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아침 10시 반부터 오후 6시까지 일본 교토 후시미에 있는 류코쿠대학에서 와키타 시게루 선생님 정년퇴임 기념 제10회 한일 노동법 포럼이 열렸습니다. 이 포럼에는 '노동자 파견 법의 한일비교'라는 주제로 한국에서 노동법 연구 관련 학자 17분과 일본 간사이 지역 노동법 연구자들이 모였습니다.
먼저 와키타 시게루 선생님은 교토대학 법학부 출신으로 30년 전부터 류코쿠대학 법학부에서 노동법을 가르치면서 일본 노동 현장의 비정규직, 파견 노동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조사, 연구를 해 오셨습니다.
와키타 시게루 선생님이 30년 전 류코쿠대학 법학부에 부임하실 때는 아직 일본의 노동 현장에서 노동조합과 스트라이크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이때 노동자 파견법이 생기면서 노동조합의 위축은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와키타 시게루 선생님은 일본의 노동 현장에 대해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파견노동법이 생길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일본 노동조합이 무너지고, 파견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이 눈 앞에 일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일찍부터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된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는 소수의 노동조합의 의견도 전체 노동자의 뜻으로 인정하고, 노동현장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계약직, 파견 노동자를 나누지 않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비슷한 노동 조건에서 사용자인 고용주 혹은 기업주와 노동자가 비효율적이고, 차별적인 계약이나 처참한 노동환경에 놓여있습니다. 이것은 두 나라 모두 민주적인 시민의식이나 인간 평등의 가치관이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5293만 고용자 가운데 37.4퍼센트인 1980만 명이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2016년 1 월 기준). 해는 다르지만 2001년 우리나라 고용자 1323만 명 가운데 75.6퍼센트인 1천만 명 가량이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통계상 여러 가지 오류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는 기준에 따라서 다를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사회 복지 시설이 부족한 현실에서 사회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은 사회 안전망이나 바람직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꾸려가는 데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오전 발표에서 와키타 시게루 선생님은 일찍부터 노동법의 여러 분야 가운데 파견 노동자의 노동법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파견노동법이 확대, 강화되면 노동조합의 힘이 약화되고 결국 비정규직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요즘 일본에서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한 직장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노동자가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를 구분해서 차별을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외치는 신자유주의 물결에 젖은 기업주나 고용주에게는 아무 필요가 없습니다.
오후에는 한국노동연구원 김기선 박사님(한국 노동자 파견법제와 실태), 성균관대학교 김홍영 교수님(한국 파견법상의 차별시정의 사례분석)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노동현장과 노동현실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직접 비교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두 나라는 공동의 자본주의 시장으로 엮여있습니다. 또한 사람은 노동을 통해서 삶의 가치를 실현하고, 자본주의에서 필요한 기본 재화를 보상받습니다. 어떻든 두 나라의 문화와 현실이 다르지만 바람직한 노동법을 통해서 이뤄야할 바람직한 세상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참고누리집> 와키타시게루, http://www.law.ryukoku.ac.jp/~swakita/, 2017.2.25
참고문헌> 와키타 시게루 엮음, 서울시 노동정책의 전개와 그 의의, 2017.2.
김동춘 지음, NGO리포트 2000.1-2001.4, 도서출판 아르케, 2001.12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