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군 적성면에 딱 하나 뿐인 시골 작은 학교인 대가초등학교 27명 어린이들과 담임 선생님들, 그리고 지난해 부임하신 평교사 출신 유승봉 교장 선생님과 볍씨 뿌리고 못자리를 만드는 날이다.
2학년 성용이 아빠와 3학년 한결이 아빠인 내가 농민 교사다. 농민 교사!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이름인가? 지구상에서 가장 인간다운 삶이 실현된 덴마크는 폴케호이 스콜레가 있기에 가능했다. 민중학교 폴케호이 스콜레를 이끈 주역이 바로 농민 교사들이다. 공동체의 뿌리인 농민과 농사의 가치를 아는 사회는 농민이 가장 훌륭한 교사다.
학교를 나서 시골 농로길을 걸어 못자리가 있는 2학년 성용이네 집까지 걸어가는 길은 소풍가는 날보다 더 즐거웠다. 성용이 아빠는 대가초등학교 졸업생이니 아이들 선배다. 마을 농민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밭에서 한창 자라는 온갖 작물들 이름 알아맞추기를 했다. 봇도랑에 시원스레 흘러가는 물소리를 들으며 물장난도 하고 호밀이 쑥쑥 자라는 논에 들어가 뛰어놀기도 했다.
성용이네 집에서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모판에 직접 볍씨를 뿌리고 흙을 덮어 주었다. 못자리에 모판을 모두 깔고 나서 작은 화분으로 어린이 한사람마다 작은 못자리를 만들었다. 한달 뒤 어린이들과 선생님들과 다시 만나 신명나는 모내기 잔치를 하기로 약속했다.
글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보람 있고 신명나는 순간이다. 농민으로 살며 오늘처럼 뿌듯한 적은 처음이다. 농사 중 농사는 바로 자식 농사 아니던가. 자식들에게 농사를 가르쳐 농사를 이어가게 하는 것보다 기쁘고 보람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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