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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구속영장실질심사 구속 영장이 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1월 18일 오전 뇌물공여, 횡령, 국회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삼성 이재용 구속영장실질심사구속 영장이 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1월 18일 오전 뇌물공여, 횡령, 국회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지난 1월 19일, 특검이 신청한 이재용 삼성 그룹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전국민적 분노가 일어났다. 담당판사가 삼성 장학생 출신이라거나 그 아이가 삼성에 특혜로 취직됐다는 허위주장까지 나올 정도였다. 변호사와 법학교수들은 법원 앞에 천막을 치고 노숙농성과 집회를 벌이며 항의의사를 표현하는 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비판과 항의의 대열에 참여한 필자는, 특검의 활동 종료시한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다시 한 번 이재용 구속수사가 필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현재 이재용은 한국 최고 수준의 법적 수비진(陣)의 도움을 받고 있다. 반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발생 후 늦게 구성된 특검은  불리한 조건 아래에서 분투하고 있다.

1. 영장 기각의 논리와 취지

사실 확인이 끝난 세 가지 점은 다음과 같다. (a) 이재용은 박근혜 대통령과 세 차례 독대하였는데, 양자의 1차 독대에서 박 대통령은 대한승마협회를 언급하였고, 2차 독대에서는 승마 지원을 질책하였다, (b) 1차 독대와 2차 독대 사이 청와대의 결정에 따라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은 수천억 원의 손실을 입으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지원하였고, 이로써 삼성은 이재용 승계를 마무리했다, (c) 이러한 과정에서 삼성은 430억 원이 넘는 돈을 최순실 일당에게 제공하였다.

특검은 (c)를 박근혜와 최순실이라는 공범에 대한 뇌물제공행위로 파악하였다. 즉, 특검은 이재용의 최순실 일당에 제공한 거액은 바로 박근혜에 대한 뇌물로 본 것이다. 반면 이재용의 변호인들은 이재용 또는 삼성은 박근혜의 강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최순실 일당에게 금품을 제공한 '피해자'일 뿐이라고 항변하였다.

이에 조의연 영장전담판사는,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하였다.

조 판사의 영장기각의 취지는 돈을 제공한 경위와 수혜자가 누구인가 등의 문제(사실관계)와 돈 제공에 대가성이 있었는가의 문제(법적 평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을 수 있고, (a), (b), (c) 사이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는바, 피의자 이재용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불구속 상태에서 다투어보라는 것으로 읽힌다.

2. 비판

이재용도 형사소송법상 방어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를 전제하더라도 그때나 지금이나 이재용을 구속할 법적 사유와 필요성은 충족된다. 그리고 구속영장청구시 검사가 피의자의 유죄를 "합리적 의심을 넘어"(beyond reasonable doubt)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입증하면 된다.

(1) 이재용의 '힘'과 기업범죄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조의연 판사의 영장기각의 취지에서 밝혔듯이, 이재용과 삼성이 거액을 제공한 경위와 돈 제공에 대가성이 있었는가에 대하여 다툼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툼이 있을 경우 무조건 피의자를 불구속하는 것은 옳은 판단이라고 할 수는 없다.

먼저 삼성이라는 거대권력의 수장이 삼성그룹 사옥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재용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뒤에서 지배하고 있는 '삼성왕국'의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통할하고 있는 '최고 존엄'이다.

이러한 이재용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되면, 이재용은 '피해자'일 뿐이라는 주장만 공판정 안팎에서 울려퍼질 것이고 이재용과 삼성의 어두운 비밀을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된다.

생각건대, 강고한 위계질서와 겹겹의 비밀성을 특성으로 하는 국가권력 범죄, 기업·경제 범죄, 조직범죄 등에서 그 수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통상의 범죄를 범한 개인의 구속 여부와 달리 판단해야 한다. 이런 범죄는 수장이 격리되어야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 영장전담판사는 이러한 범죄의 특수성을 직시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재용이 박근혜의 종용과 압박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심리적 위축이 있었다고 하여 이재용이 순전히 '피해자'가 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정경유착의 구조와 논리를 생각할 때, 이재용은 그 정도 위축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3대 승계 완성이라는 더 큰 이익을 위하여 최순실 일당에게 거액을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 사실관계에 부합할 것이다.

그리고 삼성이 최순실 일당에게 거액을 제공한 것은 공범인 박근혜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 외에는 어떤 다른 이유는 없다. 한국 최고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삼성이 박근혜와 최순실이 '일심이체'(一心異體) 관계였음을 몰랐을 리 없다. 삼성은 최순실 일당에게 가는 돈은 바로 박근혜에게 가는 돈이고, 최순실 일당에게 돈이 가야 박근혜가 국가권력을 움직여 3대 승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는 추론이다.

(2) 증거 인멸의 염려와 범죄의 불법성이 크다.

형사소송에서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 원칙이 모든 피의자를 불구속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201조 제1항은 구속사유로 (i)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ii)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iii)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등을 규정하고 있는 바, 조 판사는 이재용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재용은 주거가 일정하고 외국으로 도망할 염려가 없다는 점에 (i)과 (iii)은 충족되지 않는다. 그러나 (ii)의 경우에 대한 조 판사의 판단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재용은 일개 시민이 아니라 삼성이라는 막강한 경제권력의 수장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직후부터 삼성은 이재용의 명시적 또는 암묵적 지시 하에 '황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조직적으로 관련 증거를 인멸하고 '입 맞추기'를 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는 영장 청구 시점에도, 기각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201조 제2항은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430억 원이라는 액수가 뇌물이라고 한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 적용되어 중형이 예상되는 바, "범죄의 중대성"이 충족된다.

그리고 박근혜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430억 원의 제공행위는 정경유착이라는 고질적 병폐를 재현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범죄의 중대성"이 충족된다.

3. 이재용과 삼성은 정경유착의 폐습을 버린 적이 없다

이상과 같은 법적 논의 이전에 법원 포함 우리 사회에는 조작된 신화가 작동하고 있다. 즉, 재벌총수가 구속·처벌되면 경제에 악(惡)영향을 준다는 신화다. 이재용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판사도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이 신화를 믿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법기관이 뇌물, 횡령·배임, 탈세, 주가조각 등을 범한 재벌총수에 대하여 보다 엄격한 태도를 취해야만 경제원칙이 바로 서고, 이는 경제에 선(善)영향을 준다. 범죄인이 끌고 가는 경제에는 정의가 없을 뿐만 아니라 효율성도 경쟁력도 없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은 특정 후보에게 불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검찰 고위간부에게 '떡값'을 제공한 것이 안기부의 불법도청을 통하여 드러났다. 문제의 '엑스 파일'이 위법수집증거였기에 수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당시 이건희는 한 차례 서면조사만 받았다.

2008년 이재용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으로 경영권을 불법 승계했다는 혐의로 당시 조준웅 특검팀에 소환된 적이 있다. 그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되었지만, 이건희에게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의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그런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밝혀진 삼성의 행태를 보면, 이재용과 삼성은 1997년과 2008년의 경험에서 배운 것이 전혀 없었음을 확인한다. 오히려 이재용은 이번 '게이트'에서 삼성의 수장으로 핵심적 역할을 하였다.

4. 이재용 구속수사가 필요하다

특검의 활동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박근혜의 특검조사 거부로 뇌물을 받은 피의자에 대한 조사가 어려운 상태이다. 특검으로서는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는데 다시 기각된다면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고민될 것이다.

그렇지만 특검은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지금까지 확보한 확실한 증거를 기초로 범죄 혐의를 재정리해야 한다. 삼성이 최순실 일당에게 거액을 제공한 이유, 박근혜와 최순실의 공범성, 돈 제공의 대가성 등에 대한 증명을 보강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 번 영장기각 후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39권 추가 확보, 공정위와 금융위에 대한 전격적 압수수색,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그룹 계열사 재무담당 임원들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하여 의미 있는 성과를 낸 것으로 보도되었다.

필자는 조의연 판사가 삼성의 눈치를 보면서 의도적으로 '친(親)재벌총수 판단'을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는 재벌총수 관련 범죄의 특수성을 간과했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재벌과잉보호논리에서 자유롭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새로이 영장을 심사할 판사 역시 고민이 많을 것이다. 영장을 기각한 동료 판사의 선택이 마음에 걸릴 것이다(그러나 2016년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으로 대우조선해양 비리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가 기각된 후 재청구된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에게 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다름 아닌 조의연 판사였다). 이재용에 대하여 재청구될 구속영장을 검토한 판사는 특검이 보강하여 제출할 증거 외에 필자가 강조한 두 가지 점을 깊이 고민해주길 바란다.

특검과 영장전담판사에 대한 필자의 이러한 요청은 재벌 총수 개인에 대한 '복수'나 '괴롭힘'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업범죄 및 기업총수에 대하여 보다 엄정한 형사정의가 세워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조국 기자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조국#특검#이재용 구속 수사#영장 기각#박근혜-최순실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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