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기술이 나라 안팎에 파장을 몰고 있습니다. 핀테크란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결합을 뜻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분야죠. 기존의 전자금융서비스는 금융회사가 주도하고 IT 기업이 보조서비스를 제공했다면 핀테크는 그 반대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그 핀테크의 활황지라 할 수 있죠. 그들 업체는 은행점포를 방문하지 않는 '비대면계좌'를 통해 원하는 금융 서비스를 맘껏 누릴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 업체는 중국의 대표적인 IT기업인 '텐센트'나 '알리페이'를 넘어서려는 꿈을 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핀테크를 훨씬 더 뛰어넘는 금융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로보 파이낸스가 그것입니다. 로봇(Robot)과 금융(Finance)의 융합을 뜻하는 금융파이낸스는 컴퓨터가 스스로 인지하고 추론하고 판단하여 개인의 자산을 관리해준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로보 어드바이저'(Robo Advisor)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위험성향과 목적을 구분해 투자를 운용할 수 있게 하는 맞춤형 포트폴리오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금융 챗봇'(Chatbot)은 24시간 동안 자동이체나 공과금 납부 내역의 알림이나 결혼자금 관리 계획 등 개인비서와 같은 역할을 해 준다고 하죠.
바로 이런 금융서비스의 등장과 그에 따른 한계나 보완점들, 그리고 향후 대책들을 소개하는 책이 나와 있습니다. 전자신문 김지혜 기자의 <로보 파이낸스가 만드는 미래금융지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금융IT 전문기자'라는 유일무이한 직함을 달고 있는 그녀는 금융회사에서부터 IT기업, 핀테크 업체까지 자유롭게 누빈 그동안의 삶을 토대로 인공지능과 결합된 금융기술의 추세를 알려주고자 한 것이죠.
"로보 파이낸스가 주도하는 세상에서는 주체가 바뀐다. 금융소비자가 먼저 다가가지 않아도 인공지능이 먼저 관계를 맺기 위해 능동적으로 말을 걸게 된다. 가령 인공지능은 이사를 앞둔 나에게 먼저 주택담보대출이 필요하지 않은지 물어보고 내 SNS, 카드 사용 내역 등을 자동으로 분석해 신용도를 평가한 뒤 대출상품과 상환기간에 맞춘 재테크 설계까지 해 준다."(65쪽)"로보 어드바이저는 소액 자산가들에게 저렴한 수수료를 제시하며 자산관리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특히 가구 수를 기준으로 전통적 자산관리 서비스와 로보 어드바이저 시장을 구분하면 99%의 대다수가 로보 어드바이저의 고객에 해당한다."(99쪽)"챗봇은 모바일 기기에서 인공지능 채팅앱의 형태를 통해 고객에게 맞춤화된 서비스로 응용될 수 있다. 1대 1 대화형으로 날씨, 교통상황, 여행지, 음식 등 사용자 상황에 적합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고, 금융이나 보험, 보건의료, 법률과 같은 복잡한 지식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180쪽)이런 내용이라면 '로보 어드바이저'나 '로보 챗봇'의 등장은 큰 틀에서 볼 수 있는 '로보 파이낸스'의 유형이겠죠.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은 것도, 미국의 대선 판세에서 트럼프가 힐러리를 꺾고 승리할 것을 예측한 것도,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듯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로봇에 기반을 둔 '로보 파이낸스'는 앞으로 전 세계의 금융서비스를 주도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물론 이 책에서는 로보 어드바이저의 한계를 지적해 줍니다. 로보 어드바이저가 불완전한 판매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나, 미리 짜인 알고리즘을 악용한다거나, 또 로보 어드바이저가 채택한 알고리즘 자체에 오류나 해킹이 일어날 요인이 있고, 더욱이 각각의 로보 어드바이저 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특정 알고리즘 간 유사성 때문에 투자행태의 쏠림현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그것입니다.
"대규모 불완전판매 사건이 로보 어드바이저에 의해 발생하거나 로보 어드바이저 해킹사건이 터질 경우 사람에 의한 서비스 수요는 다시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 이 경우 인간 어드바이저에 의한 서비스 가격이 지금보다 크게 인상돼 진입장벽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173쪽)그런데 로보 파이낸스의 출현으로 인해 가장 염려하는 게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의 기술력이나 보안과 관련된 문제도 없지는 않겠지만, 제4차 산업혁명의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간의 직업을 로봇에게 빼앗긴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은 금융권에 몸담고 있는 이들도 결코 다르지는 않겠죠.
사실 그 문제는, 이 책에서도 예견하고 있듯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언젠가 'Y2K' 곧 '밀레니엄 버그' 문제로 세상이 뒤바뀔 것으로 예측을 했지만, 세상은 더 견고한 신기술 장착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으로 바뀌었죠. 앞으로 인공지능이 결합된 금융산업 서비스도 그런 흐름으로 나아갈 것은 확실시 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에 따른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놓치지는 말아야 될 것 같습니다. 여태까지 기존 금융권의 높은 진입 장벽 때문에 저소득 계층의 사람들이 다양한 금융 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로보 파이낸스'의 개발로 인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그것이죠. 이 책에 나와 있는 '렌딧'(P2P금융업체)이나 '어니스트펀드(P2P금융업체)만 들여다봐도 그걸 잘 알려주고 있으니, 이 책을 한 번 살펴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