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령관 출신 전인범 장군(예비역 중장, 아래 전인범)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8월 전역을 전후로, 그리고 지난 4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아래 문재인)를 돕겠다고 나섰을 때, 그는 '참군인'으로 칭송받았다. 병사에게 경례하는 사단장, 직접 눈을 치우는 장군, 국회의원이 와도 청소시키지 않는 지휘관 등 현역 시절 일화가 알려지면서 박수를 받았다. 문재인도 특전사 출신이라는 점은 이른바 '스토리'가 될 만한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높이진 위상만큼 바라보는 눈이 많아졌고, 검증의 칼날도 날카로워졌다. 8일에는 아내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에게 징역형이 내려지면서, 전인범 본인은 물론 문재인에게까지 후폭풍의 여파가 미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6~8일 전인범을 둘러싼 논란을 취재했다. 군인권센터와 성신여대 교수회 측을 통해 그에 대한 평가를 들었고, 7일에는 서울 모처에서 직접 전인범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취재 결과, 그를 둘러싼 논란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 포로극복 훈련 ▲ 성신여대 ▲ 5.18민주화운동이다.
[포로극복 훈련] 준비 부족 및 솜방망이 처벌 논란전인범이 특전사령관이던 2014년 9월 2일, 특전사 예하 제13공수여단에서 부사관 두 명이 훈련 도중 사망했다. 이른바 포로극복 훈련 때문이었다. 두 부사관은 포로로 잡혔을 때를 가정한 채 훈련하다, 문방구에서 산 신발주머니를 얼굴에 쓴 채 질식으로 사망했다.
당시 두 부사관은 훈련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이들은 1시간 가까이 방치됐고, 그동안 현장 교관 4명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현장 교관 중 원사 진급을 앞둔 1명은 당시 내연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었다. 군 검찰은 현장 교관 4명과 훈련과 연관돼 있던 장교 2명만을 기소했다. 지난해 1월, 군사법원은 장교 2명에게는 무죄, 교관 4명에게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지휘관인 여단장 A준장과 여단장 직무대리였던 B대령은 기소도 되지 않았다. 육군으로부터 감봉 처분을 받은 게 전부였고, A준장은 소장으로 진급하기도 했다. 사건 이후 특전사령관직에 이어 1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내고 있던 전인범은 당시 서면경고를 받았다.
훈련 준비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인범과 여단장들은 사고가 나기 5개월 전인 2014년 영화 <브라보 투 제로(Bravo Two Zero)>를 시청했다. 걸프전 당시 이라크에 투입된 SAS(영국 특수부대, British Special Air Service)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다.
영화를 시청하는 과정에서 전인범은 "우리 부대는 포로로 잡혔을 때 살아오는 훈련은 시행하지 않고 있지?"라고 물었고, 당시 13여단장이던 C준장(A준장 전임)은 "우리 여단에서 발전시켜보겠다"라고 답했다. 이후 5개월 만에 훈련을 준비하다 사고가 난 것이다(정식 훈련일은 2014년 9월 15일, 사고가 발생한 9월 2일엔 자체 선행 훈련).
"준비 안 된 훈련 아냐... 군사법원, 봐줬다고 생각 안 해"전인범이 전역한 직후인 지난해 8월, 군인권센터는 '당신은 부하들의 죽음을 잊었습니까'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배포했다. 군인권센터는 "사령관(전인범)의 한 마디로 밀어붙인 이상한 훈련으로 꽃다운 청년 두 명은 목숨을 잃고 말았다"라며 "부하의 죽음을 책임지는 지휘관은 아무도 없었다. 전인범은 자신의 지시를 따르다 부하가 죽었는데도, 안타깝게 죽어간 두 부하에 대한 이야기는 (전역식에서) 단 한 마디도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전인범은 페이스북을 통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의) 시각이 왜곡되고, 1차원적이고, 군에 대해 너무 무식하지만 민주국가에서는 각자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라면서도 "두 부사관의 희생을 이용하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의 도덕성에는 하나님의 심판이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문재인이 전인범을 영입한 이틀 뒤인 6일, 김형남 군인권센터 간사는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현역 시절 칭송받는 등 좋은 지휘관이라고 하더라도 정책을 내는 정책 전문가와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라며 "군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관점에서 이런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어떤 정책을 생산해낼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간사는 "그는 너무 쉽게 '훈련하다 보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 사건은) 안 죽어도 되는 사람이 죽은 인재다"라며 "평소 '사고가 난 게 안타깝고 두 부사관을 가슴에 묻는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본질을 보지 못하고 도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김영환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6일 포로극복 훈련을 거론하며 "문재인은 왜 특전사 코스프레를 포기하지 않고 집착하고 있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인범은 7일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저도 (그 사건으로 인해) 인간적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는데 그들의 희생을 저라는 사람을 공격하기 위해 쓴다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마치 오락 영화를 보다가 그런 훈련을 준비한 것처럼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전국의 여단장들을 다 불렀을 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던 자리고, 실질적으로 (특전사를 강화하기 위해) 토의하는 과정이었다"라며 "(엄지와 검지를 4cm 정도 떨어뜨린 손을 내보이며) 당시 이렇게 두꺼운 매뉴얼 초고도 있었다. 나름대로 연구를 많이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인범은 "일반 국민들이 군사법원의 처분을 보고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충분히 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그러나 우리 군사법원이 누굴 봐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뒤 정황을 다 따져보고 내린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잘못했으면 책임져야 하지만, 지금 (우리 군은) 무한 책임을 물게 한다. 누군가 교통사고를 냈는데 부모와 형제까지 처벌하는 수준이다"라며 "이런 사고가 절대로 나면 안 되지만,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했으면 한다. 그리고 사고가 났을 때 책임만큼의 처벌만 받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성신여대] 총장인 아내 징역형, "동의하지 않지만 사법절차 따를 것"전인범은 8일 아내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에게 징역형이 내려지면서 곤경에 처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오원찬 판사는 이날 업무상 횡령 및 사립학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심 총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법원은 심 총장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학교 공금 약 7억 원을 법률자문료 및 소송비용 명목으로 20여 차례에 걸쳐 횡령했다고 판단했다. 이 중에는 심 총장의 비리 의혹을 제기한 학생, 언론 등과의 소송 비용도 담겨 있었다. 아래는 판결문 일부 내용이다.
"학생 김◯◯ 외 5명에 대한 업무방해 관련 자문비용. (중략) 지출경위를 살펴보면 성신여대의 학사업무에 필요 불가결한 사항이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피고인의 개인비리 의혹이 단초가 됐던 점, 이에 대한 조사나 투명성을 요구하는 학생들과 관련됐던 점, 점거나 입시방해 등으로 업무장애가 현실화된 것도 아니었던 점, (중략) 결과적으로 피고인 개인비리에 대한 의혹이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자문 형식으로 제출받은 것으로 보이는 등 자문효용을 인정하기 어려운 점). 따라서 변소(피고인의 주장)는 이유 없다."판결 하루 전인 7일 만난 전인범은 "총장으로서 공격을 받아, 그것도 개인 비리가 아닌 학교와 관련된 것으로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교비로 변호 비용을 사용했다)"라며 "사립학교법의 교비 사용 부분이 엄격하고 구시대적이라서 거기에 걸려든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성신여대도 같은 날 "이 사안은 학교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련 규정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것이었을 뿐 사리를 목적으로 교비를 유용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8일 법원의 판결로 전인범과 성신여대 모두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 특히 전인범은 지난해 심 총장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우리 집사람이 비리가 있었다면 제가 어떻게 했을 거라 생각하나? 권총으로 쏴 죽였을 거다"라고 말하기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7일 만난 그는 "(비리가 없다는 것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와 같은 말을 했다)"라고 짧게 답했다.
논란이 커지자 전인범은 8일 문자메시지를 통해 "사법부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지만 존중한다. 사법 절차에 따르겠다"라며 "저의 경솔한 표현에 대해서는 사과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묵묵히 (문재인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그가 보내온 문자메시지 일부다.
"먼저 제 아내의 일로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여태껏 문재인 캠프에서 어떤 직책도 맡은 것이 아닙니다. 제가 문재인 지지를 표명한 것만으로 문재인에게 누를 끼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문재인을 통해 우리 군이 더 강해지고 우리 안보가 더 튼튼해질 것이라는 저의 확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묵묵히 제 나름의 방식으로 그 분을 돕고자 합니다."같은 날 문재인 비서실장 역할을 맡고 있는 임종석 전 의원은 "전인범은 어떤 직책도 사양하고 개인으로서 순수한 지지를 보내준 분이다"라며 "검증을 받아야 할 직책이나 역할을 맡지 않고 있는데 공직 후보자 기준으로 신상을 털고, 주변 일을 문재인과 연결시키는 것은 유감스럽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우리는 여전히 그분의 지지에 깊이 감사하며 전인범이 앞으로 우리 군의 발전과 한미동맹 강화에 소중한 역할을 해주리라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정치권 도움? 심화진 국회의원 됐나, 내가 4스타 됐나"심 총장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과 관련된 의혹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뉴스타파>는 2012년 나 의원의 딸이 성신여대에 특혜를 받아 입학했다고 보도하면서 나 의원이 심 총장이 총장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보도했다. 3년 동안 나 의원의 보좌관을 역임한 인물이 개방이사 추천 권한이 있는 대학평의원회 의장으로 위촉됐고,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캠프 법무팀장이었던 인물이 개방이사 후보 추천위원으로 합류했다는 게 근거였다.
또 <뉴스타파>는 나 의원이 면접 심사위원장이었던 교수를 2013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아래 올림픽) 음악 감독에 앉히는 데 힘을 발휘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당시 나 의원은 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이를 두고 김봉수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교수회장)는 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심 총장은 (나 의원과 관련된 의혹뿐만 아니라)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왔을 때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이전에도 그 당의 공천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라며 "그런데 지금 남편이 문재인 쪽에 선다는 게 잘 납득이 안 된다. 영입하는 문재인도, 영입된 전인범도 이상하다"라고 지적했다.
보도 직후 나 의원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며 제 아이는 정상적인 입시 절차를 거쳐 (성신여대에 합격했다. 다른 학교 입시 전형에도 1차 합격한 상황에서 성신여대에 최종 합격해 그 학교를 택했을 뿐"이라며 <뉴스타파> 기자를 고소했다.
성신여대 측은 7일 "나 의원이 <뉴스타파>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라며 "검찰은 언론 관련 사건임을 고려해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었으며 검찰은 혐의가 인정된다는 시민위 대다수 의견을 받아들여 이 사건을 허위보도로 결론짓고 뉴스타파 기자를 기소해 현재 재판 중이다"라고 반박했다.
같은 날 만난 전인범은 "이 문제는 성신여대에 직접 묻는 게 맞다"라면서도 "(다만) 행여 정치권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성신여대를 위한 것이었지, 심화진을 위해 도움을 받으려고 한 건 아니다. 그 뒤에 심화진이 국회의원이 됐나, 남편이 포스타(4성 장군, 대장)가 됐나"라고 강조했다.
[5.18] 고마운 선배로 정호용 언급, "죄 옹호하는 건 아냐"
한편 전인범은 지난해 8월 전역사를 통해 고마운 선배 중 한 명으로 정호용 장군(아래 정호용)을 언급했다. 이후 <신동아> 인터뷰에서 "그분을 보면서 사람을 진실하게 대해야 사람이 따른다는 걸 배웠다"라고 말했다.
정호용은 전두환·노태우의 육군사관학교 동기로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5.18 민주화운동 진압에 가담한 신군부의 핵심 인물이다. 대법원은 1997년 내란목적살인죄 등으로 정호용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그러다가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1998년 광복절에 사면을 받았다.
7일 만난 전인범은 "나는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것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그분의 잘못된 부분을 옹호할 마음은 없다"라며 "다만, (정호용이) 굉장히 인간적인 사람이고 (그처럼) 아랫사람들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자는 측면에서 한 이야기이다. 5.18 관련해서 (정호용을) 옹호하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금도 누가 발포를 지시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지휘 체계가 문란했던 점이 (당시 군의) 잘못이지 일선 군인들은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오늘 호남 분하고도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정말 언젠가 광주 5.18묘역에 그때 죽은 군인들이 같이 묻혔으면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발포를) 지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라며 "그래서 그분들이 감옥에도 가고 그런 것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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