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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기도 내 자사고와 특목고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립고등학교에서는 석식을 먹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야간자율학습(아래 야자)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 교육청이 야자 폐지에 앞서 석식을 폐지한 것이다. 시행 전부터 상당히 많은 논란이 있었던 이 정책은 이제 막 한 달을 넘겼다. 석식이 사라진 경기도 고등학교의 모습은 어떨지, 학생들은 석식 폐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현장에서 직접 바라보았다.

사교육으로 빠지는 학생들

석식이 폐지된 이후 고등학교에서는 야자 대신 학원과 자습실을 다니는 학생들이 많아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석식이 있었던 때만 해도 학교에서 식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학원, 자습실 대신 야자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하지만 끼니를 해결하기 어렵게 되자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기 시작했다. 경기도 부천시 ㅅ 고등학교는 2016년까지만 해도 200여 개의 야자실 좌석이 꽉 찬 채 야자를 진행한 경우가 많았지만 2017년 3월 현재는 좌석의 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꽉 찼던 야자실에는 적막만 가득했다.
▲ 텅 빈 야자실 작년까지만 해도 꽉 찼던 야자실에는 적막만 가득했다.
ⓒ 조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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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야자 대신 학원과 자습실을 선택하고 있다. 아직 경기도 교육청이 계획하고 있는 야자 폐지는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학생들이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 더구나 정치권에서 사교육 축소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는 상황에서 경기도 교육청의 정책은 많은 질타를 받을 우려가 있다.

본격적으로 야자가 폐지된다면 학생들이 야자 대신 사교육을 선택하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학부모들의 사교육 지출액 역시 늘어날 것이다. 이재정 교육감에게 묻고 싶다. 과연 이것이 경기도 교육청이 진정으로 원하던 것인가?

'저녁 딜레마'에 빠진 학생들

석식이 폐지되면서 피해를 보게 된 건 야자를 지속적으로 하던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야자를 하지는 않지만, 부모님의 맞벌이 등의 이유로 저녁 식사를 학교에서 하던 학생들은 갑자기 식사장소를 잃어버렸다. ㅂ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 군(18, 부천시)은 "1학년 때는 학교에서 저녁을 해결했기 때문에 식사 걱정이 없었는데 석식이 폐지되고 나서는 끼니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엄격한 기준 아래 균형 잡힌 영양을 공급하던 석식을 먹을 수 없게 된 학생들은 균형 잡힌 식사를 하지 못한 채 슈퍼 같은 곳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ㅂ 고등학교에 다니는 전 모 군(18, 부천시)은 "이제 학생들이 슈퍼에서 빵이나 과자로 끼니를 때우기 시작했다"라며 학생들의 영양 상태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석식 폐지가 학생들에게 어떠한 악영향을 주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학업에도 영향을 끼치는 석식 폐지

석식 폐지는 학업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석식이 폐지되면서 야자를 신청하는 학생의 수는 급격히 줄었다. 때문에 학생들의 학업에도 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ㅅ 고등학교의 학생 25명을 대상으로 '석식 폐지 이후 야자, 그 영항은?'이란 제목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보았다.

'학업에 지장이 생겼다'라고 응답한 학생은 16명으로 64%를 차지했다. 3명(12%)의 학생은 분위기에도 영향이 있다고 응답하며 석식 폐지가 자신들의 학업에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역설하는 듯하였다. '아무런 영향이 없다'라고 응답한 학생은 3명(12%)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3명(12%)의 학생은 '잘 모르겠다'라고 응답하였다.

설문조사에 응한 학생 중 76%가 석식 폐지 이후 야자로 인한 영향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본 설문조사가 보여주는 것과 같이 석식 폐지는 사교육, 학생들의 영양뿐만 아니라 학업에도 지장을 주고 있었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이재정 교육감은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다. 이재정 교육감 아래 경기도 교육청은 그간 많은 진보적인 정책들을 펼쳤다. 9시 등교가 그 대표적인 예이며 경기도 교육청의 정책은 대부분 논쟁을 불렀다는 점이 특징이다. 경기도 교육청은 9시 등교가 학생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주장했으며 실제로 학생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줬다.

하지만 이번 석식 폐지는 어떤가. 의도는 아니었을지라도 경기도 교육청의 석식 폐지는 학생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정책의 의도와 계획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그 정책의 영향을 받는 이들이 원치 않는다면 그 정책은 절대 좋은 정책이 아니다.

앞으로 나아갈 때는 먼저 주변을 살펴야 한다. 주위에 위험한 것은 없는지, 길은 정확히 숙지했는지 파악해야만 안전하게 나아갈 수 있다. 정치도 그렇다. 항상 새 정책을 도입할 때는 그 정책이 주권자에게 정말 필요한지, 지속 가능한지, 또 현실성이 있는지 따져야 한다. 하지만 석식 폐지는 그렇지 않다.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을 뿐이다. 경기도 교육청은 석식 폐지가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고 재고해야 할 것이다.

과연 석식 폐지는 학생들은 위한 정책이었을까?
▲ 경기도 교육청 과연 석식 폐지는 학생들은 위한 정책이었을까?
ⓒ 경기도 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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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석식폐지, #이재정 교육감, #경기도 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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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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