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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새벽 2시, 고맙고 재미있는 일이 있었지요. 밤 12시면 지하주차장 문을 닫아놓는데 회사에서는 열어주지 말라고 합니다만 사람이 하는 일인데 어찌 원칙대로만 할까요. 가령, 상무님이 부하직원들과 회식 후 대리기사를 불러놓고 열어달라고 하면 내가 뭔 힘이 있어 안 된다며 버틸 수 있느냐 이거지요. 다만 음주 후 대리기사 없이 자가운전하겠다는 사람은 상무 전무 아니라 회장님이라도 안 열어줍니다. 직원의 안전을 지키는 일도 우리 경비업무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회사 직원이 아닌 입주해 있는 땡땡번가의 쇼핑몰 팀장 한 분이 미안하다며 주차장 문 좀 열어달라고 사정을 합니다. 술에 취한 분도 아니고 열어주었지요. 평소에도 경비원이나 미화원에게 다정다감한 분이고 회사의 규칙을 잘 아는 분이지요. 모르기는 해도 다른 경비원들은 입주회사 직원이라며 얕잡아보고 평소에 매몰차게 거절을 해왔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더욱 고마웠던지 만원짜리 한 장과 '괜찮아' 라고 쓰인 껌 한 통을 내밉니다.

"입이 텁텁했는데 잘 됐습니다. 껌은 받겠습니다. 하지만 돈은 팀장님의 마음만 고맙게 받겠습니다. 제가 할 일을 한 거고 또 회사에서 월급을 받습니다. 여기 껌에 쓰인대로 괜찮습니다. 고맙습니다."

팀장님과 기사분이 나의 말에 기분좋은 미소를 짓습니다. 돈은 거절했지만 사실은 내 기분이 더 좋은데 말이지요. 그러나 그 좋은 기분은 오래 가지를 않았습니다. 동료 한 사람이 순찰을 돌며 봤던 모양입니다. 순찰을 돌다 말고 되돌아와서 왜 돈을 안 받았냐며 쌩으로 난리를 부립니다. 그래서 그게 돈 받을 일이냐며 화를 냈더니 12시 넘어서 누가 주차장 문 열어주랬냐며 엉뚱한 시비를 겁니다.

딱, 한마디 했지요.

"옳고 그른 건 당신이 판단할 일이 아니고, 팀장보다 이왕이면 소장한테 직접 보고 해. 됐지?"

* 사진은 배롱나무와 함께 찍은 회사건물인데 사진 멋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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