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다. 시민들은 환호했다.
오늘(10일) 오전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탄핵심판 선고 재판에서 재판관 8명 전원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다"고 결정했다.
대부분 시민들은 헌재 결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여수엑스포역과 버스터미널에서 대기하던 시민들은 텔레비전 방송을 시청하면서 탄핵 결정이 선고되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었으나, 최초로 탄핵 당한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 재직시 최고 67%의 지지율을 나타내며 고공행진을 하기도 했지만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역대 대통령 최저 지지율 4%를 기록하기도 했다.
탄핵 당일 헌재 결정 생방송 중계에 시민들 반응이 뜨거웠다.
여수에서 개인택시를 운행 하고 있는 김아무개씨(55)는 탄핵결정이 1시간여 앞으로 다가오자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 이었다며 박 전 대통령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후안무치로 설명 될 수 있다"며 탄핵은 당연히 될 거라고 말했다.
여수 엑스포역 내 '맞이방'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텔레비전 뉴스를 지켜보던 중 헌재의 탄핵과 파면 결정이 내려지자 일제히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광무동에 거주하는 시민 A씨(58)는 "눈물이 났다. 우리 후손들을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탄핵되는 게 맞다"며 "이제는 모두가 행복한 나라, 통일된 나라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는 지도자를 택해 박근혜 정부 같은 무능, 부패 정권이 들어서지 않도록 국민들의 정치적, 사회적 견해를 높여야 할 때이다"고 말했다.
시민 B씨도 "오랜 체증이 내려앉은 느낌이다'며 "막힌 게 뚫리듯 오랫동안 앓던 병이 다 나은 느낌이다"고 소회를 전했다.
여수버스터미널에서도 대기실에서 텔레비전 생중계로 이정미 재판관이 판결문을 읽는 모습을 보던 시민들은 초반에 '기각 되는게 아닌가'하는 마음에 조마조마해 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초반에 세월호 부분은 탄핵 사유가 아니다고 판결문을 읽어서 뭔가 미심쩍고 무척 불안했다"며 "혹시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긴장을 하면서 텔레비전을 시청했다"고 밝혔다.
다소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이도 있었다.
올해로 35년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거주한다는 미국 국적의 김용진씨는 여행 차 3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 하는 동안 내내 뉴스와 신문을 봤지만, 이번 탄핵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국익에는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엑스포 역에서 시민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하는 것 또한 다소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정권이 바뀌게 되더라도 탄핵 정국이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기도 했다.
SNS상에서도 시민들은 "탄핵 되면 맥주 쏘기로 했다"며 장소를 알리기도 하고, "오늘 한잔 쏜다", "불금, 오늘 저녁 술집 대박나겠네요"라는 말도 올라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에 대한 시민들의 소감을 들어봤다. 여수시 선원동에 사는 김향(56)씨는 "오늘은 제 2의 광복절이다"고 말했다.
"광장민주주의가 승리한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건 '제2의 광복절'입니다. 왜 그러냐면 그동안에 정치권에서 너무 쉽게 용서해주고 또 덮어주고 그랬잖아요. 이제 그렇게는 안 된다고 봅니다. 몇 개월 동안 국민 대다수가 탄핵해야 한다고 외치며 아스팔트에 나갔던 거는 '적폐 해소'하자는 거였습니다. 앞으로도 인정상 여자 대통령이니까, 또는 그래도 대통령이었으니까, 이 정도 선에서 용서를 해주자고 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법 위반만큼 엄벌해야 합니다. 왜냐면 일제청산이 안 돼서 부역자 처단을 안해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구석구석 똬리를 틀고 있는 부역자 일당들을 전부 캐내서 확실한 법의 잣대가 적용이 되어야 하고, 그럴 수 있는 제대로 된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면 제 2의 광복절을 맞는 것이죠."김향씨는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다시 인터뷰를 추가하겠다며 "부정하게 취득한 '재산몰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전남본부(본부장 민점기)는 성명을 내 '박근혜 탄핵은 촛불혁명의 승리이자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의 시작이다'며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박근혜 파면, 탄핵심판 선고를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촛불혁명으로 대통령 탄핵은 이루어졌지만 적폐는 청산되지 않았다"며 적폐를 청산해 한국 사회가 '국가대개조' 그리고 '사회대개혁'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수시의회 원용규 의원은 "선출된 공직자는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기 때문에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처럼 사익을 위해서 사용한다는 것은 처벌받는 게 당연하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대통령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도 선출 공직자들이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헌재가 판결로 보여준 것이다"고 말해, 이번 판결로 지역 선출직에 대한 경종이 되리라고 전망했다.
촛불집회에 매번 나왔던 회계사 천상국(61,여서동)씨는 누구든 법 앞에 평등하다는 교훈과 무능하고 부정한 권력에 대한 경각심을 준 게 이번 탄핵의 교훈이라고 밝혔다.
"촛불집회에서도 나온 얘기지만 '거짓은 진실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이 하나 있고요. '어떤 권력도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헌법 1조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요. 앞으로 부정하고 무능한 권력은 대한민국에 발 못 붙이도록 해야합니다. 또 하나는 죄를 지었음에도 우리사회가 '유전무죄 무전유죄'였는데, 헌재가 대통령도 단죄를 했기 때문에 우리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모든 게 국민의 저력이라고 봅니다"
여수산단환경협의회 김민곤 상임이사(안산동)는 탄핵까지 이르게 된 것은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일이지만, 탄핵이 된 것은 잘된 일이라고 말하고 '국정공백'을 최소화하라고 장치권에 주문했다.
"결과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승복했으면 합니다. 저는 또 국정공백이 컸다는 게 너무 큰 손실이라고 봅니다. 하루 빨리 정상화되어야 합니다. 중국과 사드 문제, 무대응에 속수무책이잖아요. 또 미국이 대통령이 바뀌었는데도 외교 대응도 못하고, 국내 경제 사정도 공백기가 커서 문제입니다. 국가가 하루 빨리 국정공백을 채우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통령 뽑아놓고 땅을 치고 후회하면 소용이 없다고 봐요. 준비된 대통령 올바른 대통령 잘 뽑아야 하고 검증을 잘해야 합니다. 온 국민이 노력을 해야죠."
여수고 총동문회 수석부회장인 권세도(58) 전 광명경찰서장은 "헌재의 결정은 사필귀정이다"고 말하면서, 중요한 것은 "국론분열인데 모두가 승복하고 국민이 통합하는 게 필요하다"고 걱정을 했다. 또한 권씨는 "이번 기회를 국가발전의 촉매가 되어야 하고, 더불어 현명하고 능력있는 지도자를 잘 뽑는 것이 또한 국민의 몫이다"고 주문했다.
현장에서 직접 헌재의 결정을 지켜본 '청문회 스타' 여수의 이용주 국회의원도 전화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제가 87학번인데 87항쟁을 대학 다닐 때 겪은 역사적인 세대입니다. 다시 30년이 지나서 역사적인 현장을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헌재 결정 현장에 가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국민주권, 민주주의의 여망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봅니다. 이제부터는 그간의 모든 국가적인 논란을 뒤로 하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될 시점입니다. 국민들이 의견을 모으고 국민들이 통합의 자세로 임해야 하고요. 그런 방향으로 모든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봅니다."박근혜퇴진 여수운동본부 문종익 상임집행위원장은 남다르게 헌재 결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결정 순간 텔레비전을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약 5개월간 여수시민들과 함께 주말마다 촛불을 들었던 시간들이 지나가면서 가슴이 벅차서 흘린 눈물이다.
"기각이 되면 어찌해야 하나. 그러면 편 갈라선 국민들끼리 싸우는 형국이 될 텐데, 두려움이 또 압박감이 컸습니다. 부역자들이 저지른 일을 놓고 국민들끼리 도대체 왜 싸워야 하는지, 기각되면 계속 또 더 싸워야 한다니 앞이 캄캄했습니다. 촛불 든 사람도 태극기 든 사람도 모두 우리 국민 아닙니까? 그래서 기각이 안 된 점 때문에 벅차서 눈물이 났던겁니다. 이제 국민끼리 싸우지 않아도 되구요, 이제는 정치권에 문제 해결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촛불의 요구가 정당하다는 것을 헌재가 인정해줬다고 보기 때문에 정치권을 향해서 우리의 정당한 요구들을 해나갈 겁니다."
여수 촛불도 11일, 18일 계속 이어진다. 박근혜퇴진 여수운동본부 문종익 상임집행위원장은 축제 형태로 11일은 흥국체육관 앞에서, 18일은 여서동 정보고 사거리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시민들의 노고를 광장에서 축하하면서, '적폐청산'이라는 촛불의 요구를 완성시켜 나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은 지난해 12월9일 국회의원 300명 중 234명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이날은 그로부터 정확히 92일만이다. 그동안 17차례에 걸친 변론이 이뤄졌다. 오늘(10일) 박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오는 5월 9일 조기 대선이 치러질 전망이다. 헌법상 대통령직이 공석이 될 경우 60일 내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