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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GBC 환경영향평가 설명회에서 봉은사 스님과 신도들이 설명회 개최에 반발하며, 단상을 점거하고 있다.
14일 GBC 환경영향평가 설명회에서 봉은사 스님과 신도들이 설명회 개최에 반발하며, 단상을 점거하고 있다. ⓒ 신상호

"박원순 시장, 신연희 구청장도 안 나오고, 핵심관계자가 아무도 없습니다. 이런 주민 설명회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초고층 빌딩 건립이 암초를 만났다. 봉은사가 일조권 침해와 문화재 훼손을 주장하면서 현대차 빌딩 건립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 14일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을 위한 주민설명회도 봉은사 쪽의 반발로 무산됐다.

서울 강남구는 14일 오전 10시 강남구 삼성1동주민센터 대강당에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환경영향평가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설명회에는 강남구민들과 봉은사 신도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설명회는 시작하기도 전에 봉은사 쪽의 반발에 부닥쳤다. 봉은사 관계자가 행사가 시작되기 10분 전부터 문제를 제기했고 급기야 봉은사 신도 200여 명이 강당 앞 연단으로 나와 설명회 진행 중단을 요구했다.

전해준 봉은사 사무관은 이 자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도 오지 않고, 신연희 강남구청장도 오지 않았다"면서 "17조 원이 들어가는 사업에 핵심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는 설명회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봉은사는 이날 발표될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봉은사에 대한 일조권 침해 주장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환경영향평가 초안에는 일조권 침해와 관련해 "일시적인 환경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적시돼 있다. 이 조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전 사무관은 "환경영향평가 초안은 일조권 빛 반사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문화재연구소 조사에서는 일조권 침해로 문화재가 파괴된다는 결론을 얻었다"면서 "1년간 이런 문제는 수렴하지 않은 채 진행하는 설명회는 현대차를 위한 요식행위이고 엉터리"라고 밝혔다. 

지오 봉은사 스님은 "봉은사에서 그동안 서울시와 강남구를 찾아가 관계자를 1년 넘게 만나왔다"면서 "그럼에도 이런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설명회는 초안이든 가안이든 용납할 수 없고, 봉은사를 비롯해 조계종 총무원 전국의 스님들도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명회를 진행해야 한다는 강남구청장과 봉은사 쪽의 논쟁이 오가는 가운데, 설명회에 참석한 강남주민 일부가 봉은사 쪽에 항의하면서, 한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봉은사 쪽 신도들과 강남주민들이 토론회 개최 여부를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봉은사 쪽 신도들과 강남주민들이 토론회 개최 여부를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 신상호

이날 설명회에 나온 한 주민은 "봉은사 쪽의 입장만이 강남구민들의 입장을 모두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면서 "이 설명회를 듣기 위해 시간을 내서 참석한 강남 주민들을 생각해 봉은사도 설명회 진행에 협조해야 한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중열 현대차그룹 상무도 "우리가 만든 초안에 대해 주민들이 보고 의견을 수렴해서 끝나는 게 아니고 초안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다"면서 "그 과정에 봉은사에서 주장을 하고 싶으면 할 수 있지 않느냐"면서 불만을 보였다.

강남구청은 오전 10시 50분쯤 국민의례를 진행하고, 설명회를 강행하려 했지만, 봉은사 쪽 신도들의 반발이 지속되자 결국 설명회 중단을 선언했다.

이희현 강남구청 도시선진화담당관은 "봉은사 쪽의 반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설명회를 진행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 중단했다"면서 "일단 주민 의견 수렴은 서면 의견서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주민공람이 끝나는 3월 3일 이전까지 설명회를 재개최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면서 "주민공람이 끝난 이후에도 공청회나 설명회를 다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강남구 삼성동 옛 한전부지에 모두 17조3130억원을 들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건립할 계획이다. 현재 GBC 높이도 기존 553m에서 16m 높인 569m로 수정해, 잠실 롯데타워를 제치고 국내 최고층 빌딩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환경‧교통영향평가와 건축심의‧허가를 지난해 7월까지 마무리하고 올해 1월 착공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건축심의가 6개월 이상 늦어지면서 착공 일정은 올 3분기로 미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봉은사 쪽 반대가 지속된다면, 건축심의 절차는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GBC#봉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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