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촛불 시민들은 겨우내 연신내 물빛공원과 광화문 촛불광장에서 언 손과 발을 동동거리며 박근혜 탄핵을 외쳤다. 그리고는 마침내 국정농단 주범을 파면시키고 구속시켰다. 그럼, 이제 모든 것을 정치권에 맡기고 생업으로 돌아가면 될까. 탄핵의 주인공들은 그럴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은평 촛불 시민들은 "우리는 아직 촛불을 내리지 않았다"면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촛불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와 함께 고(故) 김관홍 잠수사의 부인과 자녀 그리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여한 '세월호를 기억하는 은평사람들'(아래 은평사람들) 합창단이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등의 노래를 부르며 세월호 진상규명을 다짐했다.
박주민 의원, <무한도전> 출연 이후 인기 더 상승
은평 시국 촛불을 개최했던 '은평시민정치네트워크'가 14일 오후 7시 은평문예회관 숲속 극장에서 1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가 그리는 새로운 나라'라는 제목으로 정치 토크를 진행했다. 노동과 복지, 평화와 안전, 정치 등 3개 분야로 나누어 진행된 이 날 토크는 즉석에서 질문하고 패널이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예정된 2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질문이 많았고 다양했다.
광화문 촛불집회 사회자였던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이 진행한 이 날 토크에는 김제남 전 정의당 국회의원, 민성환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명묵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대표, 최순옥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센터장,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가 패널로 참여했다.
MBC <무한도전> 국민의원 특집에 출연하면서 인기가 더 상승한 박주민 의원에게 질문이 가장 많았다. 지난 4.13 총선에서 박주민 후보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는 한 참석자는 대전에서 왔다고 했다. 이 참석자는 "공무원과 전교조 교사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고 박 의원은 "연동형비례대표제 입법 발의를 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사드가 필요한가?"라는 참석자의 질문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는 북한의 미사일 방어에 적합하지 않다"면서 "북한과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지만, 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계속 미사일로 우리를 겨냥한다면 사드가 아닌 적절한 방어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박 의원은 "세월호 참사 등에서 국가 안전 매뉴얼이 작동되지 않았다"는 질문에 대해 "문재인 캠프는 소방청과 해경 독립 그리고, 국민안전과 일자리 확충을 위해 안전 관련 공무원을 늘리고 시설 현대화를 대대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면서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에서 삭제한 국민안전 매뉴얼을 부활시키고 보강할 것"이라고 문재인 후보의 국민안전 공약을 소개했다.
여고 2학년이라고 밝힌 참석자는 18세 선거권과 국회의원과의 만남 등에 대해 질문했다. 박 의원은 "18세에 공무원이 될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는데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우리만 청소년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16세 학생부터 교육감 선거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도 <무한도전>에서처럼 '박주발의'라는 별명을 들었다. <무한도전> 특집에 출연한 박 의원은 수많은 법안을 발의한다는 의미에서 '박주발의'라는 별명을 개그맨 양세형에게 얻었다. 박 의원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 3일까지 세월호 참사 특별법 개정안,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모두 58개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통일 대통령 되겠다는 대선 후보 없어 아쉽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순자 의원(더불어민주당, 은평구 제1선거구)은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와 아르바이트 청년 등에 대한 생활임금제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새로운 정권에서는 최저임금제 시행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제남 전 정의당 의원은 "심상정 후보가 최저임금 1만 원을 편의점 사장 등의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보장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고 밝혔고 최순옥 센터장은 "노동시간 양극화 문제, 최저임금제 등의 일자리와 복지문제를 시장에 떠넘기지 말고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그런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하승수 공동대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조를 조직해 자본가와의 힘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성환 이사장은 탈핵에 대해 "핵발전소 이익집단의 권력이 공고한 현재 기반에서 대통령 혼자의 힘만으로는 탈핵이 힘들다"면서 "시민들이 에너지 협동조합에 많이 참여하고 , 정부는 예산을 투입하는 재생에너지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시민 참여를 강조했다. 최순옥 센터장은 "탈핵과 대체 에너지 정책이 본격화되면 자본들이 투자에 나설 것"이라면서 "대기업 자본에 대한 규제와 진입장벽을 세우는 동시에 시민참여 펀딩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묵 대표는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안전을 책임지는 통일 대통령이 되겠다고 적극 나서는 대선 후보가 없어 아쉽다"면서 "50~60대들이 고등학생들의 정치적 판단을 무시하면서 청소년에게 투표권 주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데 그들이 과연 정치적 판단을 잘해서 박근혜를 뽑았는지 묻고 싶다. 청소년들의 정치적 판단 능력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현재의 선거제도는 표심이 공정하게 반영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지난 2008년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득표율은 37.5%였는데 300석 중에서 153석 차지했다"면서 "촛불 민심은 대통령을 뽑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선거 연령을 낮추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의 선거법이 개혁되어야 한다"며 선거법 개혁을 촉구했다.
하승수 공동대표와 박주민 의원은 지난 2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했다. '연동형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이 권역별로 얻은 득표율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가 결정되는 제도로 현재의 승자독식에서 벗어나 유권자 표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다.
은평 촛불합창단, 감동의 무대 선사... "새로운 나라는 시민이 만드는 나라"
토론은 뜨거웠고 합창은 감동을 불러왔다. 김관홍 잠수사의 부인 김혜연씨와 막내아들 효(8)와 라은(10)이 그리고, 박주민 의원 등 33명으로 구성된 합창단 '은평사람들'이 무대에서 '네버엔딩 스토리'와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등 2곡을 합창했다. 김혜연씨는 남편이 떠난 뒤에 은평구 연신내에서 '꽃바다'라는 이름의 꽃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손닿을 수 없는 저기 어딘가 오늘도 넌 숨 쉬고 있지만 너와 머물던 작은 의자 위엔 같은 모습의 바람이 지나네 너는 떠나며 마치 날 떠나가듯이 멀리 손을 흔들며 언젠간 추억에 남겨져 갈 거라고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 가기를 힘겨워한 날에 너를 지킬 수 없었던 아름다운 시절 속에 머문 그대이기에 (이승철의 노래 '네버엔딩 스토리' 가사 일부)하얀 상의에 세월호 리본을 달고 무대에 오른 '은평사람들' 합창단은 세월호 유족들의 아픔과 슬픔을 새기며 '네버엔딩 스토리'를 부른데 이어 두 번째 곡 '어둠은 빚을 이길 수 없다'를 율동에 맞춰 합창했는데 박 의원은 거의 실수 없이 율동을 소화해내면서 관객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이어서 은평주민 20여 명으로 구성된 '꿈꾸는 합창단'은 '니가 오는 날'과 '그날이 오면'을 잇달아 불렀다.
'은평사람들'의 합창에 참여한 이병도(44)씨는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공연을 준비했다. 3번 모여서 연습을 했는데 박주민 의원은 바쁜 와중에도 2번이나 연습에 참여했다"면서 "세월호가 인양됐지만, 진실을 밝히는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한 "이번 대선에서 촛불 민심이 반영된 후보가 선출되면 좋겠다"면서 "촛불 시민들이 꿈꾸는 새로운 나라는 누가 만들어주는 나라가 아니라 시민들이 만드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할 생각"이라며 촛불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은평사람들'은 매주 금요일 은평구 응암역, 녹번역, 연신내역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덧붙이는 글 |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