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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시 송악면 강장리 주민들이 지난 24일부터 육골즙 공장 부지 근처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아산시 송악면 강장리 주민들이 지난 24일부터 육골즙 공장 부지 근처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 이재환

요즘은 시골에서조차 반딧불을 보는 것이 어렵다. 해발 100미터에 위치한 충남 아산시 송악면 강장리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여름이면 반딧불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강장리 주민들은 요즘 걱정이 많다. 지난해 12월 말, 마을 한가운데에 송악농협 소유의 사슴육골즙 가공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때부터 주민들은 4개월간 아산시와 송악농협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강장리 주민들은 최근 육골즙 공장 설립 승인을 취소해달라며 충남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지난 4월 11일 행정심판 청구가 기각되면서 주민들은 또다시 기약 없는 싸움을 시작하게 됐다.  

강장리 주민들이 육골즙공장 설립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식수부족과 청정지역을 훼손하는 문제' 때문이다. 실제로 강장리 주민들은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유골즙 공장이 들어설 경우 마을 주민들은 공장과 식수를 나누어 써야 한다.

이에 대해 강장리 주민들은 "가뭄이라도 들면 심각한 물 부족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공장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반면 아산시 관계자는 "주민과 공장이 물을 나누어 써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물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25일 오후 아산시 송악면에 있는 강장리를 찾았다. 이미 육골즙 공장 부지에서는 터를 닦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포크레인이 요란한 소리로 작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마을 주민들은 공장부지 바로 옆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천막 농성도 이틀째로 접어들었다.

이와 관련해 주민 A씨는 "아산에서도 송악면은 상수도 시설이 가장 부족하다"며 "가뭄에 대한 대책도 전혀 없이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A씨가 보여준 자료에 따르면 아산시에서도 송악면은 상수도 보급률이 10%대로 가장 낮았다. 아산시 염치읍(96%)과 배방읍(97%)등은 상수도 보급률이 90%를 웃돌고 있다. 

주민 B씨는 "500명의 주민들이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며 "2030년에나 상수도가 들어온다는데, 그걸 믿고 기다리기엔 너무나도 긴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강장리는 청정지역이라는 이점 때문에 입소문을 타고 귀촌을 한 젊은 주민들도 많다. 주민 A씨는 "공장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우리를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라며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고 있다"며 "강장리로 귀촌한 이유는 마을이 청정지역이기 때문이다. 평생 공장을 안고 살아가야할 우리의 입장도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민 C씨는 "공장 설립으로 청정지역 훼손과 지하수 오염, 거기에 식수난까지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아산시가 공장부지를 매입해서 자연생태박물관을 건립하는 것도 고려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주민들은 26일 오전 11시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육골즙 공장 설립을 반대'하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강장리 #아산 #육골즙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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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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