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대선 후보를 내겠다는 것은 '염치가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14일 오후 경남도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늘푸른한국당은 지난 12일 전국 핵심 당직자회의를 열어 이 대표를 대선후보로 내세우기로 했다.
간담회에서 이재오 대표는 "오는 12월에 대선이 되면 좋은 인사를 영입할 생각이었는데, 조기에 되었다. 나는 당을 만들면서 공직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후보 영입이 잘 되지 않아, 당직자들의 요청을 받고 한 달 가량 버티다가 지난 12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유한국당 소속인 홍준표 지사가 늘푸른한국당으로 대선에 출마할 것을 권유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자유한국당'을 '한국당'이라 하지 않고 '자유당'이라 불렀다.
그는 "홍 지사와 사적으로 형동생하는 사이니까 자유당은 안 된다고 했다. 늘푸른당에 오면 적극 돕겠다고 했다. 대답을 안하더라. 자유당에 후보로 가겠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범보수 후보 단일화 관련 질문에 이 대표는 자유한국당은 대상에서 제외라 했다. 이 대표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후보 단일화를 할 수 있지만, 자유당하고는 후보 단일화를 하면 (국민들이) 다시 표를 찍어 주겠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자유당이 대선 후보를 내려면 현재 스스로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대통령을 저렇게 만든 책임을 자유당이 져야 한다"며 "하루이틀도 아니고, 대통령한테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 탄핵에 아무도 책임을 안 지면서 후보를 낸다는 것은 염치가 없는 것"이라며 "국민한테 잘못했다는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스탈린 이야기를 했다. 이 대표는 "감옥에 있을 때 스탈린전기를 감명 깊게 읽었다. 스탈린 장례식에서 딸이 답사를 하면서 '우리 아버지가 독재를 한 것은 맞다. 그 책임은 아버지한테 있다.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은 왜 독재를 하면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침묵한 여러분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며 "우리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직을 그만두었으면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던 집권당이든 여당이든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다시 후보를 내겠다는 것은 속된 말로 염치가 있나. 나는 그런 당하고 같이 안 한다. (단일화) 하려면 국민 앞에 대통령 보좌를 잘 못해서 불행하게 만든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다고 고개 숙여야 한다"고 했다.
또 그는 "대통령이 파면되었는데, 당이 존재 가치가 있나. 해체하고, 쉴 사람은 쉬고, 그만둘 사람은 그만두고, 그래도 정치하겠다고 하면 반성문부터 써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하는 짓이 뭐냐. 그 사람들과 단일화는 없다"고 했다.
이재오 대표는 "홍준표 지사가 자유당 후보로 나서는 것은 말리고 싶다. 거기에 가지 말고 늘푸른당에 오면 내가 양보하겠다"고 했다.
"태극기 집회의 성조기는 혼동"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일명 '태극기 집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재오 대표는 "우리는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를 경험했다. 탄핵을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좋은데 '보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생각을 달리한다"고 말했다.
"태극기 집회 구경을 해봤다"고 한 그는 "큰 깃발을 들고 나온 게 성조기(미국)였다. 박 전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위해서 일하다가 탄핵된 게 아니다. 그런데 왜 성조기를 들고 나가느냐"고 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개인한테 권력을 넘겨주었다. (태극기집회는) 대통령 가치와 대한민국 정체성을 혼동해 버린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을 지키는 게 보수를 지키는 것처럼 호도해 버렸다. 보수의 가치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재오 대표는 개헌을 강조했다. 그는 "나라의 구조가 이대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지금은 모든 게 대통령 책임이다. 홍수가 나도, 바람이 불어도, 전봇대가 무너져도 대통령 책임이다"며 분권형 대통령제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선 행보로, 이날 오전 임진왜란 때 활약했던 이운룡 장군을 기리는 의령 '기강서원'과 창원 국립315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이재오 대표는 마산시장을 지낸 황철곤 최고위원 등과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