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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북동부 알자스(Alsace) 주의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도시의 구시가인 그랑 딜(Grande Ile)을 마치 해자(垓子)처럼 둘러싼 일(Ill) 강의 두 지류가 시원스럽게 흐르고 있었다. 강 폭은 좁지만 수량이 풍부하고 깨끗해서 아주 쾌적한 느낌이 든다. 나는 일 강 위 다리를 건넌 후 살랑살랑 걸어 스트라스부르의 구시가 안으로 들어섰다.

1988년에 구시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오랜 역사의 도시 스트라스부르. 이 도시의 주요 여행지는 구시가 안에 모두 모여 있어서 나는 천천히 걸어 다니며 둘러보기로 했다. 알자스의 목조 가옥과 강변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보이는 곳마다 그림 같은 풍경이니 나는 걸으면서 카메라를 잠시도 내려 놓을 수 없었다. 나는 큰 길을 따라 한 곳을 찾아갔다. 내가 직진하고 있는 곳은 스트라스부르의 랜드마크, 노트르담 대성당(Cathedrale de Notre-Dame)이었다.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은 구시가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 노트르담 대성당.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은 구시가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 노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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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큰 도시건 작은 도시건 도시의 중심이 성당이고, 성당이 그 도시에서 가장 큰 건축물이다. 노트르담 대성당도 스트라스부르 옛 시가지의 한 중심에 우뚝 서 있다. 이 대성당의 압도적인 면모는 엄청난 크기에서 드러난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현재도 스트라스부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어서 길을 걷다가 고개만 들어도 성당이 딱 보인다. 아무리 좁은 골목길로 잘못 길을 들더라도 노트르담 대성당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스트라스부르 시내 어디에서나 보이는 높은 첨탑 때문에 노트르담 대성당을 찾아가는 것은 난이도가 가장 낮은 길 찾기이다.

성당 앞 광장에는 군밤 같은 먹거리를 파는 노점과 카페가 성업 중이다.
▲ 군밤 기차. 성당 앞 광장에는 군밤 같은 먹거리를 파는 노점과 카페가 성업 중이다.
ⓒ 노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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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이 가까워오자 수많은 노천 레스토랑과 카페에 관광객들이 가득 하고 군밤을 파는 기차 모양의 노점도 성업 중이다. 그 옆으로 늘어선 기념품 가게들과 코끼리 열차 출발점은 여행지의 낭만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었다. 노트르담 대성당 앞 광장에는 각국에서 온 수많은 여행객들이 여행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나는 이 멋진 광장을 찾아온 세계 각국의 여행객들 물결 속에서 노트르담 대성당 방향으로 계속 걸었다.

그리고 나는 드디어 스트라스부르의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 섰다. 같은 이름의 '노트르담 대성당'이지만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볼 때와는 다른 느낌의 거대한 노트르담 대성당이 내 눈 앞에 서 있었다. 아니,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보다 훨씬 놀랍도록 인상적인 노트르담 대성당을 나는 만났다. 나는 광장에 서서 노트르담 대성당을 마주하면서 스트라스부르의 중심에 서 있다는 느낌, 내가 세상의 중심에 서 있다는 느낌, 그리고 내가 지금 여행을 와 있다는 생생한 느낌을 받았다.

이 노트르담 대성당은 1176년에 여러 채의 교회가 있던 장소에 짓기 시작하여 1439년에 완공되었다. 그 이후로도 노트르담 대성당은 1880년까지 건물이 증축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니 수백 년 동안 이 모습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것이다. 이 성당은 수백 년 간 스트라스부르 시민들이 최고의 정성을 다해 만들어온 최고의 예술품이다.

이 노트르담 성당이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과 느낌이 완전히 다른 것은 성당 건립 당시에 인접국인 독일 건축양식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성당의 첨탑 수는 다르지만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은 외견 상으로 독일의 쾰른 대성당과 건물 골격이 상당히 닮아 있다. 실제로 1521년에 종교개혁 물결이 전 독일을 휩쓸었을 때 이 성당도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되었다가 1681년에 스트라스부르가 다시 프랑스 영토가 되면서 다시 가톨릭교회가 되었다.

서쪽을 바라보고 있는 성당 앞 정면 파사드(façade)는 고슴도치 가시가 상부를 찌르는 듯 뾰족한 고딕 양식으로 건축되었다. 나는 파사드 아래까지 가서 웅장한 파사드를 올려다 보았다. 파사드 외벽에는 각 구획마다 조각된 입체세공 조각이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외벽 각 구획마다 조각되어 있는 성인들의 섬세한 조각상을 보고 있으면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성당을 멀리서 바라볼 때에는 그 엄청난 크기에 감탄을 했고, 이제 바로 밑에서 올려다보니 그 정교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인물상의 표정과 옷자락의 구김까지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
▲ 파사드의 인물 조각상. 인물상의 표정과 옷자락의 구김까지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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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사실은 그 많은 인물상 중에서 같은 자세나 같은 표정의 인물상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여러 인물상의 옷자락이 마치 실제 옷을 보듯이 접혀 있는 모습은 그저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게 만든다. 게다가 정교하게 살려놓은 인물의 표정 하나에도 그 사람의 내면 성격이 드러나 보이는 것 같다. 마치 현대의 캐릭터 캐리커처 같이 여러 인물들의 얼굴 특징과 성격을 잡아낸 모습이 보는 사람을 웃음 짓게 한다. 문서를 노려보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의 인물상은 마치 생전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노트르담 대성당 외벽의 붉은 사암이 햇빛에 밝게 빛나고 있다.
▲ 노트르담 대성당과 태양. 노트르담 대성당 외벽의 붉은 사암이 햇빛에 밝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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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웅장한 대성당의 외벽은 날씨와 햇빛의 방향에 따라서 다른 색을 띠고 있었다. 붉은색 사암으로 만들어진 이 대성당은 햇빛을 받아 더 진한 붉은색으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붉은 색감으로 빛나는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나무가 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 붉은 거대한 건축물은 자신의 따뜻함을 발 밑의 사람들에게 과시하고 있었다.

바로 앞에서 본 성당이 압도적이고 경이롭게 보이는 것은 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 때문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답게 뾰족한 첨탑이 아주 높게 뻗어 있는데 그 높이가 무려 142m나 된다. 1439년에 완성된 이 첨탑으로 인해 노트르담 대성당은 수백 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

높이가 높은 철골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서는 현대에도 이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높은 성당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요새도 이 성당의 높은 첨탑을 자꾸 올려다보면 목 디스크가 걸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이다. 성당 앞 광장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성당 전체 사진을 찍어 보았더니 성당의 압도적인 규모가 더 생생하게 드러난다.

산의 능선을 따라 낮게 옆으로 퍼져나가는 옛 우리의 건축물들과 달리 유럽의 고딕 성당들은 왜 이처럼 하늘을 찌를 듯한 직선으로 높게 만들어졌을까? 신은 하늘에 계시고 신이 계신 하늘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건축물에 드러났기 때문일까?

당시 모두 기독교 국가들이었던 유럽 강대국들은 성당을 짓는 것이 국가와 왕조 간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한 나라를 대표하는 고딕 양식 성당들이 15세기를 중심으로 수백 년 동안 집중적으로 지어졌다. 그러면서 고딕 성당의 첨탑은 경쟁적으로 높이 높이 올라갔다. 이 노트르담 대성당의 가공할만한 높이도 당시 프랑스 왕국의 왕조와 국가의 권위를 높이는 경쟁의 산물일 것이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는 입장객들의 줄은 성당 밖에 길게 이어져 있었고,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성당 내부를 향해 들어가고 있었다. 나도 긴 줄 안에 포함되어 성당 안으로 조금씩 들어갔다. 성당의 외관과 마찬가지로 성당 내부는 시원스럽게 넓었다. 성당 내부에는 수많은 여행객들이 움직이면서 내는 소리로 인해 조용한 웅성거림이 퍼져 있었다.

화려한 샹들리에 조명의 밝은 빛으로 성당 내부가 환하게 빛나고 있다.
▲ 성당 내부. 화려한 샹들리에 조명의 밝은 빛으로 성당 내부가 환하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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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성당 내부는 어두워서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사진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 노트르담 대성당은 성당 안의 풍부한 빛 덕분에 편안하게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빛의 근원지를 살펴보니 천장에서 내려온 휘황한 샹들리에 조명과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햇빛이 성당 안에 가득 퍼져 있었다. 내부가 어두운 다른 성당과 달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내부는 예상 외로 밝고 화려했으며 성당 안 분위기는 너무나 따뜻했다.

성당 중앙 홀 주변 회랑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 상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는 신자들이 있다. 그리고 성당 정면을 바라보는 중앙홀 예배석에는 함께 기도를 드리고 있는 노부부들이 앉아 있다. 그들이 살아온 인생역정도 잘 모르고 그들이 어떤 기도를 드리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모습은 여행자인 나까지 숙연하게 만드는 엄숙함이 있다. 기도하는 그들의 표정에는 기도의 진실성이 담겨 있다. 특히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는 노부부가 함께 하는 기도는 너무나 아름다워 보인다.

오색 찬란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스트라스부르 기독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 스테인드글라스. 오색 찬란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스트라스부르 기독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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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의 유명세는 성당 내부로 햇빛을 끌어들이는 스테인드글라스에도 있다. 성당의 총천연색 스테인드글라스는 방금 물감을 뿌린 듯이 밝고 화려하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중에서도 이 노트르담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가 가장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특히 노트르담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12세기~14세기의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와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성당 상단 스테인드글라스는 간결하고 깔끔하게 그려진 반면, 성당 하단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정교하고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오색찬란한 이 스테인드글라스 속에는 스트라스부르 기독교의 이야기들이 자랑스럽게 담겨 있다.

고딕 양식 성당에는 성당 정문 위에 원형으로 격자를 장식한 장미창이 많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노트르담 성당에도 장미창이 성당 정문 위에 자리잡고 있다. 장미창도 워낙 큰 규모여서 이 장미창에 장식된 스테인드글라스가 바로 성당에서 제일 큰 스테인드글라스다.

성당에서 가장 큰 장미창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햇빛이 방사상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 장미창. 성당에서 가장 큰 장미창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햇빛이 방사상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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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미창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들어온 햇빛은 꽃잎 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따라 방사상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높은 곳에 설치된 장미창을 통해 더 많은 햇빛이 성당 내부까지 더 깊게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장미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을 바라보았다. 마치 어두운 블랙홀 안에 빠져 있는 나에게 밖에서 햇빛들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성당 내부는 고딕양식 외에도 로마네스크 양식이 조화롭게 혼합되어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대성당을 건축하다 보니 고딕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섞여 있는 것이 이 성당의 특징이기도 하다. 성당 중앙홀 맨 끝의 제단은 바로 이 성당 안에서 많지 않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명작이다.

활처럼 굽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제단 뒤로 팔을 펼친 예수상이 빛나고 있다.
▲ 성당 주제단. 활처럼 굽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제단 뒤로 팔을 펼친 예수상이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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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대석으로도 이용되는 이 제단은 활처럼 굽은 궁륭형 천장을 가지고 있다. 제단 천장의 곡선이 주변 고딕양식의 기둥과 절묘하게 어울리고 있었다. 이 제단 천장 아래 벽면에는 여러 사도들이 나란히 앉아 있는 벽화가 있고, 그 한가운데에 예수님이 팔을 펼친 스테인드글라스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갈색 벽화의 석재 사이로 투명하게 빛나는 예수님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참으로 절묘하게 아름답다. 빛이 스테인드글라스로만 들어오니 예수님의 몸에서만 신비롭게 빛이 퍼지고 있었다. 참으로 기 막힌 설계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감탄에 감탄을 하며 이 성당 안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또 걸어갔다. 나는 그 곳에서 한 프랑스 청년에게 물어보았다.

"천사의 기둥이 어디 있나요? 성당 출구 쪽에 있다고 하던데요."
"저기 시계 옆 높은 기둥의 네 면에 여러 인물상이 돌아가며 조각되어 있는 것이 보이지요? 조각상이 3층으로 쌓여 있어서 무척 장엄하게 보이는 기둥이요."

그곳에는 13세기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조각상의 기둥이 성당을 떠받치고 있었다. 예수와 사도, 천사들이 장식되어 있는 이 기둥은 최후의 심판을 묘사하고 있었다.

천사의 날개가 성당의 기둥을 따라 빛이 들어오는 하늘로 날아갈 것 같다.
▲ 천사의 기둥. 천사의 날개가 성당의 기둥을 따라 빛이 들어오는 하늘로 날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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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인정받는 이 명작은 '천사의 기둥'이라고 불린다. 기둥 중간층에 고개를 기우뚱한 자세의 천사들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악기를 불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천사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은 등 뒤를 장식한 날개인데 사암으로 만들어진 날개가 마치 나비의 날개처럼 달려 있다. 천사의 기둥 위에는 서쪽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하늘에서 들어온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 나비 같은 천사들은 하늘로 이어진 기둥을 따라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다.

이 '천사의 기둥' 옆 천문시계 앞에는 정말로 많은 여행객들이 동작을 멈추고 서 있다. 높이가 무려 18m로 세계에서 가장 큰 이 천문시계는 성당 내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1352년에 처음 만들어진 이 천문시계는 작동을 2번이나 멈춘 적이 있지만 계속 수리를 거듭하며 업데이트 되었다. 지금 눈앞에 전시된 천문시계는 1843년에 세 번째로 제작된 시계이다. 이 거대한 예술품이 한 개의 천문시계라는 사실은 예상치 못한 경이로움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이 천문시계는 정교함과 아름다움을 함께 갖추고 있다.
▲ 천문시계. 세계에서 가장 큰 이 천문시계는 정교함과 아름다움을 함께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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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시계의 중앙에는 시간을 알리는 작은 시계가 있고 그 위 아래로 태양과 별자리, 황도 12궁을 나타내는 천문시계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다. 이 천문시계는 시계 본연의 기능대로 시간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지구 주변 행성과 별자리의 움직임까지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19세기에 이토록 정교한 천문시계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만 아니라 시계들의 배치도 예술적으로 아름답다. 

천문시계를 장식하는 인형조각을 보고 있으려니 시간이 흘러가면서 전개되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의미하는 묘사가 보인다. 인간의 나이를 형상화하여 죽음 앞을 거쳐 행진을 하기도 하고, 사도들이 죽음을 앞둔 예수 앞을 행진하고 있기도 하다. 시계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이 장식인형들은 매일 오후 12시 30분이 되면 종소리를 내면서 마치 살아있는 듯이 움직인다. 이 천문시계는 사람들의 죽음의 모습과 함께 삶을 얻어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위대한 예술품 내부에 들어와 있으면서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 옛날에 어떻게 이렇게 높고도 저렇게 정교하게 성당을 만들 수 있었을까? 나는 천문시계 앞에 서서 '이 성당 안의 현실이 정말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트라스부르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정말 비현실적인 성당이었다.

이 성당이 완공된 15세기의 시대를 살던 조선의 지식인이 이 노트르담 성당 안으로 들어왔으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 가공할 높이를 보고 기절을 하지 않았을까? 그 조선인들은 아마도 이 성당이 인간의 손을 빌려 신이 만들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매력적인 이 성당 안에서 무언가를 간절하게 빌었다. 나는 성당을 나오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송고합니다. 제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prowriter에 지금까지의 추억이 담긴 여행기 약 520 편이 있습니다.



태그:#프랑스, #프랑스 여행,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성당, #천문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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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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