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저녁 교토 남쪽 후시미에 있는 엔리안 식당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일본 전통적인 방식을 이용하여 먹거리를 만들어서 파는 곳입니다. 굳이 전통적인 방식만 고집하지 않고, 현대적인 일본 사람 입맛을 고려하여 색과 맛을 내는 곳입니다.
1. 밑반찬과 샐러드
생맥주를 주문하자 술안주로 먹을 밑반찬이 나왔습니다. 봄철 먹거리를 나물로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두릅나물을 많이 먹습니다. 그러나 교토 사람들은 두릅나물도 먹지만 같은 두릅나무과 땃두릅(독활)을 먹습니다.
봄철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는 독활(Aralia cordata, 땃두릅) 줄기를 꺾어서 껍질을 벗기고 물에 담가서 삶아서 먹습니다. 독활은 향이 많지만 삶아서 그런지 거의 향이 없고 담백한 맛이었습니다.
2. 샐러드 두 가지
샐러드는 두 가지입니다. 왼쪽 사진 노란색 껍질은 두부를 얇게 건져내서 만든 유바를 기름에 튀긴 겁니다. 두 가지 모두 양상추와 토마토, 미즈나 푸성귀 따위를 넣어서 만들었습니다.
3. 생선회와 말고기
생선회는 도미, 참치, 연어, 새우 따위입니다. 일본 식당에서는 거의 대부분 생선회를 먹을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고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것들을 같이 맛볼 수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먹는 말고기는 주로 남쪽 규슈 지방에서 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날 말고기는 주로 엉덩이와 허리 사이에 있는 살입니다. 아래 하얀 것을 말 갈기 아래에 있는 기름살입니다. 말고기를 먹을 때는 간 마늘이나 간 생강과 같이 먹습니다. 소화를 돕고, 말고기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 라고 합니다.
4. 죽순 찜과 튀김
봄철 교토 사람들이 즐겨서 먹는 대표적인 먹거리는 죽순입니다. 대나무 밭에서 캔 죽순을 쌀겨와 같이 물에 넣고 삶아서 죽순의 독기를 없앤 다음 먹습니다. 왼쪽 사진은 죽순 찜이고, 오른쪽 사진은 죽순 튀김입니다.
죽순찜은 죽순에 미역이나 당근, 유채꽃을 넣어서 삶았습니다. 죽순 튀김은 죽순에 옷을 입혀서 기름에 튀겼습니다. 같은 죽순이지만 삶은 것과 튀긴 것은 맛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삶은 것은 부드럽게 느껴지고, 튀긴 것은 튀김 옷과 더불어 거칠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마도 죽순은 삶아서 먹는 것이 더 오래되었습니다.
5. 푸성귀 튀김
일본 먹거리 가운데 튀김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왼쪽 사진은 새우와 가지, 쑥, 고구마, 호박 따위 야채 튀김이고, 오른쪽 사진은 우엉튀김입니다.
우엉튀김은 우엉을 얇게 잘라 옷을 입혀서 튀겼습니다. 일본에서는 겨울철 여러 가지 요리에 우엉을 많이 먹습니다. 된장국에 넣기도 하고, 가늘게 잘라서 간장에 졸이기도 하고, 삶아서 먹기도 합니다.
5. 메밀 국수 말이 튀김과 연뿌리튀김
메밀국수 말이 튀김은 김밥을 쌀 때처럼 김을 펼쳐놓고, 그 위에 메밀국수를 놓고 한 가운데 게살을 놓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기름에 튀긴 다음 김밥처럼 짤랐습니다. 메밀국수와 튀김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이 만들어낸 먹거리 같습니다.
연뿌리 튀김은 연뿌리 두 장 사이에 새우를 갈아서 넣은 다음 옷을 입혀서 튀겼습니다. 연뿌리의 사각사각 씹히는 맛과 새우향이 어우러지는 먹거리입니다.
6. 소바 메밀국수
소바 메밀국수 두 가지입니다. 왼쪽 사진은 소바 메밀국수 위에 참마를 갈아서 그 위에 달걀 반숙을 올려놓았고, 오른쪽 사진은 새우튀김과 산채튀김을 올려놓았습니다. 메밀국수 국물은 모두 생선으로 맛을 냈습니다.
7. 해물 누룽지 죽
조개살이나 새우, 버섯 따위를 넣고 전분으로 쑨 죽에 주먹밥을 구워서 넣었습니다. 구운 주먹밥은 누룽지 처럼 겉이 바삭바삭하게 익혔습니다.
먹거리가 대부분 그런 것처럼 일본 먹거리 역시 색, 향, 맛으로 먹는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철에 따라서 색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특별한 먹거리를 빼고, 독특하거나 개성적인 향이 없습니다. 다만 먹거리 속에 들어있는 향을 음미하면서 먹어야 합니다. 이 덤덤한 맛이 일본 먹거리의 특징인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부담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참고누리집> 엔리안(えんり庵) 식당 http://www.enrian.net, 2017.4.18.
참고문헌> 정재민 외, 한국의 민속식물- 전통지식과 이용, 국립수목원, 2013.12
김종원, 한국 식물 생태 보감 1 -주변에서 늘 만나는 식물, 자연과생태, 2013.12.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