들 처우에서 캐나다의 경쟁력이 실리콘 밸리에 미치지 못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집권 이후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USA투데이>는 이렇게 적었다.

"여러 해 동안 급여 혹은 시설면에서 캐나다는 실리콘 밸리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다. 기술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거대한 일자리 기회가 있는 캘리포니아로 가야 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징벌적 조치를 취하고, 이보다 더 강력한 조치가 예상되면서 캐나다는 물론 외국 국적의 인력들은 북쪽(캐나다- 글쓴이)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인력 유출 목적지, 미국에서 캐나다로 바뀌어

사실 캐나다는 전통적으로 미국인들의 도피처 역할을 해왔다. 미국이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했을 때 측면 지원한 적도 종종 있었다. 지난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혁명이 일어나고, 뒤이어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에서 인질극이 벌어졌다. 이때 여섯 명의 미국인 직원은 대사관을 빠져나와 이란 주재 캐나다 대사관저에 은신했다. 그리고 캐나다 정부는 이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여권을 발급해 줬다. 캐나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여섯 명의 미국인은 무사히 미국에 귀환할 수 있었다.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 정부에 "북쪽의 형제들에게 감사한다"는 뜻을 밝혔다(이 이야기는 벤 애플렉이 연출한 영화 <아르고>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70년대 중반 미국 젊은이들이 베트남전 징집을 피해 대거 캐나다로 도피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캐나다는 더욱 주목 받는 모양새다. 특히 트럼프가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하며 논란을 일으키자, 쥬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발빠르게 대처했다. 트뤼도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캐나다는 종교적 믿음과 무관하게 박해, 테러, 전쟁을 피해서 온 이들을 환영합니다. 다양성은 우리의 힘입니다."

 쥬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발빠르게 대처했다.
쥬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발빠르게 대처했다. ⓒ 트뤼도 총리 트위터 갈무리

캐나다의 문호개방에 따른 실익은 가장 먼저 IT분야에서 나타나는 모양새다. 아직 낙관은 이르다. 특히 밴쿠버의 비싼 물가와 주택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무엇보다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이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IT기업 파저블(Parsable)사의 CEO로 있는 얀 데이빗 엘릭은 <USA투데이>에 이 같이 밝혔다.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앞으로 더 많은 캐나다인들이 캐나다에 머무를 것이며, 더 많은 미국인과 외국 국적자가 캐나다로 이주해 올 것이라는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미국 사무실에서 일하는 외국인 직원들을 밴쿠버로 보내고자 한다. 이런 조치가 경영진들에게는 유연성을, 그리고 직원들에게는 안도감을 줄 것이라고 본다."

덧붙이는 글 | 미국에 있는 한인매체 <뉴스M>에 동시 송고했습니다.



#캐나다#트럼프#반이민 행정명령#실리콘밸리#쥬스탱 트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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