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래 없는 고병원성인 플루엔자와 구제역이 겹치며 대한민국이 가축전염병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H5N6형', 'H5N8형'의 조류인플루엔자와 'A형', 'O형'의 구제역이 동시에 발생한 것은 사상초유의 사태다. 2종류의 조류인플루엔자와 2종류의 구제역까지 총 4종류의 가축전염병이 방역당국을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다.
막대한 타격이 예상됐던 지난 5일 충북 보은의 젖소 사육농장을 기점으로 시작한 구제역은 13일 마지막 신고를 끝으로 현재까지 17일째 추가적인 의심사례가 발생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다. 하지만 잦아들었던 H5N8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충남논산 토종닭 사육농장에 이어 고양시 토종닭 농장에서도 6일 확진판정을 받으며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재확산 우려로 인해 방역 당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국내 육계의 생산, 가공 대부분을 담당하는 한 최대 육계 가공회사의 턱밑까지 조류인플루엔자가 유입되면서 업계에 상당한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가축전염병의 손아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며 허우적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일까지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는 2주 동안 1400여 마리에 이른다. 그리고 조류인플루엔자로 매몰된 가금류 수는 국내 전체 사육 가금류의 20% 가량인 3323만 마리에 달한다. 이는 사상 최악의 역대 살처분을 기록한 2014년 1396만 마리의 3배에 근접한 수치를 보이며 만만치 않은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의 여파는 끔찍했다. 무엇보다 먹거리 급등 우려가 현실이 되며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달걀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다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이번에는 닭고기 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구제역 후유증은 더욱 심각하다. 가축전염병이라는 꼬리표로 한우는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으며 매출이 곤두박질하고 있다. 한우 물량이 딸리면서 가격은 오르지만 소비 하락 파장으로 한우농가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정적 공급으로 유통되는 수입산 쇠고기로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돼지고기 값까지 덩달아 오르며 가축거래시장의 폐쇄로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당분간은 구제역 여파가 지속될 전망이란 언론보도로 수입산 소고기는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 가축전염병 방역 실패의 파장은 식탁의 먹거리 환경마저 바꿔놓으며 가정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리저리 서민들만 등골이 휜다.
해마다 되풀이 되며 천문학적인 방역비를 쏟아 붓고도 제자리걸음인 현재 방역 시스템의 혁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외 발병국가를 비추어볼 때 선진국에서 발병률이 현저히 낮은 구제역이 아직까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방역 후진국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며 국격 및 국가신용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제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곤란하다.
최근 들어 자가 진료로 인한 부작용을 인지하고 정부와 농가에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고 환영할 만하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시행령이 개정되어 전문가가 주축이 되는 방역시스템을 구축하여 다시는 가축염병이 대한민국에 발을 붙일 수 없게 해야 한다. 동물질병의 방역이 무너지면 국민이 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