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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도 연락하는 학부모 때문에 교사는 난감하다. 교사도 '주말만큼은' 자유롭길 원한다.
주말에도 연락하는 학부모 때문에 교사는 난감하다. 교사도 '주말만큼은' 자유롭길 원한다. ⓒ pixabay

"학부모님이 주말 그것도 밤 11시쯤 연락하셔서 내일 빼빼로데이인데 빼빼로 보내야 되냐 안 보내야 되냐 묻더라고요. "

"교사가 프로필 사진에 왜 아이들 사진을 해 놓지 않냐고 말씀하세요."

"번호 공개를 하지 않으면 섭섭하다 하시니까…"

"학부모 전화가 두 번이나 오는데 주말에 받으면 자꾸 올 것 같아서 받지 않았습니다. 주말엔 안 받아도 될까요? 교사도 재충전이 필요한데…"

주말에도 오는 학부모 전화 받아야 할까요? 지난 4일, 한 보육교사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주말에도 오는 학부모 전화 받아야 할까요?지난 4일, 한 보육교사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 김도희

지난 4일, 한 보육교사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주말에도 연락하는 학부모 때문에 교사는 난감하다. 교사도 '주말만큼은' 자유롭길 원한다.

신학기 시작과 함께 보육교사의 휴대전화에는 낮과 밤이 없어진다. 많은 교사가 개인전화번호를 이용해 학부모와 연락하기 때문이다. 유치원에서 먼저 학부모에게 원의 '유선전화'로만 연락하도록 지정하지 않으면 교사의 개인전화로 연락하는 이들이 많다.

업무시간엔 유치원으로 전화하는 학부모도 업무시간이 끝나고 보육교사가 퇴근한 후에는 교사 개인 전화로 연락한다. 한 교사는 댓글을 통해 "저도 개인번호 공개했는데 학부모님 한 분이 주말에, 그것도 밤 11시쯤 연락하셔서 내일 빼빼로데이인데 빼빼로 보내야 되냐 안 보내야 되냐 묻더라고요"라며 경험을 밝혔다.

 개인번호 공개에 따른 교사들의 불편함
개인번호 공개에 따른 교사들의 불편함 ⓒ 김도희

그렇다고 불편함 때문에 이를 거부하기는 힘들다. 대부분 교사는 원장과 학부모의 눈치에 어쩔 수 없이 번호를 공개한다. 한 보육교사는 "개인 전화번호를 안 알려드렸더니 '섭섭하다' '딱딱하다'고 하시더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전화번호를 공개하면 학부모와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다수의 교사는 근무 시간 외에 오는 연락에 소통보다는 압박을 느낀다는 반응이다. 연락을 받지 않으면 눈치가 보여 다시 연락해야 하나 고민에 빠지고, 마음이 불편해진다.

해당 게시물에 "나는 평일 7시 이후로 전화, 문자 안 받는다. 근무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말에도 보지 않는다. 한번 받아 주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다른 댓글도 번호를 공개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다수였다.

학부모 눈치에 프로필 사진도 내 마음대로 못해

불편함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전화번호는 카카오톡과 같은 SNS 계정과 연동되기 때문에 번호가 공개되면 자연스레 교사의 SNS 계정이 학부모에 노출된다. 때문에 교사는 사진을 올리는 것도, 글 쓰는 것도 마음 편히 할 수 없다. 그래서 번호를 공개한 다수의 교사는 SNS에 게시물을 잘 올리지 않는다.

한 보육교사는 "방학 때 교사가 여행 가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시선들이 많다. 그래서 이에 대해 교사 집단에서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올리지 마라' 혹은 '뭐 어떠냐'는 의견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경험에 따르면, 프로필 사진은 학부모를 의식해 아이들 사진을 해 놓는다. 해당 커뮤니티에 올라온 "학부모님들께 번호 공개하면 프로필 사진 마음대로 못 하겠죠…? 번호 공개하신 선생님들은 어떻게 하시나요?"라는 글에 "번호를 공개하면 프로필 사진이나 상태메시지에 신경 써야 한다. 전에 우리 원 선생님 한 분이 상태 메시지에 글을 올렸다가 학부모가 자기한테 하는 말이냐며 찾아와서 난리 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육교사 커뮤니티에는 "어머님이 '선생님 많이 힘드세요? 선생님 카톡 보니까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아서요…' 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원장님께 들어가서 난감했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개인전화번호 공개에 따른 교사들의 불편함
개인전화번호 공개에 따른 교사들의 불편함 ⓒ 김도희

 개인전화번호 공개에 따른 교사들의 불편함
개인전화번호 공개에 따른 교사들의 불편함 ⓒ 김도희

"연락 받을 의무 없어, 업무가 끝나면 사생활 존중해야"

휴대전화번호를 학부모에 공개한 보육교사들은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것 같아 불편함을 호소하지만, 애초에 교사의 전화번호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류호영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사무과장은 "교사 전화번호 공개는 원칙적으로 의무가 아니다. 오히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공개를 해서는 안 되며,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공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많은 보육교사들이 어쩔 수 없이 전화번호를 공개하는 현실에 대해 묻자, 류씨는 "원칙적으로는 공개하면 안 되지만 원과 보육교사, 원과 사내 규칙에 따라 합의에 의해 공개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커뮤니티에는 원내 운영방침에 따라 개인 번호를 공개하지 않은 유치원의 사례도 올라왔다. 원 측에서 교사 번호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교실마다 인터폰을 둔 경우가 이에 속했다. 유치원으로 걸려오는 학부모의 전화가 각 교실에 있는 교사들에게 즉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굳이 교사의 개인 전화번호를 학부모에게 알려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류 사무과장은 "보육교사마다 행정실이 따로 없다. 중간에 급하게 연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원장실이나 일반 행정실에 가서 연락하는 부분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학부모-보육교사 간 개인전화로 연락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보육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지 이런 부분이 개선될 수 있다. 업무가 끝나면 사생활이 존중되어야 하는 게 맞다. 보육교사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유치원#어린이집#교사#개인번호공개#개인전화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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