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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유족들의 마지막 한 사람까지 완전한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이 될 때까지 지혜와 힘을 모으고 굴절된 현대역사를 바로잡도록 더욱 노력하자. 사회의 뜻있는 많은 분들이 결코 외면하지 않고 함께 할 것이다."

노치수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다짐했다. 경남유족회는 20일 오후 창원 마산공설운동장 내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67주기 경상남도 합동추모제'를 열었다.

그동안 창원이나 진주 등 일부 지역에서 '위령제' 내지 '추모제'가 열리기는 했지만, 경남 차원에서 열리는 합동추모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는 추모제에 이어 추모식으로 진행되었다.

전통제례로 거행된 추모제에는 노치수 회장이 초헌관, 강병현 부회장이 아헌관, 정봉기 고문이 종헌관, 안병욱 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이 첨작으로 참여했다. 불교와 천주교의 종교의례가 열렸다.

노치수 회장은 제례 때 축문을 통해 "한맺힌 응어리를 풀지 못하고 진실을 부디 규명해 달라고 애원하면서 아직도 구천을 맴돌고 있는 영령들을 생각하면 유족들은 안타깝고 슬픈 마음에 가슴이 맺힌다"고 했다.

그는 "할아버지, 아버지, 형님, 삼촌들은 새로운 나라 건설을 위하여 선각자로 나섰다가 시대를 잘못 만나 억울하게 독재정권의 제물이 되었다"며 "님들이 우리 역사의 제자리에 제대로 자리 잡히게 할 날은 과연 언제일까? 아직은 그때가 아닌 것 같다. 언젠가는 그렇게 되어야 하고 반드시 그렇게 될 날이 올 것"이라 했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는 20일 오후 창원 마산공설운동장 내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67주기 경상남도 합동추모제‘를 열었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는 20일 오후 창원 마산공설운동장 내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67주기 경상남도 합동추모제‘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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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식에서 노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지만 기대와 희망을 걸었던 진실화해위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문을 닫고 말았지만, 못 다한 진실규명을 위해 우린 다시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추모사를 통해 "이번 추모 행사를 통해 억울한 영혼들의 원을 풀어내고 유족들의 가슴 속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적 노력이 이어지길 소망한다"고 했다.

안병욱 전 위원장은 추모사에서 "한국전쟁 시기 경남에서도 지방좌익과 인민군, 이승만정권 국군과 경찰들은 똑같이, 일상의 민간인들을 상대로 맹목적인 학살극을 펼쳤고, 그들 가해자들은 인면수심의 광기로 전쟁의 참극을 빚어냈다"고 했다.

현재 한반도 상황을 설명한 그는 "광기에 찬 일부 집단들은 소꿉놀이하듯 전쟁을 되뇌고 있다. 결코 이 땅에서 전쟁 놀음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 전쟁으로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는 "민간인 학살 문제를 바로 잡는 일은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고, 우리 사회에 정의와 평화 그리고 인권을 확산시키고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는 일"이라며 "민주정부는 민간인 학살 문제 해결이 국가 발전의 필수적인 과제임을 인식해야 하고, 그런 정부만이 국민들의 진정한 정부"라 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은 경남지역 곳곳에서 벌어졌다. 2012년 5월, 경남도의 예산 지원으로 이루어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유해매장지 현장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창원을 비롯한 거의 모든 시군지역에서 학살이 벌어졌다.

당시 조사 자료를 보면, 매장지는 창원 13곳, 진주 13곳, 통영 3곳, 사천 2곳, 김해 5곳, 밀양 6곳, 거제 12곳, 양산 3곳, 의령 3곳, 함안 3곳, 창녕 2곳, 고성 5곳, 남해 2곳, 하동 7곳, 산청 19곳, 함양 19곳, 거창 7곳, 합천 11곳이다. 이들 가운데 진주 명석면 용산고개 등 일부 지역만 발굴이 되었다.

경남도는 2015년 2월 '경상남도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했다.

경남유족회는 노치수 회장, 강병현 부회장, 송유승 사무국장 등이 맡고 있다. 시군지역 유족회는 거제(이병학), 거창(김길영), 김해(안병대), 밀양(양영철), 사천(정현호), 산청(이재천), 산청(이한준), 양산(황은호), 의령(심우태), 진주(강병현), 창녕(박영대), 창원(노치수), 하동(하유시), 함안(이춘근), 함양(차용현), 합천(문영식) 산청외공리대책위(서봉석)가 결성되어 있다.


태그:#민간인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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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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