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끝에 '보' 자부터 가겠습니다. 보, 고, 싶, 다!"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시민들이 우산을 활짝 펼쳤다. 304개 노란색 우산이 검은색 아스팔트 위에서 꽃처럼 피었다. 우산으로 만든 글자는 '보고 싶다'와 '사람 먼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을 향해 보낸 메시지였다.
2일 세월호가 접안해 있는 목포신항에선 '세월호 잊지 않기 목포지역 공동실천회의' 주최로 '기다림의 시간 1083일, 그립다 보고 싶다' 행사가 열렸다. 주말을 맞아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이들로 북적였다.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세월호를 보러 온 이들은 주최 측에서 마련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행사의 문을 연 것은 '세월호 우산프로젝트 공연'이었다. 주최 측과 시민들이 동시에 우산을 펼쳐 글자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실천회의 정태관 공동대표는 "우산으로 퍼포먼스를 많이 한 데서 착안했다"며 "노란색 우산을 통해 세월호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주 와야 시민 무서운 줄 알 것 같다"
메인 이벤트는 '진실인양 띠잇기'였다. 노란색 리본을 든 시민들이 한 줄로 서서 인간 띠를 만들었다. 신항 북문 인근에서 출발한 인간 띠는 신항 주차장까지 약 300m까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리본에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등의 문구를 써넣었다.
남편, 아들과 함께 행사장 한 쪽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줄 리본을 자르던 전경님(44)씨는 "목포에 사는데 집에 있기는 그래서 나왔다"며 "가까운 데로 세월호가 왔으니까 자주 오겠다. 그래야 (정부가) 시민 무서운 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인간 띠 행사에 참여한 시민 몇 명은 주최 측이 나눠준 흰 마스크를 쓴 채 행진을 했다. 실천회의 정 공동대표는 "무언(無言)의 의미"라며 "입 다물지만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표현"이라고 흰 마스크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인간 띠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를 뜻한다. 시민들이 함께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라고도 덧붙였다.
신항 부두 정문 근처까지 행진한 시민들은 세월호가 보이는 신항 주차장으로 가 부두 철책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그 후 몇 분간 세월호를 바라보며 묵념을 했다. 두 아이와 함께 리본을 묶고 나오던 김향숙(52)씨는 "부모의 마음으로 리본을 묶었다"며 "우리 딸이 단원고 애들보다 한 살 어리다. 우리 얘기가 또래라 일 같지 느껴지지 않았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후 신항 북문 쪽으로 다시 행진한 시민들은 "침몰 원인 밝혀낼게", "책임자 처벌할게", "영원히 기억할게"를 다 함께 외친 뒤 행사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여한 추모단체와 일부 시민들은 목포역으로 이동해 목포 버스터미널까지 '도보순례' 행사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