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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선거에 당선된 노동자가 회사의 '공무휴직' 처리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낸 소송에서 패소하자, "노동자들은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대법원 상고하겠다고 했다.

10일 이영철 김해시의원은 중앙노동위원회와 한국지엠(창원공장)을 상대로 냈던 '부당휴직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패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제6행정부가 지난 1일 선고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다니던 이 의원은 2014년 6·5 지방선거에 당선했다. 그러자 회사는 이 의원에 대해 '공무휴직' 처리한 것이다.

이 의원은 의정활동과 회사 근무를 함께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의회가 열릴 때는 고정연차휴가와 근속연차휴가를 사용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회사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회사의 공무휴직 처리가 부당하다며 법적 구제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는 회사의 손을 들어 주었고, 1심과 항소심 법원도 마찬가지였다.

근로기준법(제10조, 공민권의 보장)에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그 밖의 공민권 행사 또는 공의 직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거부하지 못한다. 다만 그 권리행사나 공의 직무를 수행하는데 지장이 없으면 청구한 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의원에 대한 휴직처리가 이 규정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한국지엠 창원공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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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근로기준법(제10조)은 정상적인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근로자의 공적 활동과 조화를 이루는데 그 목적이 있고, 근로자의 공직 취임에 따라 공의 직무집행이 장기에 걸치게 되어 정상적인 근로관계의 유지가 불가능한 경우까지도 근로자의 휴직을 금지하는 규정은 아니다"고 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4년 동안 본회의 출석 등 의회 활동, 주민이나 관계자와의 회합과 민원 수렴 등 의회 밖에서의 활동, 시찰 등 의원직 수행을 위한 준비활동 등을 하게 되고, 이와 같은 시의원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의원 활동을 수행하는 날과 회사 소속 근로자의 근무일은 상당 부분 중복되고, 의회 밖에서의 활동이나 의원직 수행을 위한 준비에 필요로 한 시간을 제외하고 의회 내에서의 공식 활동을 위하여 최소한 필요로 하는 일수만도 연 90일이 넘는다"고 했다.

회사 업무와 관련해, 재판부는 "회사 제품의 품질 유지, 관리와 직접 연관되는 것이어서 업무 연속성을 필요로 하고 어느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두고 처리할 수 있는 업무라고 볼 수 없으며, 2인 1조가 되어 수행하는 작업으로 근무시간과 얽매이지 않는 업무라고도 볼 수 없다"며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위해 결근하고 다른 날 이를 처리하는 것도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종합하면 의정 활동과 회사 소속 정규직 상근 근로자로서 근무는 양립할 수 없다고 인정된다"며 "적치된 고정연차휴가와 근속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의원 임기 4년 동안 의정 활동과 회사 근무를 모두 정상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공직 취임에 따라 공의 직무집행이 4년이라는 장기에 걸치게 되어 정상적인 근로관계의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라며 "근로관계 유지가 장기간 불가능한 경우 근로자에게 휴직명령을 하고, 임기 만료되어 정상적인 근로가 가능한 때 복직하여 계속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단체협약과 관련해, 재판부는 "휴직처분은 단체협약이 예상하지 못한 원고의 시의원 취임에 따른 공무휴직에 해당하고, '경영 형편에 따라 부득이하여 노조와 합의한 경우는 필요한 기간 동안 휴직을 허가할 수 있다'는 단체협약(제42조 제2항)에 따른 경영상휴직으로서 기타휴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영철 의원은 이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법원 상고하기로 했다. 이 의원은 "공무휴직에 대해 노동조합과의 '합의없음' 등 사실확인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의회에서 받는 의정연구비와 활동비는 그야말로 의정 활동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생계는 무엇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냐"라며 "다니던 회사를 못 다니고 다른 회사에 취직해야 하는지, 아니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것이냐"고 했다.

이 의원은 "노동으로 생업을 영위해야 하는 노동자가 기초․광역의원으로 당선되어 회사로부터 일방적 휴직발령을 받은 것이 부당하다는 판례가 아직 없다. 대법원에 상소하여 법리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노동자들은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것이냐. 대법원에서 최선을 다해 법리를 주장해 볼 것"이라 했다.


태그:#이영철, #공무휴직, #서울고등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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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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