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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이다. 하지만, 여유있게 어버이날의 따뜻함을 나눌 여유가 없는 사정도 많다. 경기도 한 외식업체에 현장실습 나갔다가, 6개월만인 2016년 5월 자살한 군포 김◯◯  님의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다. 김◯◯ 님의 일주기가 5월 6일이었다.

현장실습으로 나가서 6개월째 일하던 식당 조리실 일이 너무 힘들어, 그만 두고 군대 가겠다고 말하고 출근한 아들은, 다음 날인 2016년 5월 7일 외식 업체 음식 창고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황망히 경찰서로 장례식장으로 돌아다니다 집에 오니, 아들이 미리 택배로 주문해 둔 건강보조식품이 택배로 와 있었다. 어버이날 선물이었다.

어버이날 선물까지 준비했던 아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답답하기만 했던 아버지는 발로 뛰었다. 현장실습생인 아들에게만 적용됐던 장시간 노동 벌칙, 욕 먹는 게 일이라고 할 정도의 폭력적인 문화, 은근히 행해지던 성추행과 모욕의 증거를 찾아냈고, 5개월만에 회사와 가해자의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냈다.

김◯◯ 님의 1주기를 맞아, '청소년 노동인권을 생각하는 군포시민모임(준)'에서 조촐한 추모제를 열었다. 자식을 마음에 묻은 아버지는 아직도 이전의 생활로 온전히 복귀하지 못 했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추모 행사에 참여했다. 4월에는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묻는 1인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 님의 아버지, 김용만 님을 5월 6일 만났다.

 5월 6일 산본역 앞 광장에서 열린 아들의 1주기 추모행사에 참여한 김용만(왼쪽) 님
5월 6일 산본역 앞 광장에서 열린 아들의 1주기 추모행사에 참여한 김용만(왼쪽) 님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막내아들을 먼저 보내고 지난 1년이 많이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지냈나?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1년이 어떻게 지났나 싶기도 하다. 가을에야 일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서, 몇 달을 앓았다. 봄이 되면서 다시 사업이나 생활을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1년 전을 생각하면, 힘든 일도 정말 많았다. 죽고 싶다는 생각도 문득문득 들었다. 사건 초기에는 우리 ◯◯이를 비하하고, 우리 가정 문제로 몰아가는 얘기들도 많았다. 그럴 때 정말 죽어버릴까 생각도 했던 것 같다. 힘들 때 같이 해 주신 여러 분들을 생각하면서, 또 우리 ◯◯이 생각을 하면서 쓰러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 생각하면, 이번 전주에서 자살한 학생의 부모님도 걱정이 많이 된다. 나도 지금도 ◯◯이 생각하면 북받치는데, 그 부모님은 얼마나 힘들겠나. 부모님들이 힘냈으면 좋겠다. 이 문제가 더 잘 알려졌으면 좋겠는데, 대선에 묻혀서 걱정이다."

- 청년이 현장실습 나갔다가 자살하는 일이 또 발생했다.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하는 일인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무엇보다 이런 일이 또 발생해서 안타깝다. ◯◯이를 보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랐는데, 1년도 되지 않아 또 비슷한 일이 발생하니 마음이 더 아팠다. 구의역 사고도 그렇고, 우리 ◯◯이도 현장실습에서 출발한 취업 자리에서, 잘못된 환경과 조건에서 일하다 발생한 사고다. 그런데 작년에 ◯◯이 문제로 싸울 때는 주로 회사에만 재발 방지 대책을 묻고, 학교 교육당국에는 문제를 제대로 제기하지 못 했던 것 같다.

◯◯이는 사망 당시에 졸업생이었기 때문에, 학교나 교육청에서는 더 신경을 안 썼던 것 같다. 이미 졸업생이고 노동자인데 학교가 무슨 상관이냐는 태도였던 것 같다. 학교에서 소개해준 취업이었고, 전공이랑 전혀 관계 없던 업종에 나간 허울뿐인 현장실습이었다. 표준협약서에는 실습 나가는 당사자인 ◯◯이 도장마저 제대로 찍혀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교육 당국이 당시에 책임을 전혀 느끼지 못 했으니, 이런 일이 또 발생한 것 같다. 기업 뿐 아니라 교육 당국도 재발 방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는 끝내 학교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듣지도 못 했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학교를 취재하러 가니 '졸업생까지 A/S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학교는 진심으로 책임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 교육 당국은 비극이 계속 발생하는데도,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처방만 하려는 것 같다. 일단 현행 현장실습을 멈추고, 제대로 댄 대책 마련 후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기업만 얘기할 게 아니라, 정작 출발점인 학교에서부터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나 자신도 특성화고를 나왔고, 전공을 살려 대학에 가지 않고도 취업하게 한다는 특성화고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렇지만 지금 특성화고 현실, 현장실습 현실은 취지를 못 살리고 있는 것 같다. 고칠 게 너무 많다. 

우리 ◯◯이만 해도, 인터넷 쇼핑몰을 전공했고, 그런 전공 살려서 할 수 있는 일, 해 볼만한 일도 많았을 것 같다. 이런 부분에 전문적인 선생님이 업체를 적극 발굴해서 실습을 해 볼 수 있도록 도왔어야 하는데, 그냥 일손 필요하다는 곳에 학생들을 아무렇게 내보냈던 것 같다. 지나고 보니 학생들을 회사에 납품하듯 보냈던 것 같다. 군대 갈 때까지, 일단 1~2년만 쓸 물건처럼 취급했던 것 같다. 그러다 애들이 나가면 다음 해에 후배들로 리필 받아 또 쓰고.

이런 점을 전혀 몰랐다. 학부모들 대부분 그럴 것이다. 학교에서 권해준 현장실습이니 믿고 내보낼 것이다. 학부모들도 이런 실태를 더 잘 알아야 할 것 같다."

 지난 4월 20일 LG 유플러스 본사 앞 1인시위에 참여한 김용만 님
지난 4월 20일 LG 유플러스 본사 앞 1인시위에 참여한 김용만 님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 ◯◯ 군의 1주기를 맞아 청소년 노동인권을 생각하는 군포시민모임(준)이 제안되었고, 아버님도 제안자로 함께 이름을 올리셨는데, 어떤 모임인가?
"작년 가을, ◯◯이가 다니던 회사의 사과를 받기까지 군포에서 매주 촛불 문화제를 열고, 서명 운동을 함께 받던 군포 지역 분들이 있었다. 회사의 사과를 받고 일단락이 된 뒤에도, 종종 군포 지역 여러 모임에 저를 불러주셔서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 분들이 이번 1주기 추모행사를 준비하면서, 산업현장에 현장실습생으로 나가 있는 우리 학생들이 제대로 된 조건에서, 노동인권을 보호받으면서 일을 배우게 하자는 데 뜻을 모아주셨다. 부모로서 같이 나서자는 것인데, 정말 고마웠다. 추모행사에서 내년에는 현장실습생의 인권 문제에 있어, 군포 지역에서 조금이라도 성과를 내고 만나자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 곧 대통령 선거인데, 오히려 이런 문제는 선거를 통해 이슈가 되기는커녕, 구호에 묻혀 버리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든, 특성화고,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에도 신경을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기업도 문제지만, 학교나 교육 당국에 대한 관리 감독이 첫째로 잘 돼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4월에 1인시위 다녀왔지만, 그 뒤에라도 함께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언제든 참여하고 싶다.

김용만 님이 제안자로 참여한 청소년 노동인권을 생각하는 군포시민모임(준)의 제안서에는 '우리 자신부터 청소년 노동인권을 이해하고 관심 갖겠다, 현장실습제도의 문제 해결과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 청소년들의 노동인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함께 활동하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사고와 재난 희생자에 대한 최고의 애도는, 그런 사고와 재난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노력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는 슬픔에 멈추지 않고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 건설로 이어지고, 아들을 잃은 김용만 님의 슬픔은 다른 현장실습생의 노동인권을 지키는 활동으로 이어진다. 김용만 님의 간절한 바람대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대신 제대로 된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길 바란다.

콜센터에서 일하던 현장실습 청소년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사건 등, 청소년 노동자 특히 현장실습생들이 다치고 죽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들의 노동 현실을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청소년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알고 보장받을 수 있도록 책을 선물해 주기 위한 스토리 펀딩이 진행 중이다."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5135


#현장실습#특성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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