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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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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산 아래에서 오고, 남녘에서 먼저 온다기에 지난 2일 7개월여 만에 월출산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월출산은 설악산, 주왕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암산으로 꼽히는 산입니다. 그만큼 절경을 품고 있지만, 또 힘들기도 합니다.

월출산을 처음 마주했던 게 유난히 더웠던 지난해 여름, 그중에서도 가장 더웠던 8월의 어느 날입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작년 8월 10일이군요.

영암읍사무소에서 야외활동을 자제하라고 할 정도로 더웠던 날, 천황사에서 도갑사까지 혼자 울면서 월출산을 종주했더랍니다. 가지고 갔던 얼음물 5개를 천황봉 오르기 전에 이미 다 마셔버렸고, 힘들고 지쳐서 산타면서 처음으로 '아버지 살려주쇼'하며 울었습니다.

도갑사로 간신히 내려와 대웅전 본체만체하고 감로수만 벌컥벌컥 마시고 나선, 다시는 삼복더위에 월출산을 오지 않으리라 맘 먹었더랍니다. 그리고 잊고 지내다가 봄이 온다기에 새벽길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울지 않았습니다.

아침 안개 가득 머금고 천황사 입구에서 등반을 시작했습니다. 건너편 활성산과 국사봉에 해 뜨니 안개는 운해나 다름없습니다. 구름다리 건너 사자봉 휘돌아 통천문을 지나니 천황봉입니다.

바람재 삼거리로 내려와 향로봉, 구정봉 뒤에 받쳐두고 경포대로 내려왔습니다. 월출산 경포대는 강릉의 경포대와 이름이 같지만 가운데 한자가 포구 할 때 포(浦)자가 아니라 수건 포(布)자를 써서 경포대(鏡布臺)라고 합니다.

월출산 천황봉과 구정봉에서 발원해 강진 성전면으로 흘러내리는 골짜기가 비경인데요.
골짜기가 아래에 이르러 수건처럼 펼쳐진다고 하여 경포라 하였습니다. 금릉경포대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백운동계곡에 다산 정약용과 그의 제자들이 차를 마시며 백운12경을 그리고 시를 지었다는 백운동 정원이 있습니다.

1경은 백운동에서 바라본 월출산 구정봉입니다. 6시에 시작해 12시쯤 무사히 내려왔습니다. 봄날 월출산 산행, 시 한수로 마무리합니다.

영암벌 감싸안은 운해에 몸 실어 구름다리 오르고
사자봉 기운 받아 통천문 열어젖히니 천황봉이요
백운동에서 데운 찻물 구정봉에서 이슬 맺히고
수건 펼쳐 골짜기 울음 보듬으니 월출산 경포대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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