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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가 지난 9일 저녁 전남 목포신항 세월호 거치 현장 밖 미수습자 가족 컨테이너 앞에서 육상으로 올라온 세월호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앞두고 미수습자 초상사진을 보고 있다.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가 지난 9일 저녁 전남 목포신항 세월호 거치 현장 밖 미수습자 가족 컨테이너 앞에서 육상으로 올라온 세월호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앞두고 미수습자 초상사진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여러분이 믿는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나요. 여러분이 믿는 하나님은 어디에 계세요. 제가 믿는 하나님은 저기 세월호 속에 아홉 명을 안고 계시다고 믿고 있습니다. 저기 세월호 속에 하나님이 사람 아홉 명을 안고 계시다고 믿습니다."

미수습자 가족 중 다윤이 엄마가 절규하며 토해낸 말이다. 지난 8일 목포 신항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세월호가 보이고 다윤이가 저기에 있는데, 엄마라는 제가 기다리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미안하다"며 한계에 부닥친 인간의 무능을 털어놓았다.

그는 "목포 신항은 아직도 2014년 4월 16일"이라며, 다윤이와 미수습자들을 1분 1초라도 빨리 찾게 기도해 달라고 모인 이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할 수 있다면 자신이 직접 선체 안에 들어가 딸의 시신을 찾고 싶다고도 했다.

이유 없는 고통, 과연 신은 죽었는가

 <아플수록 더 가까이> (라비 재커라이어스 지음 / 권기대 옮김 / 에센티아 펴냄 / 2017. 3 / 384쪽 / 1만5000 원)
<아플수록 더 가까이> (라비 재커라이어스 지음 / 권기대 옮김 / 에센티아 펴냄 / 2017. 3 / 384쪽 / 1만5000 원) ⓒ 에센티아
세월호 사건, 우리는 이 전대미문의 참사 앞에 그간 가지고 있던 모든 경험과 지식이 무너짐을 경험했다. 인간의 무능과 신의 침묵이 뒤엉키면서 혼란으로 우리를 몰아넣었다. 세월호 참사가 난 지도 벌써 3년이다.

만신창이가 된 세월호 선체는 3년간의 바다 속 긴 침묵을 깨고 육지로 올라왔다. 이제 세월호 사건의 원인이 밝혀지고 미수습자 모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고대한다. 하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은 '하나님이 계시다면 이럴 수가 있는가?'라는 의문이다.

그래서 신의 존재를 믿는 이들조차 '신은 존재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는 결론으로 피신하려고 한다. 이미 승리의 깃발은 신 부재를 증명하려는 회의론자들의 손아귀에 들어간 느낌이다. 니체에 굳이 기대지 않아도, '신은 죽었다'고 말해도 저항할 수 없는 미증유의 사건이 세월호 참사다.

다윤이 엄마의 절규, '당신의 하나님은 어디 계시나요?'는 실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온 철학적·신학적 명제다. 세월호 사건과 같은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을 맞닥뜨릴 때 그 이유를 묻다가는 '의문부호'를 남기며 끝나기 일쑤다.

그러나 여전히 수세기 동안의 신의 존재를 믿는 이들과 신의 부재를 믿는 이들 사이에서 논쟁은 여전하다. 다윤이 엄마가 그 유명한 학자들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있다. 철학적이며 신학적인 언어 구사가 아니어도 삶의 가장 어둡고 비참한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그런 신이다.

"제가 믿는 하나님은 저기 세월호 속에 아홉 명을 안고 계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의 뼛속까지 스며있는 신은 고통 받는 자와 함께하는 하나님이다. 어느 목사가 교회 돈을 들여 신문지상에 광고를 내면서까지 "이제 그만 세월호를 잊자. 나라와 경제가 죽는다"고 말하게 만들었던 그런 하나님은 아닌 게 분명하다. 다윤이 엄마의 하나님을 추천하는 이가 여기 또 있다.

'당신의 신은 어디 계시나요?' ... 고통의 현장 속에 있다

<아플수록 더 가까이>의 저자 라비 제커라이어스다. 그는 이 책의 목적을 소개하면서 "들리지 않는 절규를 쏟아내는 사람들의 쓰디 쓴 고통을 없애주고 치료하는 연고를 발라주는 게 (책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차라리 "'나 혼자만의 개인적인 순간'에 숨죽인 절규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똑바로 마주 보는 것"이 책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이는 값싼 부귀영화의 축복 복음(번영신학)에 사로잡힌 현대 신앙인을 향한 경고다. 종교적 언어의 립 서비스로 연고나 발라주는 것으로 만족하는 목사들과 종교인들을 향한 옹골찬 메시지다. 저자는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의 문제를 커다란 신의 역사의 한 조각 그림으로 이해한다.

"인생은 결코 한 개의 아픔이라는 동떨어진 사례로부터 바라봐서는 안 된다. 큰 그림 즉 완전한 그림이 있어, 우리 개개인의 아픔은 그 안에 들어맞는 것이다. 이 그림은 하나님의 마음속에 있다. 우리가 하나님께 가까이 가면 갈수록 이 그림은 더욱 더 선명해진다. 고통과 외로움은 이 그림을 구성하는 한 조각이다." - 본문 166쪽

신의 온전한 그림을 이해한다면 작은 도막 하나도 이해할 수 있다. 고통의 문제는 해결하는 게 아니고 더욱 신과 가까이 가게 만드는 도구라는 접근방식이다. 삶이 가장 사악하게 표현되는 경우조차 하나님은 틀림없이 가까이 계신다는 의미를 부지불식중에 믿게 된다고 한다. 그는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이며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엘리 위젤의 경험을 예로 든다.

위젤은 수용소에서 두 명의 유대인 남자와 한 유대인 아이가 교수형에 처해지는 장면을 어쩔 수 없이 목격했다. 두 남자는 곧장 죽었지만 아이는 30분씩이나 죽지 않고 버둥대고 있었다. 이때 누군가 등 뒤에서 "하나님은 도대체 어디 계십니까?"라는 탄식을 쏟아냈다.

위젤 역시 억누를 수 없는 그 질문, "오, 하나님 당신은 어디 계십니까? 어디에 계신단 말입니까?"라는 질문이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부터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그때 나직하지만 울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분은 저 교수대 위에 매달려 있지 않은가."

몰트만은 "위젤이 내면으로부터 들었던 목소리 이외의 그 어떤 설명도 신성모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제 어처구니없는 고통의 대명사, 세월호가 묻는다. "당신의 하나님은 어디 계신가?"

저자는 위젤의 입을 빌어 말한다.

"그분은 저 교수대 위에 매달려 있지 않은가."

세월호 미수습자 다윤이 엄마도 대답한다.

"제가 믿는 하나님은 저기 세월호 속에 아홉 명을 안고 계십니다."

덧붙이는 글 | <아플수록 더 가까이> (라비 재커라이어스 지음 / 권기대 옮김 / 에센티아 펴냄 / 2017. 3 / 384쪽 / 1만5000 원)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아플수록 더 가까이 - 고통에 빠진 우리를 감싸는 단 하나의 구원!

라비 재커라이어스 지음, 권기대 옮김, 에센티아(2017)


#아플수록 더 가까이#라비 재커라이어스#권기대#에센티아#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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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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