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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경제학자 우석훈. 그가 육아 관련 책을 출간했다. 자신의 주 전공인 경제학으로 <88만원 세대>를 집필,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랐던 그였기에 이번 육아 신간은 매우 흥미로웠다. 육아와 경제학을 접목시킨 '육아경제학'. 이제부터 그 얘기를 들어보자.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의 신간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의 신간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 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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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두 아이의 아빠다. 각각 다섯 살, 세 살 아들을 두고 있다. 그의 희끗한 머리를 봤을 때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그럼 대체 몇 살 차인가. 마흔이 넘어서도 아이를 출산하는 일이 빈번해지는 요즘. 저자인 우석훈 박사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 책을 집어 들면서 몇 가지 편견을 갖고 있었다. 나름 엘리트에 속한다는 사람이 쓰는 육아 일기라. 글쎄. '휘황찬란한 금빛으로 아이를 두르고 키우진 않을지' 혹은 '다른 흙수저 부모들과 확연히 다른 육아방식을 보여주진 않을지' 우려가 됐다. 왜냐하면 육아환경은 개개인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책을 통해 공감을 얻으려는 의도 자체가 무모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저자는 우선 교육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아버지가 아닌 할아버지의 재력으로 자녀의 학력에 관한 상관분석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 타당한 이야기다"(34p)라는 부분은 수긍할 만하다. 아버지가 30대의 나이에 연봉 1억을 벌 수 없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재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 부모들의 열성이 아이의 공부 욕구를 저해한다고 봤다. 영어 유치원에 보내며 조기교육을 시키는 것보다 "'사람은 다 같다'라는 진실을 마음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심성을 갖출 수 있으면 충분하다. 그래야 '돈도 실력이다'와 같은 허망한 말은 하지 않을 것(345p)"이라고 말했다.

'또한 호모사피엔스의 특징, 즉 "잠재력은 나중에 발휘되도록 설계되어 있다며 인간 종의 능력을 극대화해서 미리 미리 사용하자는 것은 자본의 논리고, 장사꾼의 논리"라며 선행학습을 비판한다.' - 290p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언급한다.

"두 아이를 키우고, 많은 아이들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건 자연 속에서 생존할 수 없을 정도로 인간의 2세는 나약하다는 것, 그리고 스스로 몸을 키우고 뒤척이고, 걷게 되기까지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스트레스 대신 평온함과 안정감을 주는 게 육아의 기본이다." - 289p

책의 중간 중간에는 어디서도 쉽게 꺼내기 힘든 가정사도 담겨있다. 특히 부모, 형제, 아내와의 관계에 대해 소주 한 잔 함께 나누며 흥건히 취해야 술술 나올 수 있는 얘기들이 자주 등장한다.

또한 늦은 나이에 아들 둘을 낳았기 때문에,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체력의 딸림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특히 아들과 UFC에 버금갈 정도의 몸싸움(?)을 한다는 내용은, 아들을 키우고 있는 내 입장에서 굉장히 공감됐다.

저자는 아이를 키우며 많은 것을 내려놨다고 했다. 둘째 아이의 병치레 때문에 고위직 영입 제안도 여러 번 거절했다고 한다. 그렇게 내려놓음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고, 그게 행복이라고 했다. 또한 그냥 먹고 살 정도만 되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저자의 생각에 크게 공감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내려놓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한국 사회에 대한 불만도 여지없이 표현했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부모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고, 상당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그리고 그렇게 지출하지 않으면, 엄마가 아이에게 그만큼 미안하게 느끼게 하도록 사회적, 문화적 구조가 짜여 있다." - 271p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식들을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자라는 '인간'으로 키우자는 것이다. 유럽처럼 협업과 창의성의 중요성, 인성을 가르쳐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또한 앞으로는 엘리트층에서 지도자가 나오지 않고, 평범한 과정을 거친 일반인 속에서 지도자가 나올 것을 예상하며, 그래야 건전한 사회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책을 보며 내 육아 방식은 어떠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하루 벌어 하루 쓰는 노동자 입장에서 과연 나는 저자처럼 많은 것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그리고 아이와 온전히 하루를 보내며 행복할 수 있을까. 어쩌면 지금의 한국 사회가 아이들과 함께 지내지 못하도록 부모를 옥죄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교육기관에 아이를 보내야 체면이 서는,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 한국의 부모들은 오늘도 고달픈 삶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낳아서 잘 키울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주지 않고, 무조건 낳으라고 강요하는 국가의 현재 모습에 큰 절망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현 제도에 맞춰 전전긍긍하며 아이를 키워야 하는 부모로서, 책에서 말한 바와 같이 아이를 '인간'으로 키우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은 필수인 것 같다.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 절망의 시대에 다시 쓰는 우석훈의 희망의 육아 경제학

우석훈 지음, 다산4.0(2017)


태그:##우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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