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를 원하는 의대생 3명이 책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 시간에 나눈 이야기들을 모아 기사로 담았습니다. - 기자말"책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병의 경과를 그들의 고통을 통해 날것으로 내 머릿속에 각인할 수 있었고, 그 고통의 중심에는 병이 아닌 삶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던 시간이었다." - 신경과 이현의 선생님
"의사는 머리보다 가슴이 중요하다." - 비뇨기과 이종우 선생님"실력 있으면서도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특히 불평등한 사회구조적 문제 때문에, 차별받고 억압당하는 노동자, 농민, 빈민계급과 함께 호흡하는 의사가 되는 것이 지금 나의 꿈이다." - 내과 이보라 선생님"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의사도 성장한다." - 소아청소년과 김현숙 선생님의사들이 환자의 세계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법을 전공의 수련활동을 통해 또는 사회적인 활동을 통해 배운다. 의대생 생활에서 사회와 소통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특히 본과생이 듣는 약 20~25학점의 커리큘럼에서는 사회와의 '소통'을 위한 커리큘럼이 1, 2학점도 채 들어가지 않으며, 대부분이 '전공과목'들로만 점철된다.
이 책에서는, 그런 커리큘럼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간접적인 경험들을 제공해준다. 26명의 선생님들의 성장통이 담긴 수기들에서 느껴지는 투박하고 진솔한, 때로는 과감한 이야기들은 의사가 가지는 사회적 맥락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져주었다.
"의사로서 환자의 아픔을 덜어주는 순간들은 증세만이 아니라 그 느낌과 의미를 온전히 마음을 열고 전달 받는 순간, 아픈 이유를 들어줄 뿐만 아니라 그 문제들을 같이 들여다 보고 도움을 주는 순간들이다. 단순히 고혈압이 아니라 직장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 ,우울증 나이 아니라 가족으로부터의 고립을 들여다볼 수 있을 때, 의사는 의사로서 문제를 제대로 풀어가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 책 서문
그러나, 대한민국의 평균 진료시간은 5분. 체감시간은 그보다 1분더 짧다고 한다. 의대생이 의사가 되었을 때 진정한 의사로서 문제를 풀어나가기에는 턱없이 시간이 부족하다. 짧은 진료시간을 만드는 요소들은 많다. 경증 환자가 2차,3차 의료병원으로 몰리게 되는 비효율적인 시스템, 저수가로 인한 박리다매의 영업방침, 영리추구 병원의 증가 등등. 의사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무수히 많다.
근래 들어 환자들의 권리의식이 신장되고 의료지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발적인 질문 등으로 진료 시간을 자발적으로 채워 나가시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이러한 구조가 지속되는 한 환자들에게 꾸준히 불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챙기고 마을의 건강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시민들이 많아져야 올바른 보건의료 정책도 목소리가 커지리라 생각한다. 일부 정책가의 주장이 아니라 생활에서 나온 보건의료 정책이야말로 힘을 발휘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 외과의 조규석 선생님책에서는 그러한 구조를 변화시키는 작은 시작이 바로 '지역의료협동조합'이라고 한다. 단순한 서비스 소비자가 아니라, 필요한 부분을 요구할 수 있는 주체적인 협업자로 참여하는 것은 당장 그 지역의 요구사항에 맞춘 지역 보건의료 정책수립(사전예방활동)과 적정한 의료행위 감시 등(항생제 사용 빈도 감시)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의 건강권과 의사가 환자와의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줄 수 있다(현재 안산, 대전, 서울 노원, 성남 등지의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처방중심'이 아닌 예방과 건강증진 프로그램 및 주치의 제도운영을 통한 지속적인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의료구조 개선과 함께, 더 큰 세계를 보기 위한 움직임 또한 필요해 보인다. 현 시대에서 다양한 분야들이 의학적 지식을 요구하고 있다. 임상의사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은 의사들이 다양한 부분으로 진출한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실현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았다. 의사들에게 기자, 기초의료 종사자, WHO 종사자, 구호활동가, 세계 공무원 등등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도처에 열려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시간은 많고, 기회는 다양하니 조급해하지 말라는 한 선생님의 구절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시간은 많고, 기회는 다양하지만 시야가 좁아진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길은 고작 몇 발자국 앞 밖에 되지 않는다. 의대생들도 학업에만 정진하다 보면 주변을 둘러보기 힘들 때가 많다. 이 책을 계기로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사색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예비 의대 지망생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사회적 맥락으로서의 '나'를 잊지 말고 의대에 들어오길 바란다.
"의사가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의사가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직업 그리고 의사가 가져야하는 사회적 맥락과 책임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미래의 의대 지망생들과 현재 의학공부와 씨름을 벌이고 있는 본과생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 이 책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