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열두 달 어깨에 매달려있는 조그만 가죽가방에는 얇은 시집 한 권이 항상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도 얇은 시집을 반으로 접어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일이 있지요. 끝에서 끝으로, 가령 면목동에서 일산으로 또는 보라매 역에서 분당으로 나들이 갈 적에는 지하철 안에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시집은 필수입니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언제적 기차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출퇴근길 지하철의 흔들림에 기분 좋게 몸을 좌우로 흔들어가며 시집을 읽다보면 쩍쩍 갈라진 세상인심과는 상관없이 사람의 마음을 유순하게 만들어줍니다.
시집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출근길 사가정역의 7호선 첫차에는 싸리빗자루로 길바닥에 시를 쓰는 시인들이 많이 탑니다. 대개가 60을 넘긴 고속터미널 미화원입니다. 햇수로 4년, 격일로 만나는 그분들과 이제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습니다.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일기를 쓰는 버릇이 생겨서 일기를 쓰고 있는데 옆에 앉은 빗자루 시인께서 어깨를 툭, 치더니 나보다 연세도 많으신 분이 젊은 사람 건강을 염려해주십니다.
"이렇게 매일 만나니 참 반가워요. 그런데 아침마다 뭘 그렇게 열심히 써요? 글쓰는 분인가? 이도 좋고 저도 좋지만 항상 건강하고요."▶ 해당 기사는 모바일 앱 모이(moi) 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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