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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선 투표율 80%를 넘기면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약속했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2012년 12월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투표율이 75.8%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키겠다며 시민들과 프리허그를 하고 있다. 프리허그 도중 한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위로가 필요해... '제18대 대선 투표율 80%를 넘기면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약속했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2012년 12월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투표율이 75.8%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키겠다며 시민들과 프리허그를 하고 있다. 프리허그 도중 한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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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다음 날이었던 2012년 12월 20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경찰대 교수)은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대선 후 마음이 헛헛한 시민들을 위해 '프리허그'를 진행한 것이다. 표 의원은 "그래도 희망은 있겠죠"라며 눈물을 글썽이는 시민을 껴안으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관련기사 : 표창원 교수 광화문 프리허그 "실망 마세요, 최선 다했잖아요").

이틀 후인 12월 22일, 표 의원은 광주 충장로우체국을 찾아 또 프리허그를 진행했다. 광주를 비롯한 호남은 당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앞선 유일한 지역이었다. 광주는 전국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고, 그 중 90%가 넘는 유권자가 문 후보를 지지했다. 호남은 붉게(당시 새누리당 색깔) 물든 지도에서 홀로 노란빛(당시 민주통합당 색깔)을 띄고 있던 외딴 섬이었다.

당시 표 의원은 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임을위한행진곡'을 부르며 "전국 최고의 투표율을 보인 광주는 이번 선거의 유일한 승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관련기사 : 반공주의자, 광주서 '님을 위한 행진곡' 열창).

표 의원은 2016년 첫 날에도 같은 곳을 찾아 "지난 2012년 프리허그를 하러 왔을 때 다음에 또 와달라는 요청이 많았는데, 오늘 그 장소에 다시 오게 됐다"며 "야권 분열이 심한 가운데 (민주당 입당 때문에) 광주에 오지 마라는 분들도 일부 있었지만, 어쨌든 많은 시민들이 초청해줘서 광주를 찾았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종편 '사이다' 영상, 뿌듯" 표창원, 새해 첫날 광주행).

이후 표 의원은 민주당에 영입됐고, 지난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 전국 곳곳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했고, 결국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 당선자가 됐다. 4년 5개월이 지난 지금, 표 의원의 소회가 궁금했다.

5월 14일, 광주 충장로우체국에서 '프리허그' 예정

그는 9일 오후 10시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2012년 대선 직후) 시민 여러분께 위로를 드리기 위해 광장으로 나가 프리허그를 한 것이다. 5년 동안 싸울 힘을 드리기 위함이었다"라며 "지치지 않고 버텨주신 시민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또 뵙고 싶다"라고 말했다.

표 의원은 두 차례나 프리허그를 진행한 광주를 거론하며 "너무 감사하다.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울컥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선거운동을 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 전남대, 충장로, 챔피언스필드, 구석구석 양로원을 다녀보니 그런 느낌이 오더라. 그럼에도 '호남에서 1등만 했으면 좋겠다' 정도의 기대감만 갖고 있었다. 그런데 출구조사 결과를 보니 너무도 압도적인 결과가 나왔다. 울컥하더라. 그때 프리허그를 하면서 가슴으로 확인했던,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셨던 그 마음, 그 민심이 그대로 남아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호남은 정말 현명한 판단과 전략적 선택을 한다는 점을 다시 깨달았다. 너무 감사하다."

표 의원은 18대 대선에 이어 19대 대선 직후에도 광주에서 프리허그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천주교 광주대교구에서 오는 14일 5.18묘역에서 진행하는 미사에 초청을 해주셨다"라며 "정오 무렵부터 충장로우체국에서 프리허그를 한 뒤 5.18묘역으로 이동해 오후 3시 30분 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날 2012년의 추억도 떠올리면서, 호남 유권자 분들에게 감사드리는 마음을 꼭 전해드리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이날 의원과 한 인터뷰 전문이다.

확성기를 들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경찰대 교수). 표 교수는 2012년 12월 22일 광주 충장로 우체국을 찾아 프리허그를 진행했다.
 확성기를 들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경찰대 교수). 표 교수는 2012년 12월 22일 광주 충장로 우체국을 찾아 프리허그를 진행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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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보다, 세월호·백남기·성주·밀양 위해 최선 다했다"

- 오늘 결과 어디서 지켜봤나. 소감은.
"광화문에서 방송국 선거방송에 출연했다가 집에 들어오니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는) 오후 8시가 조금 넘었더라. 그때부터 집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출구조사 결과를 보니) 복합적인 마음이 든다. 우선 여론조사에서 지속적으로 1위를 달렸기 때문에 이길 거라는 믿음은 있었다. 그런데 지난 2012년 대선 때의 트라우마가 아직 씻겨 지지 않았는지 혹시나 하는 마음이 계속 들더라.

또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당선도 중요하지만 과반을 넘는 지지를 받았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래야 촛불혁명의 완성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며, 박근혜 탄핵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옅어지지 않고 이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향후 적폐청산 등에 국민적 지지와 통합이 모여져야 하는데 (출구조사 결과인) 41.4% 수준은 다소 아쉽다."

- 2012년 대선 직후, 12월 20일에 광화문광장에서 프리허그를 진행했다. 그로부터 5년 가까이 지났는데, 당시를 회상해본다면.
"그 당시는 회상할 필요도 없다. 지금도 계속 제 마음 속에 남아 있다. 지금까지도 주기적으로 당시 그 모습이 떠오른다. 특히 광화문광장은 세월호 참사 후 가장 중심적인 곳이었고, 촛불시위가 계속 진행돼왔던 곳이다. 지금도 많이 아프다. 2012년 모든 걸 다 던진 채 정권교체를 위한 열망을 담아 대선에 임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나왔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저보다 더 상처 입으셨을 시민 여러분께 위로를 드리기 위해 광장으로 나가 프리허그를 한 것이다. 5년 동안 싸울 힘을 드리기 위함이었다. 지치지 않고 버텨주신 시민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또 뵙고 싶다."

- 광화문광장에 이어 2012년 12월 22일 광주 충장로우체국을 찾아 프리허그 행사를 열었다. 뿐만 아니라 2016년 새해 첫날에도 같은 곳을 찾아 또 프리허그를 진행했다. 그리고 오늘 호남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아휴, 너무 감사하다. 사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호남의 맹주 아니었나. 지난 총선도 우리가 완전히 참패했다. 그 이후 우리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호남에 대한 기대와 믿음은 계속 확고히 갖고 있었다. 우리가 그만큼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호남에서 가르침의 회초리를 계속 들어주셨는데, 이번 선거운동을 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 전남대, 충장로, 챔피언스필드, 구석구석 양로원을 다녀보니 그런 느낌이 오더라.

그럼에도 '호남에서 1등만 했으면 좋겠다' 정도의 기대감만 갖고 있었다. 그런데 출구조사 결과를 보니 너무도 압도적인 결과가 나왔다. 울컥하더라. 그때 프리허그를 하면서 가슴으로 확인했던,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셨던 그 마음, 그 민심이 그대로 남아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호남은 정말 현명한 판단과 전략적 선택을 한다는 점을 다시 깨달았다. 너무 감사하다."

- 불미스러운 일로, 이번 선거 과정에서 당직을 맡지 못했다. 그럼에도 유세 현장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2012년 대선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마음이다. 아직까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진실을 다 밝히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김용판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심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도 저지른 범죄만큼 벌을 받지 않았다. 국정원과 경철 내의 범죄 행위자들 모두 면죄부를 받았고, 그 대선이 잘못됐다는 것도 확정짓지 못했다. 그리고 망국적인 종북몰이와 색깔론, 지역감정으로 인한 갈라치기도 극복되지 못했다. 경상북도 포항 출신, 집안 대대로 보수, 반공소년으로 자랐던 제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 대선을 통해 이제 우리 대한민국이 상식, 합리, 정의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얻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던졌다. 사실 저 개인은 이른바 친노도, 친문도 아니다. 민주당 제일주의도 아니다. 다만 우리 시대의 분열과 갈등, 한 줌도 안 되는 소수 권력자들과 재벌들이 좌지우지하며 차별과 격차가 심해지는 이런 망국적 상황을 좀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 그 도구와 수단으로 문재인과 민주당이 있는 것이다. 특히 세월호 가족, 백남기 농민 가족, 성주군민, 밀양 할머니·할아버지와 같은 분들의 열망의 눈초리가 계속 마음에 걸린다. 솔직히 문재인을 위했다기보다, 그 분들의 눈초리가 두려워 최선을 다했다."

- 유세 현장에서 춤추는 동영상이 화제를 모았는데.
"선거가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공격하고, 비방하고, 싸우는 모습만 보이는 게 아니라 유권자 분들도 희망적인 마음을 갖고 참여하는 선거가 되길 바랐다. 그것에 보탬이 됐다면 제가 망가지고, 우스운 모습이 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조금이라도 재미와 흥미를 드렸다면 보람을 느낀다."

- 문재인 정부 5년, 어땠으면 하나.
"승리의 기쁨보다는 불안과 두려움이 더 크다. 국민들의 여망, 촛불시민들의 여망을 실현시키고, '내가 문재인 뽑길 잘했어. 민주당 밀어주길 잘했어'라고 느끼게 만들어드려야 하는데 불안하고 두렵다. 특히 워낙 여건이 안 좋잖나. 경제, 국방, 외교안보, 국론분열, 격차 등 모든 부분에서 좋지 못한 상황이다. 또 여소야대 상황이다 보니 국정 동력을 만들기에도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민 여러분의 믿음 속에, 완벽하진 못하더라도 대한민국이 나라다운 나라가 되도록 초석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 향후 프리허그 일정은 없나.
"5월 14일 이번에도 광주에서 프리허그를 진행한다. 그때 천주교 광주대교구에서 5.18묘역에서 진행하는 미사에 초청을 해주셨다. 정오 무렵부터 충장로우체국에서 프리허그를 한 뒤 5.18묘역으로 이동해 오후 3시 30분 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날 2012년의 추억도 떠올리면서, 호남 유권자 분들에게 감사드리는 마음을 꼭 전해드리고 싶다."


태그:#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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