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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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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는 5월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이 제거된 사건으로 해석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도전'으로 정치가 희화화될 소지도 사라졌다. 그러나 반기문에 이어 황교안이라는 선택지를 잃은 범보수층으로서는 '더욱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어려운 싸움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 됐다.

자유한국당의 대다수 의원들은 이날 침묵을 지켰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박근혜 대리인으로 국정을 지켜야하는 권한대행의 위치 때문에 극렬 보수층의 눈길을 끌었지만, 대통령의 파면이 확정된 후로는 '황교안 대망론'의 한계가 명확해졌다는 얘기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불출마한 2월 1일 이후의 갤럽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황 대행의 지지율은 2월 둘째주(7~9일)에 두 자리 수(11%)를 기록했을 뿐 8~9%를 맴돌았다. 심지어 '박근혜 향수'가 강한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황 대행의 지지율(3월 7~9일, 11%)은 더불어민주당 안희정(29%), 문재인(18%)에 미치지 못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근혜 탄핵'으로 실의에 빠진 보수층의 마음을 사고 중도로 확장하기에는 ▲ '박근혜 아바타' 이미지 ▲ 권한대행 사퇴로 인한 '국정 공백' 비난여론 ▲ 낮은 지지율 ▲ 신인에게 더욱 가혹한 검증이라는 '4대 난제'를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

반기문의 불출마 이후 황 대행이 주목을 받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관심은 황 대행의 10% 안팎 지지율을 누가 가져갈까로 모아진다.

일단 눈에 띄는 인물은 홍준표 경남지사다. 4선 국회의원에 당대표, 광역단체장을 두루 거친 홍 지사는 한반도미래재단 초청 특별대담에서 "한국도 '우파 스트롱맨 시대'를 열어야 미국의 트럼프, 중국의 시진핑과도 맞짱을 뜬다"고 말했다. 2007년 경선에도 출마했던 그는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후보자 등록을 마친 뒤 1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출마 선언을 할 계획이다.

한국당 친박계에서는 '탄핵반대 진영의 영웅'으로 떠오른 김진태 의원이 14일 출마를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계파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수준은 아니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호남 출신의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름도 나오지만 경쟁력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원유철·안상수·조경태 의원과 김관용 경북지사,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박판석 전 새누리당 부대변인,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 등도 출마 선언을 했지만 아직까지 유의미한 지지율을 기록한 후보들은 아니다. 김문수 전 비대위원은 불출마를 선택했다.

TK지역의 한국당 초선 의원은 "선택지가 없는 것 아닌가? 대선을 이기기에는 상황이 너무 어려워졌다. 비관론이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르면 16, 17일경부터 황 대행이 빠진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지지율이 뛰는 후보들이 나오면 그동안 관망하던 다수의 한국당 의원들도 거취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바른정당은 '황교안 불출마' 정국을 반기는 상황이다. 황 대행이 출마할 경우 보수층 표심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냐, 충성이냐의 프레임으로 짜여지며 바른정당 후보의 운신을 그만큼 힘들게 할 측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황교안 권한대행 시계' 등을 공격했던 바른정당에서 "당연한 결정이다. 지금부터라도 정치적 구설수에 휘말림 없이 공정한 대선관리에 매진해 달라"(이기재 대변인)는 '점잖은' 논평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평균 5%에 훨씬 못 미치는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유승민·남경필 후보도 "승부는 이제부터"라며 탄핵 사태로 떠나간 보수표를 흡수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국민의당이나 자유한국당, 김종인 전 대표 등과 함께 하는 '반문재인 연대'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의원의 경우 14일 국민의당 손학규 후보를 만난 뒤 "각 당의 경선이 끝난 뒤 연대나 후보 단일화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유승민 캠프의 전략을 맡고 있는 조해진 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개헌을 매개로 해서 제3지대 단일화로 가야한다는 김무성 전 대표의 구상에 유 의원이 소극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입장이 많이 조정됐다"고 전했다. 진수희 캠프 대변인은 "(보수 단일화는) 자유한국당 후보가 누가 될 것이냐, 그 당을 얼마나 혁신할 것이냐에 따라 판단을 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남경필 캠프의 이성권 대변인도 "황교안 불출마로 바른정당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국정농단 세력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서 유승민·남경필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데, 앞으로 거듭되는 토론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황교안, #홍준표, #김진태, #유승민, #남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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