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12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은 촛불민심을 반영한 근본적인 정치개혁을 위해 공동기획을 시작합니다. 부패와 정경유착, 국정농단과 같은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고, '헬조선'이 아닌 행복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기 위해 첫 번째로 바꿔야 하는 것이 바로 선거제도입니다. 선거제도를 바꿔야 정치판이 바뀌고, 그래야만 우리 삶이 나아질 수 있습니다. 공동기획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먼저, 몇 가지 선거법 위반 사례를 살펴보자.
#1.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 활동가. 더불어민주당이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자 총선 전, 지역당사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기자회견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앞장서는 더민당 규탄한다!" 현수막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 벌금 80만원 선고.#2. 10여년 간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을 요구해온 활동가. 무상급식이 선거에서 큰 쟁점으로 부각되었고 후보들의 찬반 의견도 분명해졌다. 무상급식 정책 캠페인 차원에서 찬반 후보 사진에 스티커 붙이기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 벌금 200만원 선고. #3. 청년활동가는 청년일자리 특혜, 채용 비리 의혹이 제기된 후보의 공천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채용비리 인사가 공천되어서는 안 됩니다"는 내용의 최경환 후보 공천 반대 1인 시위를 진행했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됨. 지난 1월, 1심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 선고. #4. 공천 파동과 관련하여, 유승민 후보를 내시로 합성하고 '자기 땜에 공천에서 탈락한 졸개들에게 사죄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트윗 게시한 시민. 유승민 후보를 '비방'했다고 하여 트윗 삭제됨. #5.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는 선거 당일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금 투표하러 가십시오'라는 시민기자의 칼럼을 올렸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현재 재판 진행 중.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선거법이란 참, 낯설고 먼 존재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주어진 투표 한 장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서 한 발만 더 나아가려 한다면, 이내 선거법은 두려운 것으로 다가올 수 있다.
위와 같은 사례는 선거 때마다 계속 갱신된다. 악의적인 왜곡이나 돈과 조직으로 선거결과를 좌지우지 하려는 것도 아니다. 후보를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 정보를 나누고, 정책을 비교평가 하고, 투표합시다! 권유한 것인데 '위법, 불법행위'가 되었다. 더 나은 정치를 꿈꾸는 유권자들의 참여가 왜 불법이 되어야 할까.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이것은 '죽은 꽃'이나 다름없다.
지난 해 10월부터 우리는 매주, 광장에 분출되는 다양한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주권자로서 외치는 구호, 평화로운 집회와 행진, 재기발랄한 깃발과 손피켓 등은 광장을 '민주주의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헌법재판소가 탄핵인용 결정을 하는 순간, 다채로운 정치적 기본권이 보장되던 민주주의의 공간은 규제와 단속의 닫힌 공간, 선관위 등 단속기관의 막강한 권한만이 보장되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선거법 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와 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 103조(각종 집회 등의 제한) 등 대표적인 독소조항이 선거 6개월 전부터, 또는 탄핵과 같이 보궐선거의 사유가 확정되는 때부터 각종 규제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당이나 후보의 이름이 들어간 현수막이나 피켓, 대선 후보를 언급하는 시민 발언, 특정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 조사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여 크게 제한될 것이다.
언론, 출판, 결사, 집회의 자유 등 헌법이 열거하고 있는 기본권을 고스란히 체감한 시민들이 과연 '온통 하지마' 선거법을 납득할 수 있을까? 대선을 치르기 전, 선거법을 바꾸지 않으면 구시대적 낡은 선거법과 성숙한 시민들은 어느 때보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 분명하다.
선거 때마다 유권자의 '수난사례'는 쌓여가지만 국회와 정치권은 유권자의 정치 참여 방안에 무관심하거나 무지하다. 규제중심의 선거법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선관위 가이드라인으로 2006년부터 인터넷과 트위터 단속사례가 쏟아져도 국회는 유권자의 참여를 '근거없는 비방'과 '유언비어'로 예단하며 소극적이었다.
결국 인터넷 선거운동을 허용한 것은 국회가 아니라 2011년 12월, 선거법 93조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이었다. 5년 여 시간이 지난 지금, 20대 국회는 조기대선을 앞두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 시대적 흐름인 '18세 투표권'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유권자 정치참여는 제대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18세 국민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참정권을 보다 두텁게 보장하는 차원에서 즉각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조용히 있다가 투표일에 나와서 표나 좀 찍어!'하는 선거법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유감스럽게도 18세 국민들 역시 그저 조용히 구경꾼 역할만 하다가 투표장에 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이 국회의원에게 공개질의서를 발송하여 1차 취합된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59명 의원 중 58명(1명은 무응답)의 국회의원이 18세 투표권 보장과 유권자의 정치참여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이미 20대 국회에는 유권자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유승희 의원, 윤소하 의원, 박주민 의원 등 발의로 계류 중이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축제다운 선거를 위해 선거법 독소조항부터 바꾸자. 유권자가 말할 수 없는 선거는 축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