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 503호!
내가 누구인 줄 아시오.
또 오늘은 어떤 날인지 기억은 하고 있는지 모르겠소.
당신은 세상을 원망하고 변명하는데 여념이 없어 오늘 같은 특별한 날을 절대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 나는 판단하고 있소.
나는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나의 아들을 우주 끝까지라도 뒤져서 찾고 싶어 하는 세월호 유가족이오. 그리고 지금은 차마 아들을 따라 죽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는 못난 애비요.
당신은 그 곳에서도 온갖 특혜를 누리면서 잘 지내고 있다는 뉴스를 가끔 듣고 보고 있소.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당신의 잘못된 만행을 끝까지 부인하면서 검사들을 애먹이고 있다는 소식도 듣고 있소.
당신의 종교가 뭔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신은 당신을 버리진 않은 것 같소. 왜냐하면 설사 당신의 가슴에 빨간 명찰이 붙여진다 해도 당신을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들은 여전히 당신의 무죄를 변호할 것이고, 표를 의식한 못난 정치인들은 통합과 화해를 명분으로, 사면이란 이름을 이용하여 당신을 슬그머니 놓아줄 가능성 또한 없지 않으니 말이요.
하지만 긴장의 끈은 풀지 마시오.
분명히 말하지만 거기가 끝이 아니란 말이요.
당신은 이 일을 다시 입에 담기 싫겠지만 여전히 나와 나의 아들에 대한 문제는 남아있으니 말이오.
가슴에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차라리 한 번에 죄 값을 치르고 나오시오. 그것만이 한때 이 나라의 국정을 책임졌던 당신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이란 사실을 잊지 마시오.
그런데 말이요.
나는 당신한테 정말로 궁금한 것이 아주 많이 있소.
그날 일을 왜 그렇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오.
머리가 나빠 기억을 못하는 것이요.
아니면 말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이요.
그날 당신의 이해 못할 행위가 당신의 주장대로 선의였다면 세월호가 침몰한 뒤에 보여준 모습은 또 뭐란 말이요.
구조를 하고 있지도 않았으면서 왜 단군 이래 최대의 구조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소.
미수습자의 가슴을 후벼 파면서 왜 선체 인양을 가지고 장난을 쳤던 것이오.
언론을 이용하여 거짓된 정보는 왜 흘렸던 것이요.
슬픔에 빠져있던 유가족들은 왜 미행하고 사찰했던 것이요.
진상규명은 왜 방해했고 책임자들은 처벌하지 않았던 것이요.
대통령직을 걸어가면서까지 참사와 관련한 진실을 감추고 싶어 했던 이유가 도대체 뭐요.
자식의 제사상을 차리는 못난 애비한테 어디 솔직하니 얘기나 한번 해 보소.
그리고 아이들한테 딱 한마디만 해 주시오.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마음속 깊이 반성한다고...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고 박수현군의 아버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