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꽃 향기를 보냅니다
사랑도 깊어지면 호수가 될까. 옥빛 호수 옥정호에는 그리운 형님이 살고 계신다. 고향을 호수에 묻고서 이주한 골짜기에서도 다 떠나고 달랑 외딴집으로 살고 있다. 7년 동안 키운 블루베리 나무 여섯 그루를 캐서 트럭에 실고 간다. 추어탕 김밥 샌드위치를 챙겨서 달려간다.
옥정호 머리맡에 심은 고추밭에서 지주대와 고추대 뽑기 일손을 돕는다. 허리가 휘청거린다. 잠시 올려다보는 하늘은 파랗다. 고추대 뽑다가 발아래 냉이꽃에 화들짝 놀랐다. 냉잇국을 좋아하는 누님이 떠올랐다.
한봉 벌통에 둘러싸인 외딴집 텃밭에서 누님과 냉이를 깼다. "봄처녀가 따로 없네요." "하하하" 도란도란 이야기꽃도 향기롭다. 손으로 뽑은 냉이가 두 손 가득 찼다. 앙증맞은 꽃들은 은하수 별빛을 담았다. 냉이꽃 향기는 어떨까.
한 뿌리 한 뿌리 냉이가 부케가 되자, 누구에게 이 꽃을 선물할까. 탄핵으로 사드로 지친 촛불 시민들이 떠올랐다. 좋은 음식만 보아도 떠오르던, 하늘로 가신 어머니처럼 떠오르는 세월호 엄마들. 두 손 가득 안은 냉이꽃이 눈물꽃처럼 아른거린다.
세월호 아이들 서러운 눈망울처럼 눈부신 냉이꽃 미수습자 엄마들 눈에 고인 피눈물, 두 눈에 맺히는 이슬 부끄러워 하늘을 본다세월호 유족들 염원이 하늘에 다다르길 간절히 두 손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