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소득과 부의 양극화, 주기적 불황, 지역격차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부동산 불패신화와 토건국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부동산공화국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토지+자유연구소는 부동산공화국을 해체하고 공정국가의 길을 열지 않고서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연재 글 5편을 기고합니다. 이 글은 그 두 번째입니다. [편집자말] |
한국의 땅값은 세계 최고로 비싸다. 높은 땅값이 가져오는 부정적 효과는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겠지만, 우선 국민 40%의 무주택자들의 크나큰 주거비 부담과 잦은 이사로 인한 고통, 선진국보다 몇 배나 비싼 공장부지 가격으로 인한 제조업의 어려움, 비싼 임대료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고통, 비싼 땅값으로 인한 대도시 도로 건설의 어려움과 그로 인한 교통체증 심화 등등 비싼 땅값 때문에 치르는 국민적 희생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그러면 왜 우리나라 땅값은 이렇게 비싼가? 사람들은 보통 국토는 좁고, 인구는 많아서 그렇다고 상식적으로 이해하지만 만일 그게 이유라면 유럽의 여러 소국들의 땅값은 우리보다 더 높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비싼 땅값의 원인은 역대 정부의 부동산투기 및 땅값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부족, 그리고 그에 따른 정책 실패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는 역대 정부 중 어느 정부에서 땅값이 많이 올랐나 하는 문제를 비교,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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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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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초기 전국 지가총액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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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말기 전국 지가총액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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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상승불로소득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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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소득/ 생산소득 비율(%)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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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총액 /GDP 비율(배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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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지가 상승률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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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 상승 책임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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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률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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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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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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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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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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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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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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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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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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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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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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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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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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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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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
323
|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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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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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
50
|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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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
1980- 1987
|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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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7
|
342
|
61
|
6.5
|
10.8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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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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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
1987- 1992
|
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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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5
|
1.128
|
111
|
7.9
|
21.9
|
9
|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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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
1992-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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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5
|
2,186
|
391
|
19
|
5.8
|
1.8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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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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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
1997- 2002
|
2,186
|
3,400
|
1,214
|
38
|
5.5
|
9.2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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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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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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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2007
|
3,400
|
6,523
|
3,123
|
68
|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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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
6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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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은 이승만부터 노무현까지 역대 정권의 땅값 통계를 보여준다. 정권 초기와 말기의 땅값이 1열, 2열에 나와 있고, 그 차액(3열)은 정권 기간 땅값 상승액이다. 땅값 상승으로 인한 차액을 토지 불로소득이라고 정의하고, 국내총생산을 생산소득이라고 정의한 뒤 불로소득이 생산소득에 비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했느냐를 보이는 게 4열이다. 각 정권에서 땅값 연평균 상승률이 6열에 나와 있고, 각 정권 말기에 전국 땅값 총액이 국내총생산의 몇 배나 되었나를 보여주는 것이 5열이다.
먼저 정권별 땅값 상승률을 보면 박정희 정권이 연평균 36%로서 압도적 1위이고, 노태우, 이승만이 22%로 그 뒤를 잇는다. 지가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생산소득에 대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박정희 정권이 243%로서 압도적 1위이고, 노태우(111%), 노무현(68%)가 그 뒤를 잇는다. 박정희 때 토지 불로소득이 생산소득의 2.4배라는 사실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높은 숫자다. 당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외되었고, 투기꾼 천국이었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숫자다. 땅값 총액이 GDP의 12배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적 값까지 올라간 것이 박정희 말기 현상인데 그것은 박정희 시대에 땅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현재 세계 1위 수준의 높은 한국 땅값에 대해 각 정권이 얼마나 책임이 있는가가 7열에 표시돼 있다. 예상대로 박정희(50%)가 1위로서 전체 절반의 책임이 있으니 단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나머지 절반의 책임이 나머지 모든 대통령에게 돌아가는데, 박정희에 이어 비싼 땅값 책임 2위는 이승만(13%)이고, 3위는 노태우(9%)다.
이렇게 본다면 땅값 상승의 책임은 박정희, 이승만, 노태우, 전두환 순이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책임은 훨씬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독재정권이 땅값을 대부분 올렸고, 민주정부의 책임은 훨씬 적은 것이다. 세 차례 민주정부의 책임을 다 합해도 12%밖에 안 된다. 그리고 사실 노무현 정부 때 땅값 상승의 주요 원인은 이미 여러 경제학자들이 지적했듯이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규제를 완화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사실은 깊은 반성을 요한다고 하겠다.
비싼 땅값의 책임이 거의 독재정권 책임이라는 사실을 놓고 우리는 독재와 민주주의의 비교라는 중요한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정희 신화가 크게 붕괴하고 있음은 대단히 고무적이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정희 신화의 위세는 실로 대단했다. 심지어 구미에 가면 박정희를 '반인반신'으로까지 추켜세우는 시장도 있었다. 이러한 박정희 신화는 대부분 허구이고, 그것을 통해 권력과 부귀영화를 유지해보려는 한국의 수구집단들이 인위적, 고의적으로 신화를 조작해낸 측면이 크다.
그런데 박정희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드는 박정희의 업적은 오직 한 가지 경제성장뿐이다. 다른 면에서는 박정희는 평생 부끄러운 짓을 너무 많이 해서 후세 사람들에게 귀감은커녕 가르칠만한 내용이 없다. 박정희의 업적은 오직 경제성장이다. 18년 집권 동안 박정희는 '잘 살아보세'를 구호로 내세우며 경제성장에만 집착했다. 그러나 과도한 성장 집착이 결국은 무리를 가져왔다. 전국의 땅을 파헤치면서 개발, 개발로만 매진했다. 앞뒤 가리지 않는 무조건적 개발, 성장으로 인해 우리가 잃은 게 너무 많다. 분배, 복지가 무시됐고, 환경이 파괴됐다.
박정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선성장후분배', '선성장후환경'을 외쳤는데, 소득 3만불에 접근한 지금도 분배, 복지를 이야기하면 보수파에서는 좌파, 포퓰리즘으로 모는 습관이 남아 있다. 성장을 숭상하고 분배를 무시하는 사고방식은 우리들 뼛속까지 스며들어서 국민 일반까지 성장지상주의가 우리나라의 국가철학처럼 되어 있다. 이러니 서구식 복지국가는 우리에게 요원하고 그 결과 저출산고령화가 가져올 국가적 재앙에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어디 분배와 환경뿐인가. 박정희가 남긴 부정적 유산은 너무나 크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파괴한 결과 사회 구석구석에, 모든 조직의 요소마다 여전히 독재가 남아 있고, 조직민주주의는 요원하다. 노조를 적대시하고 탄압해서 한국의 노사관계는 여전히 대립과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사회 도처에 퍼져 반칙하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으로 대접받고, 양심적인 사람은 무능한 사람으로 간주돼 도태된다. 금전만능주의와 불신사회가 우리나라의 상표처럼 되어 버려 국제사회에서 어깨를 펼 수가 없다. 부정부패는 사회 구석구석 독버섯처럼 퍼져 있다. 우리 사회에 '귀족의 의무'(noblesse oblige)는 드물고, 지배계급은 사소한 이익을 위해서도 반칙, 투기, 위장전입을 일삼는다.
지금까지 우리는 경제성장만 놓고 박정희를 높이 평가해왔다. 그러나 경제성장만으로 위정자를 평가한다면 무솔리니, 히틀러, 도조 히데키도 고성장했다. 왜 그런 독재자들은 모두 엄정한 비판을 받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는데, 유독 한국에서는 박정희주의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가? 이는 국민에게 자기 나라 역사, 특히 현대사를 가르치지 않은 나라의 비극이다.
그런데 위의 땅값 분석을 보면 박정희 신화에 근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박정희는 다른 문제는 많지만 '그래도 경제는 잘 했다'는 통설을 재고해야 한다. 박정희는 경제성장에 집착한 나머지 당장 눈앞의 실적에 급급하여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다. 과도하게 개발, 성장만을 밀어붙여 전국토를 파헤쳐 지가를 올렸고, 돈을 마구 찍어내어 성장만을 높이려 했기 때문에 물가를 폭등시켰다. 그리하여 자신의 임기 중 성장률은 높였으나 그 후유증은 오래 오래 남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박정희가 이룩했다고 하는 경제성장은 실제보다 많이 과장된 것이다.
지가, 물가가 이렇게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랐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에 치명적인 약점이다. 비싼 땅값, 비싼 임대료는 세계 최고의 공장부지 가격을 의미하며, 자영업자들을 고통에 빠뜨리며, 서민들에게는 주택난을 의미하며, 더 이상의 도로 건설이 불가능할 정도로 땅값이 비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출로 먹고살아야 할 한국이 국제경쟁에 나가면서 고지가, 고물가라는 두 개의 커다란 쇠뭉치를 양쪽 발에 달고 달리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지가, 물가는 결국 성장에 대한 박정희의 집착과 과욕이 불러일으킨 책임이 크다. 여기서 우리는 엄중한 교훈을 얻게 된다. 좀 천천히 가도 좋으니 정도를 걸었어야 했다. 조급하게 과도한 성장을 추구했던 것이 두고두고 우리에게 후회를 남긴다. 국민들이 '빨리빨리병'에 중독된 나라에서 '느림의 미학'을 다시 살릴 궁리를 해야 한다.
독재는 단기적으로는 경제를 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망친다는 점을 명심하자. 이승만, 박정희는 유난히 권력욕이 강해서 종신 집권을 위해 헌법을 누더기로 만들며 정치적으로 보면 민주주의를 파괴한 잘못을 저질렀는데, 박정희는 경제적으로도 과욕을 부려 성장에 과도하게 집착하여 지가와 물가를 폭등시킨 책임이 크다. 문제는 결국 독재자의 권력욕, 탐욕이다. 탐욕은 독재를 낳고, 독재는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파괴할 뿐아니라 경제도 망친다는 점, 그리고 경제를 살리는 것은 결국 민주주의라는 사실, 이것이 우리가 얻는 교훈이다.
끝으로 사족 하나. 최근 경향신문은 경실련과 공동으로 '지주의 나라 - 불로소득이 문제다'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참으로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본다. 적폐 청산 요구가 분출하는 지금 부동산 가격폭등으로 인한 불로소득 창궐과 빈부격차의 확대, 양극화 심화 문제는 적폐 중의 적폐로서 근본적 수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경실련 주장의 일부는 진실과 거리가 멀어 주의를 환기하려 한다.
경실련은 한국 땅값을 노무현 정부가 제일 많이 올렸고, 오히려 박정희, 전두환 정부는 잘 했다고 주장한다. 기사를 읽어보자. "땅값 상승을 정권별로 보면 노무현 정부에서 3123조원이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고, 임기 동안 연평균 상승액도 625조원으로 전체 평균(연 131조원)의 약 5배나 됐다고 경실련은 주장했다(경향신문 2017.3.15.). 노무현 정부 다음으로 김대중 정부 시절 243조원씩 총 1214조원 땅값이 올랐다."
경실련은 "오히려 박정희·전두환 정부는 강력한 분양가상한제로 건설사 이윤을 제한해 서민들을 위한 저렴한 주택을 공급했다"고 주장한다. "땅값, 집값 거품을 급격히 키운 건 이른바 '민주정부' 때였다. 김대중 정부는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대거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선분양 때 분양가 자율화 허용, 그린벨트 해제 등이 대표적이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참여정부에서 땅값이 폭등한 것도 아이로니컬하다."
경실련의 이런 주장은 나의 분석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차이는 땅값 상승액(경실련)으로 계산하느냐 상승률(본고)로 계산하느냐에서 온다. 정권별 책임을 알아보려면 당연히 땅값 상승률을 비교해야 하는데, 경실련은 상승액을 비교하여 땅값이 비싼 후기 정권들이 많이 올렸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옳지 않을 뿐아니라 본의 아니게 독재를 인정하거나 찬양하고 민주정부를 경시할 우려도 있다. 한번 더 강조하건대 독재는 언제, 어디서나 악이며, 심지어 땅값 폭등과 불로소득 창궐에서도 주범이다. 지금 촛불 민심을 이어받아 박정희 신화를 해체하고, 독재의 산물인 천정부지의 부동산 값을 정상화하는 것은 적폐 청산의 중요한 내용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