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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이면 학부모총회 등 자녀와 관련된 행사가 많아 '워킹맘·워킹대디' 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이런 행사들은 주로 평일 오후에 열리기 때문에 회사에 미리 연차 혹은 반차휴가를 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고 근무환경이 열악한 회사의 '워킹맘·워킹대디'들은 회사 사정 때문에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설령 휴가를 승인받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그 후 돌아올 직장 상사의 잔소리를 각오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60조는 근로자의 연차휴가사용에 대한 '시기 지정권'을 규정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휴가사용 시기를 사전에 회사에 특정하여 고지한다면 회사의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관련 기사 : '회사 승인 없이 연차휴가 쓰면 무단결근?'). 그러나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회사의 업무에 가능한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휴가를 사용해야 할 '성실의무'가 있고, 현실적으로 위계가 있는 조직생활에서 하급자가 일방적인 휴가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회사와 근로자 양측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은 '반차휴가' 사용이라 할 수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일과시간 중 반일만 휴가를 사용해도 자녀의 학교행사에 참여한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회사의 입장에서도 업무에 오는 지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 '반차휴가' 도 근로기준법에서 보호하고 있을까?  

근로기준법은 연차휴가를 1일 단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반차휴가'와 관련된 규정은 없다. 따라서 회사는 근로자들의 연차휴가사용에 있어 휴가를 반일 단위로 부여하는 '반차휴가' 제도를 실시하지 않아도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다. 관련법규정이 없으므로 '반차휴가' 는 회사가 허용할 경우에만 근로자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역시 근로자의 청구에 의한 휴가 사용의 일 개념은 원칙적으로 '일하기로 정한 단위 근무일'을 의미하지만,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일'의 일부를 분할하거나 단위 근무일의 반일을 휴가로 할 수 있도록 정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 할 수 없다고 하여, 연차휴가의 반일 사용을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많은 사업장에서 노사합의나 회사의 취업 규칙 등을 통해 '반차휴가'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데, 근로자 입장에서는 반일 정도만 휴가사용이 필요한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불필요하게 1일 모두 휴가사용을 하지 않고 근로자의 필요에 따라 연차휴가를 0.5일씩 분할 사용할 수 있어 휴가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도 업무상 필요에 따라 근로자들의 '반차휴가'를 독려할 수 있어 업무상 장애를 줄일 수 있다. 

다만, '반차휴가' 제도를 도입하고자 할 경우에는 취업규칙 등에 규정을 하거나 별도의 지침 등을 제정하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예컨대 생산현장 등과 같이 생산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회사가 지침에 따라 이를 허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편, 연차휴가를 지나치게 세분화하여 1시간 단위, 2시간 단위 등으로 하는 것은 연차휴가제도의 취지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므로 위법성 소지가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반차휴가' 제도는 회사가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사항은 아니다.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회사에 '반차휴가' 사용을 허용해 달라고 강요할 법적 근거도 없다. 그러나 회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직원들이 효율적·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여 이윤을 창출하게 하는 데에 있으므로 직원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해 업무를 함에 있어 동기부여 될 수 있게 '반차휴가' 제도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볼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후록 시민기자는 공인노무사입니다.



#연차휴가#반차휴가#근로기준법#직장맘#노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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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로서 '노무법인해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노무자문, 급여관리, 근로자들의 부당해고, 체당금 사건 등을 수행하면서 널리 알리면 좋을 유용한 정보를 기사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blog.naver.com/lhr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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