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직권남용권리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1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우병우, 영장실질심사 받기 위해 법원 도착 직권남용권리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1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가 또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밤 자정께 직무유기, 직권남용, 국회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특별감찰관법 위반 등 혐의로 우 전 수석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혐의 내용에 관해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다"며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춰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로써 우 전 수석은 지난 번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다시 한 번 구속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형 어디 아파?" 발끈한 법꾸라지 

우 전 수석 관련 의혹이 시작된 건 지난해 7월이다. 당시 <조선일보>는 우 전 수석과 넥슨과의 강남 땅 거래 의혹을 보도했다. 우 전 수석은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하며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며칠 뒤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 전 수석 개인 비리 혐의에 대해 감찰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해 4월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에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개입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하던 중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 혐의가 더해진 것이다. 당시 우 전 수석이 자신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이 전 감찰관에 전화를 걸어 "형 어디 아파?"라며 항의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이 특별감찰관은 8월 '우병우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결국 경질됐다. '이 감찰관이 우 전 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는 이유였다. 이로써 다시 한 번 우 전 수석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이 확인됐다.

하지만 우 전 수석과 관련한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더욱 불거질 뿐이었다. '땅 거래 의혹' '의무경찰 아들 보직 특혜 의혹' '경기도 화성 땅 차명 보유 의혹' '가족기업을 통한 공금 횡령' 등 갖가지 의혹이 쌓여만 갔고, 검찰은 같은 해 8월 '윤갑근 고검장팀'의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하지만 '특별수사'는 우 전 수석이 아닌 이 전 감찰관 등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특별수사팀은 우 전 수석의 자택은 물론 휴대전화도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당시 권력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전 감찰관을 향해 '국기문란'을 언급한 상황에서 검찰이 '박근혜 정부 황태자' 우 전 수석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자연스레 제기됐다.

그 사이 11월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던 우 수석이 검찰청사에서 웃고 있는 사진이 보도됐다. 팔짱을 끼고 웃음을 띤 채 여유로운 표정으로 검찰 관계자에게 말을 거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당시 사진에 나타난 검찰 관계자는 손을 앞으로 모은 채 공손하게 그의 말을 경청하는 모습이었고 여론의 질타는 매서웠다.

하지만 이런 질타에도 특별수사팀은 '수사 시늉만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12월 해산했다. '우병우 수사'는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1기 특별수사본부'로 넘어갔지만 소득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1기 특수본은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를 압수했으나 내용이 아무것도 없는 '깡통 전화기'라는 것만 확인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의혹을 구체적으로 입증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처음이다. 의욕적으로 수사한 특검은 최순실씨 국정농단 묵인·은폐와 공무원 부당인사 특별감찰관 직무수행 방해, 국회 위증 혐의 등을 근거로 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당시 영장심사를 담당한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의 소명 정도나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검찰 청구를 기각했다.

2기 특수본 46명 소환하며 혐의 입증 주력

특검팀의 우 전 수석 수사기록을 넘겨받은 2기 특별수사본부는 결국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특수본은 특검이 영장청구에 적용한 혐의 중 수사가 미진하거나 법리 소명이 덜된 일부를 혐의에서 빼고 새로 드러난 부분을 추가, 직권남용·직무유기·국회 위증 등 8∼9가지로 혐의를 정리했다. 판사 출신으로 구성된 우 전 수석의 변호인단에 맞서 확실한 혐의에만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한 2기 특수본은 우 전 수석 수사에도 거칠 것이 없었다. 특수본은 사실상 '우병우 전담팀'을 꾸려 관련 참고인 약 46명을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이 최순실씨의 'K스포츠클럽' 사업과 관련해 특별 감찰반을 동원, 대한 체육회 감찰을 추진했다는 것이 더해졌다.

세월호 수사를 방해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는 제외됐다. 특수본은 그가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부실 구조 문제를 수사한 광주지검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강의 비리 논란, 한국인삼공사 사장 선임 관련 사찰 의혹 등 명확한 입증이 어려운 것도 영장청구 사유에서 빠졌다.


태그:#우병우, #법꾸라지, #직권남용, #박근혜파면, #민정수석
댓글1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