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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집이 보입니다. 까치집을 보면 '얼기설기'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얼기설기'란 가느다란 것들이 이리저리 얽혀있을 때 쓰는 말입니다. 까치집도 그야말로 자잘한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지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지었어도 까치집은 아주 튼튼합니다. 나무 꼭대기에 있는데도 흔들리는 바람에 끄떡없이 버티고 있습니다.

나뭇가지 끝 까치집

마을길 은행나무 가지 끝에 둥지를 튼 까치집입니다. 멀리서 보면 아슬아슬하지만 튼튼한 집입니다.
 마을길 은행나무 가지 끝에 둥지를 튼 까치집입니다. 멀리서 보면 아슬아슬하지만 튼튼한 집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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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는 주로 사람 사는 마을 인근 나무에다 집을 짓습니다. 크나큰 나무를 골라 누구도 침범 못 하게 높은 곳에 보금자리를 틉니다. 바람이 송송 드나들겠지만, 낮에는 햇살도 받아들이고, 밤에는 틈새로 별빛을 내어줍니다.

까치들은 밤새 사람 곁을 지키다, 아침에는 낯익은 사람이 눈에 띄면 예쁜 목청으로 기쁜 소식을 전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이른 아침 까치 소리를 들으면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마을 길, 큰 아카시아나무에 까치집이 눈에 띕니다. 여느 까치집과는 다르게 복층으로 집을 지었습니다.

아카시아나무에 둥지를 튼 까치집입니다. 여느 까치집과는 달리 복층으로 집을 지었습니다.
 아카시아나무에 둥지를 튼 까치집입니다. 여느 까치집과는 달리 복층으로 집을 지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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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다가 지나가는 동네아저씨를 만났습니다.

"까치가 2층집을 지었어요?"

"정말 그러네! 작년에 지은 게 맘에 안 들어 위에다 다시 지었나? 아님 자식들 세간을 아랫집에 내었나?"

까치의 마음을 읽을 수 없어 궁금합니다. 아저씨가 예사롭지 않은 까치집을 보며 말씀을 하십니다.

"저 정도 까치집이면 말이야, 밑에서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풀어헤치면 한 리어카는 가득 찰 거야. 몇 날 며칠을 걸렸을 거라고 생각하면 녀석들, 대단하다고! 하는 짓이 사람 못지않다니까!"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말 못하는 짐승이 어떻게 저런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을까요? 아저씨 말을 듣고 보니 까치집이 달리 보여 다시 쳐다봅니다.

까치는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

복층으로 지은 까치집. 크기가 어마어마 합니다. 까치의 건축기술은 놀랍습니다.
 복층으로 지은 까치집. 크기가 어마어마 합니다. 까치의 건축기술은 놀랍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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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집은 보기에는 엉성한 것 같아도 대충 지어진 것이 아니랍니다. 녀석들도 처음에는 나뭇가지로 기초를 쌓는다고 합니다. 둥지 안쪽은 마른 풀과 흙으로 굳혀서 만들고, 둥지 옆면으로 드나들기 쉽게 현관문을 짓습니다. 알을 낳을 자리는 부드러운 것으로 깔아 종족 보존의 본능을 실현합니다. 녀석들의 지혜가 놀랍습니다.

까치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텃새입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환경에서 더우나 추우나 사람 주위를 맴돌며 생활합니다.

늦가을 까치는 손이 닿지 않아 따지 못한 감나무에 달린 홍시로 식사를 합니다. 홍시는 까치밥이 됩니다.
 늦가을 까치는 손이 닿지 않아 따지 못한 감나무에 달린 홍시로 식사를 합니다. 홍시는 까치밥이 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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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에는 단독생활을 하고, 겨울이면 떼로 몰려다니며 살아갑니다. 까치가 무리를 지어 다니면 맹금류로 알려진 독수리도 쉽게 덤비지 못한다고 알려졌습니다. 까치 무리한테 되레 먹이를 빼앗기는 독수리가 관찰되기도 합니다.

조류학자들은 까치떼의 단결력이 매우 놀랍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은 까치떼의 힘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자연생태계에서 힘을 합치면 위력으로 먹이사슬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까치만큼 사람들과 친숙한 새도 없습니다. 검고 하얀 색깔의 뚜렷하고 멋들어진 까치 깃털에 정감이 갑니다.

까치는 사람 사는 마을 큰 나무에 집을 짓습니다.
 까치는 사람 사는 마을 큰 나무에 집을 짓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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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날짐승은 은밀한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는데, 까치는 사람이 심어준 나무에다 집을 짓고, 사람이 농사지은 곡식과 과일을 먹습니다. 해충을 잡아먹으면서 생활하여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길조로 알려진 까치 녀석들이 미움을 사기도 합니다. 가을철 과일 수확기를 앞두고 생채기를 내 피해를 주고, 사람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에 지저분한 배설물을 떨어뜨리고 깃털까지 흩날리기 때문입니다. 요즘 들어서는 까치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자기들 세계에서 만들어놓은 세계에서 까치가 살아줄 것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까치 입장에서 보면 기가 찰 노릇일 것입니다.

까치보름날에 까치한테

'까치보름날'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까치보름날은 음력 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둔 열나흘을 일컫는 말입니다.

전봇대 위에 까치의 한가로운 모습. 추운 겨울에도 우리 곁을 지키는 텃새입니다.
 전봇대 위에 까치의 한가로운 모습. 추운 겨울에도 우리 곁을 지키는 텃새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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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은 정월 보름 앞날부터 대보름 다음날까지 농한기를 즐겼습니다. 이때 쥐불놀이, 지신밟기, 윷놀이 등 다채로운 놀이를 즐기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나눠먹습니다. 약식과 오곡밥, 묵은 나물, 부럼 같은 것은 대표적인 정월 대보름 음식입니다.

'까치보름날'이란 말을 보면 추운 겨울, 먹을 게 없는 까치에게도 밥을 던져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른바 까치밥을 말입니다. 인간이 날짐승한테 베푼 작은 배려였을 것입니다.

요 몇 달, 국정농단으로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국정농단 세력들은 반성은커녕 자기변명과 거짓으로 갖은 술수를 부립니다.

까치보름날, 까치한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까치야! 세상 시끄럽게 하는 사람들한테 내 대신 욕 좀 퍼부으면 안 되겠니? 특검 청소노동자께서 내뱉은 말처럼, 제발 염*하지 말라고!"


태그:#까치, #까치밥, #정월대보름, #까치보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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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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