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지엠 군산ㆍ부평ㆍ창원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관계자 등이 지난 015년 1월 20일 부평공장 정문에서 ‘불법파견 집단소송’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지엠 군산ㆍ부평ㆍ창원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관계자 등이 지난 015년 1월 20일 부평공장 정문에서 ‘불법파견 집단소송’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한만송

관련사진보기


한국지엠 내에서 발생한 채용비리와 납품비리의 온상이 드러났다. 인천지방검찰청 특수부(김형근 부장검사)는 지난 7일 한국지엠 임직원과 노동조합 전 지부장 등 총 44명을 기소하고 15명을 구속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물론, 채용장사에 결탁한 이들은 비정규직 청년노동자의 피를 빨았다. 한 자수자는 "8년간 정규직에 도전했는데 단 한 번도 서류에 합격하지 못했다. 돈을 써야만 합격된다는 말을 들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사례 1> 2015년 입사한 A씨는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총 9회 정규직 발탁에 도전했으나 탈락했다. 그 뒤 취업브로커에 돈을 써서 합격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접촉을 시도하던 중 외숙모가 회사 식당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외숙모에게 부탁해 브로커로 활동하는 회사 내 세탁소 운영자를 접촉했고, 브로커가 요구하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처에게 부탁해 은행 대출로 4300만 원을 마련해 외숙모를 통해 브로커에게 전달했다. 외숙모는 4300만 원 중 2000만 원만 브로커에게 전달하고 나머지 2300만 원은 자신이 취득했다.

<사례 2> 2015년 입사자 B씨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총 7회 정규직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도급업체 동료들로부터 돈을 써서라도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성공률이 높다고 소문 난 브로커를 접촉해 7000만 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대출 등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 뒤 궁리 끝에 환경미화원인 이모를 찾아가 사정 끝에 이모가 수년간 일하여 저축한 돈을 빌려 브로커에게 전달했다.

<사례 3> 2016년 입사한 C씨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총 10회 정규직에 도전했는데 탈락했다. 고심 끝에 돈을 쓰기로 맘먹고 브로커를 접촉했다. 7500만 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대출, 사채 등으로 급전 마련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 뒤 어머니에게 사정을 말하고 어머니 소유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7500만 원을 마련하고 브로커에게 주려고 했으나 채용비리 수사로 1000 만원만 줬다가 수사 후 반환받았다.

이렇듯 채용비리는 취업브로커(노동조합 전 간부 등)가 채용 희망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뒤, 이를 노조 집행부 내지 회사 내 발탁채용을 담당하는 전략담당 상무에게 금품과 함께 취업을 청탁했다.

그러면 전략담당 상무는 노사부문 부사장에게 보고하고, 부사장은 승인 후 노조 집행부 등으로부터 받은 취업청탁자 명단에 대해 인력관리팀에 합격 지시했다. 이때 전략담당 인력관리팀은 점수 조작하는 방법으로 정규직을 채용했다.

취업브로커의 금품수수를 동방한 취업청탁이 가능했던 이유는 사측 전략담당 인력관리팀의 성적 조작 등이 노동조합과 사측 임직원 간 불법적인 담합이 조직적으로 가능했기 때문이다.

정규직 합격자 35.5% '성적조작'으로 채용

검찰 수사 결과, 성적조작으로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총 6회에 걸쳐 123명이 채용 됐는데, 이는 지난 정규직 합격자 346명의 약 35.5%에 이른다. 합격자 중 성적조작자의 비율을 보면 2012년 상반기 34.9%, 2012년 하반기 7.3%, 2013년 29.7%, 2014년 70%, 2015년 69.2%, 2016년 57.5%를 기록했다.

정상적으로 정규직 채용 시험에 응시한 비정규직노동자 중 상당수는 이 같은 비리구조에 막혀 제대로 된 채용절차를 밟지 못한 채 꿈을 접어야 했다. 또한 브로커를 통해 정규직이 된 이들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합격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알고, 경제적으로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급전을 마련해야 했다.

인천지검은 채용비리 관련해 2000만 원을 수수한 현 노조 지부장, 7명으로부터 1억 3800만 원을 수수한 전 노조 지부장, 3명으로부터 2500만 원을 수수한 또 다른 전 노조 지부장 등 전현직 노조 지부장 3명과 전 수석 부지부장, 전 부지부장, 전 사무국장, 전 정책실장을 비롯한 노조간부 17명, 채용대가로 2500만 원을 수수한 노사협력팀 상무와 2000만 원을 수수한 노사협력팀 부장 등 회사임원 2명, 청탁대상자들에 대해 성적조작 등을 통해 합격시키는 행위를 주도한 노사부문 전현직 부사장 2명 등 회사임원 3명을 기소하는 등 총 31명을 기소하고, 이중 9명을 구속기소했다.

한국지엠 내 채용비리는 무엇보다 비정규직 차별에 있다. 정규직이 되면 연봉이 2배 가까이 상승하고 각종 수당이 상승하며, 학자금 지원 등의 복지혜택뿐만 아니라, 대기업 직원이라는 소속감과 고용안정이 보장된다. 즉, 유형·무형으로 누릴 수 있는 가치가 채용청탁금을 훨씬 상회하기 때문에 정규직 채용을 희망자하는 이들은 취업브로커에게 거액의 금품을 공여하고서라도 정규직에 채용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채용비리뿐만 아니라 납품비리에도 '노사담합'

한국지엠 노사담합은 납품비리에도 연결됐다. 납품업체는 납품브로커에게, 납품브로커는 다시 노조 지부장에게 납품청탁을 하며 돈을 건넸다.

그러면 노조 지부장은 등은 노사협력담당 상무에게 청탁하고, 다시 노사협력담당 상무는 노사부문 부사장에게 보고한 뒤 허위문서를 작성해 납품업체를 선정했다. 그 뒤 부사장과 상무는 노조 지부장으로부터 그 대가로 돈을 받았다. 이 때 노사협력담당 상무는 노조의 요구 사항을 사측에 전달하는 등 양측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했다.

납품비리가 발생한 것은 노조의 경우 지부장 선거비, 노조 운영비 등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거나, 사적인 용도를 위해 '뒷돈'을 대주는 납품업체를 접촉해 금품을 수수했다.

사측은 또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임단협 교섭 등에서 마찰을 최소화 한다는 명분아래 노조가 요구하는 업체를 선정해 주고, 담당 임원은 노조간부로부터 금품을 챙겼다.

<사례> 2015년 노조 지부장은 신차 출시 기념 선물세트와 관련해 납품브로커로부터 2억 3000만원을 수수하고 노사협력담당 상무에게 청탁해 납품업체를 선정했다. 이때 회사 노사부문은 입찰 구색을 맞추기 위해 품평회 관련문서를 허위(4만원인 선물세트의 매입단가를 10만원으로)로 작성했다.

인천지검은 납품대가로 5억 6937만원을 수수한 노조 전 지부장, 2억 3000만 원의 금품을 노조 전 지부장에게 전달하고 3000만원을 수수한 또 다른 노조 지부장 등 노조 지부장 2명, 조직쟁의실장, 전 후생복지실장, 전 조직쟁의실 2부장 등 노조간부 5명, 노조 전 지부장으로부터 각각 3000만 원을 수수한 노사부문 부사장과 노사협력담당 상무 등 회사임원 2명을 기소하는 등 총 13명을 기소하고 이중 6명을 구속했다.

인천지검, "한국지엠 채용제도 개선해야"

한국지엠 내 채용비리와 납품비리는 사측과 노조 간 원만한 관계 유지와 임단협 교섭 명목아래 10년 넘게 이루어져 온 고질적 관행에서 기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금품수수가 관행처럼 굳어진 것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한국지엠 내 채용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사부문이 채용발탁채용을 맡다보니 노사 간 불법적인 결탁이 가능했다고 보고, 인사부문이 채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지엠은 이에 따라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인천지검은 또 노조 간부들이 지부장 선거자금과 노조 운영비로 사용하기 위해 돈을 수수하였다고 주장하고, 실제로 수수한 돈을 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일부 확인됐다며, "지부장 선거와 조직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노조 내 자체적인 감시시스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지엠 '민주노조운동 도덕성' 회복 과제

한국지엠 내 채용비리와 납품비리가 비정규직 차별과 노사담합에 있다고 해도, 전 현직 노조 간부가 대거 연루됐기 때문에 노동운동의 도덕성이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채용비리 관련 기소자 31명 중 노조 핵심 간부가 무려 17명에 이르고, 채용비리 관련 총 금품 수수액 11억 5200만원 중 노조 핵심 간부 17명이 수수한 금액이 8억 7300만원(75.7%)에 이르는 것만 보더라도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24대 집행부가 비리에 책임지고 지난해 12월 중도 사퇴하면서 25대 임원 선거를 치르는 중이다. 선거를 앞두고 노동운동의 도덕성을 회복하고, 노사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이번 선거에는 7개 팀이 후보등록을 했다. 지금은 선거운동기간이고 개표는 22일이다. 현재 후보 중에 검찰의 수사결과에 연루돼 있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루된 인사가 활동하던 의견그룹에서 후보가 나온 것에 대해 현장에선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으며, 해당 의견그룹은 선거에서 평가받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지엠#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민주노조운동#비정규직#채용비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