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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를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가 후회한 적이 있다. 컴퓨터를 켜자마자 나도 모르게 메신저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인터넷에 접속했기 때문이다. 나는 문서 작업만 하기 위해 전원을 켰지만 실제로는 나도 모르게 내가 평소에 하던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뒤늦게 잡다한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과제에 집중하려 했지만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읽지 않은 메일, 잠깐 확인하고 지나친 메신저 프로그램의 기록이 자꾸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문서 작성 프로그램을 통해 글을 쓰다가도 계속 다른 일에 신경이 쓰인다. 아무리 간단한 일을 하더라도 나도 모르게 인터넷 뉴스가 궁금해진다. 어떤 기사가 메인에 나와있는지, 포털의 검색어 순위는 어떤지 살펴본다. 다시 작업에 돌아오면 어디까지 일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몰입해서 일을 하면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너무 자극적이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딥 워크>
<딥 워크> ⓒ 민음사
칼 뉴포트의 <딥 워크>는 몰입의 중요성을 말하는 책이다. 조지타운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심리학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몰입이 왜 중요한지, 몰입을 방해하는 다른 요소를 왜 치워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몰입이 현대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와, 몰입을 돕는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특히 이 책은 지식 노동자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일정한 작업 방식이 정해져 있지 않고 그때그때의 업무 지시에 따라 일하며, PC와 스마트폰을 가까이 하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전자기기를 통해 이메일이나 업무를 파악해야 하는 계층일수록 집중이 흐트러지기 쉽다. 이런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집중력이 닳고 닳다가 결국엔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일에 동시에 접근하는 멀티태스킹보다는, 자신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에 몰입하는 '딥 워크'를 강조한다. 딥 워크는 인지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여서 완전한 집중 상태에서 수행하는 직업적 활동이다. 과거에는 자신의 일에 집중해서 최고의 성과를 위해 스스로를 갈고 닦는 장인정신이 이런 몰입의 대명사였다.

딥 워크를 위해서는 단순한 정신의 집중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집중력은 무한하지 않다. 다른 방해 요소가 있으면 점점 효율이 나빠지는 한정된 자원이다. 그런데 많은 요인들로 몰입이 방해받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 책은 가능하면 이메일이나 SNS의 이용을 줄이고, 자신이 집중할 수 있는 영역을 둘 것을 제안한다.

인터넷, 스마트폰, SNS는 계속해서 현대인의 주의 집중을 분산시킨다. 여러 가지 일들에 조금씩 집중하다 보면 두뇌에는 잔상만이 남아서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이 책은 이런 방해 요소들은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설사 무해하다고 하더라도 기운이 빠지게 되므로 치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많은 지식 노동자들은 이처럼 피상적인 문제들을 놓고 소통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더 의미 있는 일을 끝내야 할 때도 자주 수신함을 확인하는 습관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계속 염두에 두게 된다. 갤러거는 이 경우 우리의 정신이 바라보는 직장 생활이 사소한 일에 따른 스트레스와 짜증 그리고 분노로 가득 차게 되므로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중략)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처럼 피상적인 일들에 매달리면 기운이 빠지고 속상한 하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설령 주의를 빼앗는 대다수 피상적인 일들이 무해하고 재미있어 보인다고 해도 말이다.' -82P

특히 저자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을 분리하라고 말한다. 인터넷 사용이 정신력의 집중을 흩뜨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을 것이다. 빠른 시간에 인터넷을 활용하지 않으면 정보를 찾기 어려울 수 있고, SNS를 활용하도록 압박을 받는 직종도 있다.

저자는 인터넷을 쓰는 일 자체가 집중력을 줄이진 않는다고 본다. 하지만 인터넷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자극적이고 가치가 없는 활동을 하기 쉽기 때문에 더 높은 가치를 갖지만 자극은 없는 일들이 버려지게 된다고 본다.

소셜 미디어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더욱 날카롭다. 저자는 아예 소셜 미디어를 끊고도 자신만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의 예를 들며, 소셜 미디어 자체에 접근하지 않는 삶에 대해 후한 평을 내린다.

SNS에서 유행하는 정보의 상당수는 정보가 가치가 있어서 유행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자극적인 내용을 제공하고, 더 많은 팔로워를 가진 사람이 말하기 때문에 유행할 확률이 높다. 당신에게 꼭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가 아닌 피상적인 정보를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도 인터넷이나 SNS에 접근하지 않는 일이 쉽지 않음은 알고 있다. 상사의 명령에 재빠르게 반응하지 않으면 회사에서의 지위가 위협당할 것이다. 현대의 회사원들은 근대의 위인들처럼 서재를 두고 그곳에 살면서 연구에 전념할 수는 없다. 그래도 가능한 한도에서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고 몰입하는 습관을 가져야 효율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책의 주된 논지다.

이러한 몰입은 개인이 가지는 집중을 최대로 발휘해서 효율을 끌어올리는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일에 몰입하는 태도를 기르면 숨어 있지만 중요한 이점을 얻을 수 있다. 몰입은 주의를 관장하는 기관을 장악하고, 불가피한데도 끈질기게 우리의 삶을 귀찮게 하는 사소한 불쾌 요소들을 인식하지 않도록 만든다. 방해 요소들이 우리의 인식을 빼앗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책이 몰입을 위해 제시하는 방법은 네 가지다. 가장 중요한 목표를 수립하고, 목표를 위해 딥 워크에 들인 시간을 지표로 정리하고, 딥워크에 들인 시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성과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을 권한다. 또한 업무를 수행한 후에는 휴식시간 동안 재충전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반면 저녁 시간에 계속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답신을 보내고, 저녁을 먹은 후 임박한 시한을 맞추려고 두어 시간을 할애하면 지향성 주의를 관장하는 부위가 재충전에 필요한 휴식을 취할 수 없다. 이런 급한 활동은 짧은 시간만 소비한다고 해도 집중력을 회복할 수 있을 만큼 깊은 수준의 휴식에 이르지 못하게 만든다.' -142P

이렇게 몰입에 집중하다 보면 더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저자는 SNS를 활용하지 않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 유명인들과 학문 분야에서 많은 논문과 저술 활동을 마친 교수들을 예로 들며 딥 워크의 가치를 설명한다.

사람마다 자신의 업무 방식이 다르고, 저자가 말하는 몰입을 실행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직종들도 있다. 구체적인 방법을 택하는 과정에서 사람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인간의 집중력이 가지는 한계를 생각해보면, 자신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볼 필요는 충분하다. 강렬한 몰입과 더 좋은 성과의 관계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책이다.


딥 워크 - 강렬한 몰입, 최고의 성과

칼 뉴포트 지음, 김태훈 옮김, 민음사(2017)


#집중#효율#노력#업무#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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