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은 외모만 변한 것이 아니었다.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종족을 창조한 IT 신은, 우리의 화장실에게도 지능을 선물하셨으니, 그 결과 스마트 화장실 시대가 도래했다.
한편, 1인 1화장실이 가장 속 편하게 인간이 배출욕을 마음껏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국민소득 1위인 나라일 지라도, 공간의 한계와 더불어 탈붙박이인 인간의 성향으로 투자 대비 효과가 적기에 '공공' 화장실 제도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화장실 소유를 두고 인간들의 눈치싸움이 발생했다. 누군가 화장실을 점유하면, 당연히 다른 이들은 자신의 차례가 되길 기다려야 한다. 그러다보니 누가 거기 있는지 파악하는 게 시급했다. 즉 소유인가? 무소유인가 그것이 문제였다.
개라면 남의 것인지 일단 가서 냄새를 킁킁 맡을 텐데, 인간은 후각도 둔한데다 자칫 '변태'로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 소리에 주목했다. '똑똑' 직접 문을 두드리거나, '허 흠' 헛기침을 하여 방문자가 있음을 미지의 공간에 알렸다. 아니면 "저기요", "누구 있어요?"라 묻기도 했다. 물론 뒷모습이 공개되는 남성 소변기는 여기에서 예외이다. 그럼 현재 소유자는 쪼르륵, 쏴, 드르륵, 똑똑 등의 사물 소리로 알렸다. 하지만 직접 성대를 이용하기도 했다. "(사람) 있어요."
스마트 화장실은 이러한 인간의 행태에 주목했다. 굳이 서로 민망하게 가서 확인하지 않아도, 화장실이 스스로 소유 정보를 공개적으로 알리면 어떨까? 초기 형태는 소유주가 잠금장치를 하면, 화장실 외부 손잡이에 '사용중'이라 알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 화장실도 영화관처럼 멀티 시스템으로 가다보니 여기저기 문 손잡이를 확인하는 것도 불편해졌다.
이에 화장실 협회는 사물인터넷을 도입하여 화장실끼리 소유 정보를 공유하여 입구에서 바로 제공하기로 했다. 게으르며 부끄럼 많은 인간을 위해 화장실이 스스로 자신의 정보 노출을 감행했다. 예를 들어 진영휴게소 남자화장실은 '스마트 빈자리 안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화장실 입구 모니터에 현재 사용중(×)은 주황색, 사용가능(O)이면 녹색, 수리중(-)은 회색으로 화장실 지도에 표시해 두었다. 인간은 모니터에서 빈자리를 확인한 후, 해당 칸을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 누가 소유하나 없나 고민하던 번민이 사라진 것이다. 사천휴게소는 여기에 업그레이드하여 빈자리 개수에 변기 형태가 무엇인지도 공개하고, 수리중뿐만 아니라 청소중 상황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화장실. 결코 만만하고 우습게 여기면 절대 안 된다. 이제 화장실로 누군가를 피해 도망칠 수도 없다. 친절한 화장실이 바로 당신의 존재 유무를 누군가에게 알려주니까. 무엇이든 밝음과 어둠을 같고 있는데, 화장실도 예외는 아니다. 그저 인간이 가능한 좋은 방향으로 화장실을 사랑해주며 동거하면 된다.
화장실의 진화는 과연 어디까지 일까? 그것은 앨빈 토플러와 같은 미래학자도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곳이 뭐든 먹었으면 불필요한 것은 배출하는 장소라는 탄생 당시부터 가져온 '초심'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점이 인간이 화장실에게서 배우는 가장 큰 덕목이기도 하다. 화장실이 인간에게 가라사대 "불필요한 것은 버려라. 초심은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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