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봄이 한창입니다. 따스한 봄기운에 머위 새순이 잔뜩 올라왔습니다. 며칠 사이 몰라보게 자랐습니다.

머위 새순을 본 아내가 가만 둘 리 없습니다. 좀 여린 머위를 자르려고 칼을 찾습니다.

"아니, 좀 더 자라서 베지 그래?"
"자라면 또 베고! 지금 이 정도도 맛나게 무쳐먹을 수 있어요!"

 새봄에 올라온 머윗잎. 머위 새순은 끓는 물에 데쳐 나물로 무치면 쌉쓰름한 맛이 색다릅니다.
새봄에 올라온 머윗잎. 머위 새순은 끓는 물에 데쳐 나물로 무치면 쌉쓰름한 맛이 색다릅니다. ⓒ 전갑남

애기 손바닥만한 어린 머윗잎이 아내 손에 잘립니다. 잘려 나온 머위 새순에서 향긋함이 묻어나옵니다. 아내는 머위나물을 무칠 모양입니다. 봄에 먹는 새 나물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머위에 대한 아련한 추억

머위는 가꾼다기보다는 풀처럼 자란다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축축하고 그늘진 곳에서 잘 자랍니다. 병충해에 강해 농약을 칠 일도 없습니다.

 머위는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즐겨먹습니다. 축축하고 그늘진 곳에서 잘 자랍니다.
머위는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즐겨먹습니다. 축축하고 그늘진 곳에서 잘 자랍니다. ⓒ 전갑남

주위에 자란 풀만 뽑아주면 머위는 봄부터 가을까지 요긴한 반찬거리로 쓰입니다. 요맘때 자란 머윗잎은 나물로 무쳐먹고, 키가 훌쩍 자란 머윗대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껍질을 벗겨 이용합니다. 육개장과 같은 탕국에 넣으면 살강살강 씹히는 맛이 색다릅니다.

머위는 식재료이지만, 민간요법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머위 새순을 보면서 아려한 옛추억을 떠올려봅니다.

초등학교 철없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그 시절에는 숙제를 안 해 가거나, 친구들과 싸우는 등 말썽을 피우면 선생님은 회초리를 드셨습니다. 손바닥, 종아리를 맞거나 잘못이 클 땐 엎드려뻗쳐 자세에서 궁둥이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 땐 내남없이 엄히 매를 맞고 컸습니다.

낭창낭창한 회초리가 종아리나 궁둥이에 닿으면 무척이나 아팠습니다. 안절부절못하며 선생님께 용서를 빌곤 했습니다.

매 맞은 종아리나 엉덩이는 금세 시퍼렇게 피멍이 들었습니다. 피멍이 든 자국은 쉽게 풀어지지 않았습니다. 

매 맞은 멍 자국을 보게 된 어머니는 무척 속 상해하셨습니다.

"요놈아, 오죽하면 선생님이 매를 드셨을까! 뭘 잘못했어? 숙제 안 해 가지는 안했을 테고, 친구들과 싸움질을 했나? 다음에 또 그러면 그땐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다! 알았어?"

멍이 든 곳을 어루만지시던 어머니는 어느 틈에 머위밭에서 머윗잎을 잘라왔습니다. 잘라 온 머윗잎을 절구에 넣고 잘근잘근 짓이겨 멍이 든 부위에 붙여주셨습니다.

"이거 붙이고 하룻밤 자고나면 가라앉을 거니까 떼지 말어!"

어머니가 붙여준 사랑 때문인지 멍 자국은 며칠 새 가라앉았습니다. 정말 신통방통하였습니다.

몸에 좋은 머위의 효능

먹위, 머구라고도 불리는 머위는 예전부터 전해오는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가 있습니다.

옛날 애정이 두터운 어느 부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는 세월은 막을 수 없는 법. 부인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남편의 양기(陽氣)가 예전만 못한 것을 느낀 모양입니다.

 머위꽃입니다. 이른 봄 꽃대가 나고 작은 꽃들이 몽골몽골 핍니다. 뜨거운 물에 데쳐 먹으면 기침, 가래, 숨이 차는 데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머위꽃입니다. 이른 봄 꽃대가 나고 작은 꽃들이 몽골몽골 핍니다. 뜨거운 물에 데쳐 먹으면 기침, 가래, 숨이 차는 데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 전갑남

그러던 참에 꽃대가 왕성하고, 잎은 하늘을 떠 바칠 듯 펼치며 왕성하게 자라는 머위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걸 본 부인은 무릎을 치며 이걸 심어서 남편에게 먹이면 젊었을 때 힘이 살아날 거라는 기대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웬걸! 결과는 부인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하였습니다. 화가 난 부인은 가꾸던 머위를 뽑아서 담 밖으로 던져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머위한테 붙여진 게 '월장초(越墻草)'. 머위를 담장 밖으로 버렸다 하여 나온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천대받던 월장초 머위가 요즘은 귀한 대접을 받는 나물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며칠 전, 아는 분으로부터 머위의 효능을 알리는 메시지가 날아 왔습니다. 머위에 대한 찬사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메시지 속에는 머위가 암세포를 억제하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설명돼 있었습니다. 몸속에 있는 비정상적인 세포와 기형세포를 제거하는 데 머위만한 약초가 없다는 것입니다. 머위는 우리 몸의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줘 면역력 강화와 항암효과에 좋다고 합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머위를 '백채(白菜)'라고 하여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습니다.

'머위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맵고 또한 단맛이 나며 독이 없다. 기침을 멎게 하고, 몸에 열이 있거나 답답한 증상에 효과가 있으며 허한 몸을 보호해준다.'

머위는 여느 야채와 마찬가지로 풍부한 섬유질이 있어 배변작용을 도와 체내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담 밖으로 머위를 집어던진 이야기 속의 부인도 참고 가꿔 먹었으면 남편의 기를 복돋우는 것을 떠나 여타 효능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었을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아무튼 머위를 즐겨 많이 먹어야겠습니다.

머위 새순의 된장 나물무침

아내 손에 들린 봄나물 머윗잎이 이제 맛난 요리로 변신할 차례입니다.

아내는 머윗잎을 끓는 물에 담갔다 나올 정도로 살짝 데칩니다. 새순이라 무르지 않게 조심합니다.

 우리가 거둔 머윗잎입니다.
우리가 거둔 머윗잎입니다. ⓒ 전갑남

 머윗잎을 데칠 때는 소금을 약간 넣어 살짝 데치고 찬물로 헹궈줍니다.
머윗잎을 데칠 때는 소금을 약간 넣어 살짝 데치고 찬물로 헹궈줍니다. ⓒ 전갑남

 머윗잎나물은 된장에다 갖은 양념을 넣어 무칩니다. 약간의 쓴맛 때문에 매실청을 넣습니다.
머윗잎나물은 된장에다 갖은 양념을 넣어 무칩니다. 약간의 쓴맛 때문에 매실청을 넣습니다. ⓒ 전갑남

아내는 머윗잎을 된장을 넣어 나물로 무칠 모양입니다. 데친 머윗잎을 꼭 짠 다음 된장을 적당히 넣고 쪽파, 마늘과 같은 갖은 양념을 한 뒤 탈탈 털어내듯 무쳐냅니다.

아내가 한 입 건네줍니다.

"여보, 나물 맛 어때요? 예전 먹었던 맛이 나는 것 같아? 머위향이 살아있죠?"

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습니다.

 아내가 만든 머윗잎나물. 된장을 넣어 무쳤는데 쓴맛이 약간 있습니다. 머위나물은 입맛을 돋우는데 좋습니다.
아내가 만든 머윗잎나물. 된장을 넣어 무쳤는데 쓴맛이 약간 있습니다. 머위나물은 입맛을 돋우는데 좋습니다. ⓒ 전갑남

달큼한 맛은 없지만 약간 쌉쓰름한 맛이 참 좋습니다. 쌉쓰름한 맛 때문에 입맛 잃기 쉬운 나른한 봄에 딱 좋을 것 같습니다.

뭉친 멍자국을 사랑으로 풀어주신 어머니의 예전 머위가 오늘은 아내 손에 봄나물로 다시 만났습니다. 봄에 만난 머위가 참 반갑습니다.


#머위#머윗잎#머윗대#월장초#머위나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