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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25일 오후 3시 25분]

대선을 앞두고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주요 일간지의 여론조사 보도를 모니터하기로 했다. 모니터는 △선거 보도의 보조수단인 여론조사에 과도하게 의존함으로써 가십성 경마식 보도를 조장하고 있지는 않는지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거나 아예 여론조사 실시 과정에서 편향성을 드러내지는 않았는지 △그럼으로써 여론을 파악하기보다 특정 방향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데에 여론조사를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총 보도량은 12건 감소, 인용된 여론조사 개수는 9건 증가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


4월 둘째 주(10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 간), 국내 5대 일간지 지면에 실린 19대 대선 여론조사 관련 보도는 총 35건으로 전주 대비 12건 감소했다.

이들 중 가장 많은 보도를 내놓은 곳은 조선일보(10건)였다. 조선일보는 칸타코리아(칸타 퍼블릭)에 자체 의뢰한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10건 중 6건(10일 5건, 11일 1건)의 기사에서 중점 보도했다.

조사 기간 5대 일간지가 인용한 대선 여론조사의 개수는 전주 대비 9건 증가한 23개였으며 그 개요는(https://goo.gl/eGFdHQ)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아일보가 강조한 신중도층, 적절한 해석인가?

동아일보는 <신중도층, 대선판 흔든다>(4/11 이재명 기자 https://goo.gl/cFp4i4)와 <50대 유권자가 '신중도층' 주축>(4/12 이재명 기자 https://goo.gl/9u5icN)을 통해 이른바 '신중도층'이라 불리는 유권자층이 "민심의 흐름"을 이끌고 있으며, "대선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이틀 연속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이에 대한 근거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 지난 4개월 간 자신의 이념 성향이 중도라고 응답한 계층이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진보 혹은 보수로 응답한 계층의 비중은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또한 이것이 "유권자들의 극단 회피 심리가 강화된" 때문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 여론조사 결과에 비추어 볼 때 무리한 해석으로 평가된다.

 한국갤럽의 유권자 이념성향 여론조사 결과 (1월 1주, 2월 1주, 3월 1주, 4월 1주)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갤럽의 유권자 이념성향 여론조사 결과 (1월 1주, 2월 1주, 3월 1주, 4월 1주) ⓒ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

우선 기사에서 인용한 '조사완료 사례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상단 우측 그래프 참조), 진보층 비중은 최근 2개월간(31.7%→31.8%), 보수의 경우 최근 3개월간(24.9%→25.0%→24.9%) 사실상 변화가 없다. 적어도 최근 2개월간의 중도층 확대(30.9%→33.1%)는 유권자의 극단 회피가 아닌 모름 응답층(12.5%→10.1%)의 감소가 유일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중도 유권자의 각 후보별 지지율 나열하며 표심 강조한 중앙일보도 무리

여론조사에 나타난 유권자의 이념성향을 끼워 맞추기 식으로 해석하고 보도한 것은 중앙일보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일보는 <문·안, 중도·부동층서 오차범위 각축…스윙보터가 승부처>(4/12 최민우·정효식 기자 https://goo.gl/6WbssV)에서 5개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이번 대선의 '급소'는 스윙보터인 중도·부동층의 표심"이라고 강조하고, 중도성향 유권자의 각 후보별 지지율을 나열해 보도했다.

하지만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기관 중 리서치플러스를 제외한 나머지 4개 기관은 관련 질문 항목의 보기를 '보수, 중도보수, 중도, 중도진보, 진보'나 '매우보수(0)~매우진보(10)' 등으로 세분화하여 유권자 이념성향을 파악하고 있음에도,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까지를 '보수'로, 어떤 항목까지를 '진보'나 '중도'로 분류하고 있는지를 언급하지 않았으며,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분류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중앙일보가 인용한 5개 여론조사 기관의 유권자 이념성향 질문 및 결과 분류 방식 ⓒ민주언론시민연합
중앙일보가 인용한 5개 여론조사 기관의 유권자 이념성향 질문 및 결과 분류 방식 ⓒ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

오차범위에 아랑곳 않고 여전한 안철수 띄우기와 경마식 보도

문·안 두 후보의 오차범위 내 지지율 차이를 두고 안 후보 띄우기 어조로 보도하는 모습도 여전했다. 동아일보는 <대선 D-29… 문 vs 안 초접전>(4/10 한상준·유근형 기자 https://goo.gl/Gla6jZ), <신중도층, 대선판 흔든다>(4/11 이재명 기자 https://goo.gl/cFp4i4)에서 KBS·연합뉴스-코리아리서치, MBC·한국경제신문-리서치앤리서치 및 조선일보-칸타코리아(칸타 퍼블릭)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양 후보의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두고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처음으로 앞선 결과", "제쳤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조했다.

<오늘-내일 대선 후보 등록… 문 40%-안 37%>(4/15 한상준·신진우 기자 https://goo.gl/U9Ize6)에서는 일주일 사이 오차범위 내에서만 변화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마치 큰 의미와 변화가 있었던 듯 강조하기도 했다. 동아일보의 이 세 건의 기사는 모두 1면 머리기사였다. 즉, 동아일보는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결과를 승패로 구분 짓는 경마식 보도를 한 주 내내 한 셈이다.

이 같은 보도 행태는 중앙일보의 <안철수, 다자 대결 여론조사서 첫 1위>(4/10 박성훈 기자 https://goo.gl/hpCt7L)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선일보는 <사설/문·안, '대통령감인가' 의구심 떨치느냐에 달렸다>(4/10 https://goo.gl/pRxgKz)에서 안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결과가 문 후보를 넘겠다는 안 후보 측 전략을 "뒷받침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강조한 반면, 문 후보가 세월호 희생 학생들에게 '고맙다'고 한 것을 두고는 마치 탄핵 반사이익으로 득을 본 후 보답하는 발언을 한 것인 양 호도했다.

또한, "문 후보는 탄핵 사태 덕에, 안 후보는 문 후보에 대한 광범위한 거부감 덕에 양강 반열에 오른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탄핵과 국정농단 책임에서 자유롭고 경쟁력까지 갖춘 마땅한 보수 진영 후보가 없는 지극히 이례적인 상황에 보수층 표심이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안 후보를 차악으로 여기고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한, 탄핵 사태로 인한 반사이익 수혜자 역시 안 후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신뢰도 논란 이후에도 계속 인용된 KBS·연합뉴스 여론조사

여론조사 방법 및 결과 신뢰도와 관련한 논란은 계속 됐다.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KBS·연합뉴스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4월 8일~9일 실시한 여론조사였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교 통계학과 김재광 교수는 10일 개인블로그 및 TBS와 JTBC에 출연해 동일한 기관의 지난 3월 조사 당시에 비해 이번 조사에서 비적격 번호 비율이 크게 달라진 점을 지적하며, 표본추출과정에서 RDD(임의번호 걸기)가 아닌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참조: https://goo.gl/nJhOmC, https://goo.gl/MTF7NH)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19일 표본 추출틀, 비적격·접촉실패 사례 수 등을 사실과 다르게 등록했다며 코리아리서치에 과태로 15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당초 무선전화 국번수와 비적격 사례 수 등의 과소함을 이유로 자체구축 DB를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특정DB를 사용한 흔적은 없었다며 보도인용금지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최초 의혹제기가 된 이후부터 여심위의 결정 이전까지의 보도 양상이다. 코리아리서치의 해당 여론조사는 조사 기간 한겨레를 제외한 모든 언론이 2~3회 인용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불거진 4월 10일 이후 이에 대한 사정을 별도로 언급하며 기사화 한 곳은 동아일보와 경향신문뿐이었다. 심지어 중앙일보는 논란 이후에도 <휴대폰 조사 많으면 문재인, 집전화 많이 하면 안철수 유리>(4/11 김정하 기자 https://goo.gl/Vb7lKB)와 <문·안, 중도·부동층서 오차범위 각축…스윙보터가 승부처>(4/12 최민우·정효식 기자 https://goo.gl/6WbssV)에서 해당 여론조사를 가감 없이 계속 인용·보도했다.

후보 지지율 및 여론조사 기간 오기도 이어져

지지율과 여론조사 기간에 대한 표기 잘못도 반복됐다. 동아일보는 <안철수 맹추격에 문재인 지지층 결집…양강 구도 더 굳어져>(4/15 한상준·황형준·신진우 기자 https://goo.gl/CyZt8H)에서 한국갤럽의 4월 2주차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홍준표 후보의 호남지역 지지율을 6%로 표기했다. 그러나 실제 해당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홍 후보의 호남지역 지지율은 0%다. 뿐만 아니라, 3월 28일~30일 실시된 한국갤럽 3월 5주차 여론조사 결과를 "지난달 31일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라고 잘못 기재하기도 했다.

경향신문도 <'야 대 야' 대선, 전략적 투표가 판 흔드나>(4/11 이주영 기자 https://goo.gl/DDDgmk)에서 4월 7일~8일 실시된 한겨레-한국리서치 여론조사를 "지난 8~9일 여론조사"로 표기했다.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여론조사 보도에 담긴 숫자 하나하나가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는 만큼 보다 더 신중한 기사 작성이 요구된다.

위 모니터보고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회원 모임인 신문모니터위원회에서 작성했습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신문을 읽고 미디어 비평을 직접 해 보고 싶으신 분 △혹은 뉴스를 보고 답답해진 마음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분 △직업인으로서의 기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닌, 참 언론인이 되고 싶으신 분들 모두에게 언제나 활짝 열려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 놓치지 마세요! 모임 참여 혹은 참관 문의는 02-392-0181로 해주시면 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훈(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회원)



#여론조사#동아일보#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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