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결정이 내려졌다.
당진의 촛불을 이끌어 온 '박근혜정권퇴진당진비상국민행동'(이하 당진비상행동)은 3월 10일 탄핵인용을 기념하며, 탄핵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자리를 신터미널 광장에서 진행했다. 이날은 특별한 공연이나 연사를 준비하지 않고 자리에 참여한 모든 이들 모두가 개별발언을 통해 탄핵의 의미와 기쁨을 나눴다.
사회를 맡은 당진비상행동의 조상연 사무국장은 "촛불의 의미는 특정한 사람이나 세력이 이끌어 온 것이 아니라, 촛불 하나하나 들고 일어선 국민 모두의 승리다. 오늘의 마이크는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다"라고 말하며 집회의 문을 열었다.
첫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김희봉 당진참여연대 전회장은 "탄핵심판 방송을 서울에서 내려오는 터미널에서 시청했다. 함께 TV를 지켜보던 이들이 선고 초반 탄식을 지었지만, 결과가 나왔을 때 다들 환하게 웃으며 얼싸안고 기뻐했다. 이제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진어울림여성회 김진숙 회장은 "오늘은 온 가족이 다 나왔다. 매주 목요일에 엄마가 없어서 힘들었을 아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사실 낮에 엄마들끼리 이미 맥주 파티를 벌이고 왔다.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사드가 한국에 들어왔다.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면서 또 다른 싸움의 시작을 알렸다.
당진포리의 대규모착유단지주민대책위 이근영 사무국장은 "고1인 아들이 있다. 이번 촛불 정국을 지켜보면서 나보다 아이가 한 뼘은 더 큰 것 같다. 새로운 민주주의의 장을 연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에 근무한다는 한 노동자는 "동료들과 교대 근무를 마치고 동료들과 술 한잔 하고 지나가다 촛불을 주시기에 얼른 자리 잡고 참석했다"면서 "사회가 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새로운 민주주의가 꽃 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진농민회 이종섭 사무국장은 "오늘만큼은 모든 이들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것 같다. 우리 농민들은 백남기 노인이 쓰러지는 순간부터 이 싸움이 시작했다고 믿고 있다. 아직 백남기 노인의 책임자 처벌이 남아있다. 오늘은 즐기겠지만 내일은 다시 투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강에 사는 한 농민은 "탄핵 순간에 마을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박사모를 하시는 주민이 있었는데, 탄핵 순간에 혼자 기뻐하지 못하더라"면서 "대한민국이 박근혜 때문에 갈갈이 찢겨져 있지만 하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진농민회 박유신 회장은 "일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탄핵 인용 소식을 전해줬다. 박근혜는 쌀값 21만 원 보장해 준다고 순진한 농민들의 표를 얻어갔다. 지금껏 대통령들이 농민과 노동자에게 감언이설로 표만 가져갔다. 이제 이런 고리를 끊어야 한다. 우리 농민들은 앞으로도 열심히 싸워 나갈 것이다. 여러분들의 응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날 집회는 20여 명의 시민들이 발언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탄핵인용을 듣는 순간을 언급하며 기쁨의 순간을 공유했다. 특히 이 날은 지나가던 시민들이 함께 하며 자리를 지켰다.
당진촛불 일지
2016년
-9월 27일 백남기 노인 사망에 따른 당진분향소 당진농민회 중심으로 설치(당진시청)
28일 당진 시민단체 중심으로 추모위원회 결성
-10월 20일·27일 백남기 노인 추모 촛불문화제
-11월 2일 백남기 노인 추모 촛불문화제, 백남기 추모위원회가 '박근혜 퇴진을 위한 당진비상행동'으로 전환.
-11월 3일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촛불' 구터미널에서 진행 400여명 참여, 1300인 시국선언 발표.
-11월 10일 신터미널에서 촛불집회진행. 400여명 참여. 김홍장 시장 등 민주당 참여 시작.
-11월 17일~12월 15일까지 매주 목요일 KT앞에서 촛불집회 진행.
-12월 20일 촛불평가 후 1차 촛불 집회 마무리
2017년
-1월 19일 이재용 불구속 영장과 함께 구터미널 인근에서 촛불집회 재개
-3월 4일까지 매주 목요일 당진촛불집회 개최,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매주 토요일 상경집회 참여
-3월 10일 박근혜 탄핵 축하로 촛불집회 마무리
조상연 사무국장은 당진촛불에 대해 "이번 촛불집회는 광우병 이후 최대의 인원이 최장 기간 참여했다. 한 겨울을 지났음에도 중앙은 물론 지역에서도 촛불의 열기가 식지 않았다"다고 말하면서 "이번 당진촛불은 백남기 노인의 사망이라는 아픔을 통해 큰 촛불로 이어지게 되었다. 백남기 추모회를 통해 당진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이게 되었고 그 추모회가 당진비상행동으로 전환이 된 것이다"라고 당진 지역에 촛불에 도화선을 설명했다.
덧붙여 "이번 정국을 통과하면서 우리 사회의 지배 엘리트의 수준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졌다. 이제 국민들은 어설픈 통합보다는 확실한 처벌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큼 기존 기득권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이후 전망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당진신문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