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주요 일간지의 여론조사 보도를 모니터하기로 했다. 모니터는 △선거 보도의 보조수단인 여론조사에 과도하게 의존함으로써 가십성 경마식 보도를 조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거나 아예 여론조사 실시 과정에서 편향성을 드러내지는 않았는지 △그럼으로써 여론을 파악하기보다 특정 방향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데에 여론조사를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주에 비해 전체 여론조사 보도량 21건 늘어4월 3일부터 4월 8일까지 일주일 간, 5개 일간지 지면에 실린 대선 여론조사 관련 보도는 총 47건이다. 전주 대비 21건 증가했다. 가장 많은 여론조사 보도를 내놓은 곳은 14건을 보도한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자사 조사연구팀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조사 기간 5개 신문사가 인용한 대선 여론조사는 총 14개였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론조사 신빙성 논란에 불 지핀 내일신문-디오피니언 여론조사4월 1주차에 가장 논란이 됐던 여론조사는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의 여론조사였다. 이와 관련한 보도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해당 여론조사를 둘러싼 논란을 먼저 짚고 갈 필요가 있다.
지난 3일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양자 대결을 가상해, 처음으로 오차범위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문 후보 측은 무선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유선 40%에 인터넷 조사 60%를 반영해 단 하루 동안 진행된 조사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특정 후보 띄우기식 여론 왜곡"이라 항의했다.
그러자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 측은 곧바로 <문재인캠프 "상식적이지 않은 여론조사" 주장에/디오피니언 "여론조사 기본 이해 부족">(4/4 엄경용 기자 https://goo.gl/CCZN9E)을 통해 △어떠한 여론조사 방식이 가장 객관적이고 나은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으며, △무선전화를 통해 여론조사에 응할 의사를 밝힌 패널 중에 성별과 연령, 지역의 인구비를 토대로 무작위 추출해 모바일문자로 조사내용을 보내고 여기에 응답하는 패널을 모아 조사대상을 맞춘 것인 만큼, 무선전화 조사와 실제 운용상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 등을 펼쳤다.
그러나 미디어오늘 <여론조사의 비밀, 언론과 여론조사업체는 '스폰 관계'>(4/11 이재진 기자 https://goo.gl/8k2qpQ)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이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의 표본이 모바일티머니 플랫폼 회원리스트로 되어 있는 만큼, 세대별 대표성을 반영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특정 세대의 여론이 과대 대표될 수 있다는 지적을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다.
또 뉴스타파의 <안철수가 앞섰다?… '양자 대결' 논란의 여론조사>(4/6 최경영 기자 http://newstapa.org/39177)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설문조사에 인터넷조사 패널을 제공했던 마켓링크 측은 "인터넷조사와 유선전화조사, 두 개의 데이터가 완전히 다르"며 "마켓링크의 패널을 활용한 인터넷조사(600명)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6% 포인트 정도 앞섰지만, 유선전화조사(400명)가 합쳐지면서 전체 결과에선 안철수 후보가 높게 나온 것 같다" "유선전화면접에서 2배이상 앞선 게 아니라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는 증언을 내놓기도 했다. 즉 문재인 캠프 측에서 해당 여론조사의 대상 표본의 대표성, 조사방식 등에 의혹을 제기할 유인은 충분했던 셈이다.
문제의 여론조사, 최대 인용 보도한 조선앞서 언급했듯,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 여론조사의 신빙성 논란은 해당 여론조사가 발표된 직후 제기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4월 4일부터 7일에 걸쳐 무려 7건의 기사에서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같은 기간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문제의 여론조사를 단 한 번도 인용하지 않았다. 신뢰성이 떨어지는 여론조사 결과를 별다른 검증 없이 반복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결국 민의를 왜곡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보도행태가 아니다.
조선일보의 관련 보도는 주로 안철수 자강론 혹은 대세론을 부각하거나 여론조사에 문제를 제기한 문재인 캠프 측을 비난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대표적인 안철수 대세론 부각 보도는 <연대론 잦아든 국민의당 "안철수 혼자로도 해볼만하다">(4/4 원선우 기자
https://goo.gl/yHdn6G) 였다.
이 보도는 디오피니언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국민의당이 "보수 후보와의 외형적인 연대 없이도 자력 또는 '심리적 단일화'로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양자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며 "안 후보는 정치인들이 인위적인 단일화를 연출하지 않아도 국민이 알아서 표로 단일화를 해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안철수 캠프 관계자의 발언을 부각했다. <후보 확정 후에도… 양자든 다자든 40% 안팎 맴도는 문재인>(4/7 김아진 기자 https://goo.gl/KRf81S)에서도 조선일보는 해당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문재인 후보가 '유리천장'을 못 뚫고 있음을 부각했다.
문 캠프 의혹제기에 비난 쏟아낸 조중동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 여론조사에 의혹을 제기한 문재인 캠프를 비난하는 보도는 조중동에 모두 등장했다. 핵심 논리는 '문재인 캠프가 대세론이 깨지니 언론탓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 조선일보는 관련 보도 제목을 <문캠프, 안이 앞선다는 여론조사 나오자… 비상식적 이라며 선관위에 조사 의뢰>, <문측 "안 띄우려는 질소 포장 과자 같다" 안측 "문대세론 깨지자 현실 부정하며 언론탓">, <문·안 역전 이어지자… 민주당 "양자대결 여론조사 옳지않다"> 등으로 달고, '억지 정치공세'라는 국민의당 측 주장을 충실히 보도했다. 반면 해당 여론조사의 '구체적 문제점'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과거에도 양자대결을 가정한 여론조사는 많았는데 왜 이 시점에 문제를 제기하느냐는 질문만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동아일보의 <팩트체크/문캠프 "무선전화 조사는 아예 빠져 문제" 조사업체 "무선전화로 패널 정한뒤 설문">(4/5 홍수영 기자 https://goo.gl/xqPlh7) 역시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앞서는 결과가 나오자 문 전 대표 측이 '여론조사가 잘못됐다'며 조사 방식을 문제 삼고 나섰다"이다. 문재인 캠프 측이 여론조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 트집을 잡고 있다는 뉘앙스인 셈이다. 해당 기사는 '팩트 체크' 기사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디오피니언측 주장과 이를 옹호하는 익명의 여론조사 전문가의 주장만을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그 편향성을 의심케 한다.
중앙일보 또한 <사설/민주, 유리할 땐 느긋 불리하니 발끈하는가>(4/7 https://goo.gl/ilin8J)를 통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후보 단일화라는 실현 가능성 없는 가정을 전제로 한 여론조사는 문제"라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장에 대해 "전례에 비춰 타당하지도 않을뿐더러 일관성을 결여한 비논리적 주장일 뿐이다. 게다가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여론조사는 사전 차단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독선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확성과 신뢰성에 대해 의심받을 개연성이 있는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의 여론조사 결과에 반박을 제기하는 행위를 '비논리적 정치공세'로 치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오차범위 내 접전인데도 승패 부각? 난립하는 경마식보도경마식 표현을 사용한 여론조사 보도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가 오차범위 내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각 후보의 지지율 순위를 지나치게 부각한 보도를 내놓는 것은 언론윤리를 떠나 과학적인 보도 태도라고 할 수 없다.
이를테면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인 <대선판 출렁… 본선 열리자마자 양강>(4/6 길진균·황형준·문병기 기자 https://goo.gl/fQpoCs)에 <안 "끝장토론 하자" 추격 고삐>라는 부제를, 조선일보는 <보수 텃밭 TK "유·홍을 찍으면 문재인이 되잖아">(4/7 황대진 기자 https://goo.gl/08jqTW)에서 <문 이길 대항마에 쏠림 현상>라는 부제를 사용했다. 선거를 경마에, 선출직 공직자 후보들을 경주마에 비유한 것이다. 그 외 보도에서도 동아일보는 "추격"(1회) "레이스"(1회) 등 표현을 사용하며 대통령 선거를 추격전 혹은 게임에 빗댔다. 중앙일보 역시 <문재인 '아넥시트 막자' 일정 급히 바꿔 충남도청 방문>(4/7 강태화·유성운 기자 https://goo.gl/ivv7kP)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는 경마식 표현을 사용했다.
이 같은 보도 행태는 이른바 '진보지'로 분류되는 경향신문과 한겨레에서도 반복됐다. 경향신문은 <지지율 2주간 3.5배 안철수, '40% 벽' 문재인 턱밑 추격>(4/8 정환보 기자 https://goo.gl/hByqqQ)에서 '추격' '바짝 다가섰다' '벽은 뚫지 못했다'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이런 표현은 과거 경향신문이 <부실 여론조사에 경마식 보도… '대선 민심' 왜곡시킨다>(2012/12/12 임지선 기자 https://goo.gl/z3os8m)에서 지적했던 것이기도 하다. 한겨레는 곳곳에서 특정 후보가 유권자를 "흡수"한다, 유권자층이 "흘러들어간다", 특정 후보가 다른 후보를 "따돌렸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모니터 기간 : 2017년 4월 3일~8일 모니터 대상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종이신문 지면에 한함) 위 모니터보고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회원 모임인 신문모니터위원회에서 작성했습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신문을 읽고 미디어 비평을 직접 해 보고 싶으신 분 △혹은 뉴스를 보고 답답해진 마음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분 △직업인으로서의 기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닌, 참 언론인이 되고 싶으신 분들 모두에게 언제나 활짝 열려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 놓치지 마세요! 모임 참여 혹은 참관 문의는 02-392-0181로 해주시면 됩니다. 덧붙이는 글 | 정리 허균(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