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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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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66) 국무총리 후보자는 전남도지사로 재직하고 있던 지난 3월 총 15억2229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15억여 원에 이르는 재산에는 약 5억6000만 원의 토지와 6억7200만 원의 아파트, 약 2억7000만 원의 예금 등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약 5억6000만 원의 토지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 545-7번지에 위치한 땅(아래 '평창동 땅')이다. 이 후보자가 소유하고 있는 평창동 땅의 면적은 450㎡(약 136.4평)이고, 이것의 2017년도 신고가액은 5억2110만 원(공시지가 기준)이었다. 전년도(4억9860만 원)보다 2250만 원이 상승한 금액이다.

평창동은 고급빌라나 단독주택들이 많이 들어서 있는 '서울의 부촌지역'이다. 그런데 이 후보자가 <동아일보> 기자 시절 주택이 아닌 땅을 샀다는 점과 그 평창동 땅을 무려 28년째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동아> 도쿄 특파원 시절에 평창동 땅 구입

이낙연 총리 후보자가 28년째 보유하고 있는 평창동 545-7번지 땅.
 이낙연 총리 후보자가 28년째 보유하고 있는 평창동 545-7번지 땅.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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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확인한 평창동 땅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이낙연 후보자는 1990년 3월 2일 450㎡ 면적의 평창동 땅을 사들였다. 당시 이 후보자는 평창동 64-3번지에 위치한 금강하이츠빌라에 살고 있었다. 금강하이츠빌라는 평창동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빌라단지로 알려져 있다.

이 후보자의 평창동 땅에 가기 위해서는 서울예술고 직전에서 좌회전해 지금은 '평창12~17길'로 불리는 골목길을 한참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동안 현대 평창빌라, 신한빌라, 아름마을 빌라 등 고급빌라들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올라가다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평창동 수도원 청원소가 나타나기 직전 왼쪽 골목길로 들어서면 계단이 나타난다. 약간 긴 계단을 다 올라가면 왼쪽에 나대지가 펼쳐져 있는데 이곳이 이 후보자의 평창동 땅이다. 취재기자가 12일 이곳을 찾았을 때 수령이 꽤 오래된 아카시아나무들이 서 있고, 잡풀들만 우거져 있었다. 

이 후보자는 평창동 땅을 지난 1990년 3월에 사들여 올해까지 28년째 보유하고 있다. 평창동 땅은 꽤 경사진 곳에 위치해 있는 데다가 건축이 매우 제한적인 '1종 주거전용지역'이다. '1종 주거전용지역'은 단독주택 중심의 양호한 주거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토교통부장관이나 광역자치단체장이 지정하는 주거지역을 가리킨다. 

평창동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소 대표 A씨는 "545-7번지는 1종 전용주거지역이라 지상 2층, 지하 1층 단독주택만 지을 수 있다"라며 "빌라는 타산이 안 맞아 지을 수도 없다"라고 전했다. 그는 "경사도가 심하고 나무가 많아서 오랫동안 건축허가 안 났다가 몇 년 전부터 건축허가가 나기 시작했다"라며 "하지만 여전히 허가 절차나 조건이 까다로워 집짓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A씨는 이 후보자가 건물을 올리기 어려운 땅을 산 이유와 관련해 "아마도 그 땅이 싸게 나와서 산 것 같다"라고 추정하면서 "하지만 공시지가는 계속 올라가니까 내야 할 재산세도 계속 올라 골치 아플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평창동 땅을 샀을 때 이 후보자는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이었다. 도쿄 특파원으로 인사발령이 난 것은 1989년 12월이었지만 그가 도쿄 특파원에 실제 부임한 때는 1990년 2월이었다. 1990년 2월 16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1990년 2월 16일 도쿄로 떠나 전임 허태홍 특파원과 업무를 교대했다. 평창동 땅을 1990년 3월 2일에 사들인 점을 헤아리면 이 후보자가 국내에 없는 상황에서 토지 매입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후보자쪽의 한 관계자는 "도쿄 특파원으로 발령받았을 때 장기간 집을 비울 수 없어서 집을 팔아 평창동 땅을 샀다"라며 "나중에 집을 지으려고 땅을 샀는데 돌아와서 조합 주택을 구입하는 바람에 돈이 없었다, 그래서 평창동 땅에 집을 못짓고 땅을 놀릴 수밖에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실거래가 기준 13억 원 이상 호가 추정

<오마이뉴스>는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제출한 이 후보자의 재산신고 내역을 살펴봤다. 2000년 16대 국회의원(새천년민주당)에 당선된 그는 같은 해 7월 처음으로 공직자 재산을 신고했다. 당시 신고한 재산이 총 약 4억4074만 원이었고, 이 가운데 평창동 땅의 신고가액은 1억9710만 원(공시지가)이었다. 공시지가 기준 3.3㎡(1평)당 약 145만여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05년까지 평창동 땅의 가액을 신고하지 않다가 2006년부터 다시 신고했는데 2006년도 신고가액은 2000년과 동일한 1억9710만 원이었다. 평창동 땅의 가액은 2007년 2억7315만 원으로 크게 올랐다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신고가액에는 변동이 없었다.

그러다가 평창동 땅의 신고가액은 2011년부터 2억7990만 원으로 오르기 시작해 2012년(3억9690만 원)에는 전년도에 비해 1억 원 이상 올랐다. 이후 2013년 4억4505만 원, 2014년 4억5000만 원, 2015년 4억7610만 원, 2016년 4억9860만 원 등 4억 원대로 올랐다가 2017년(5억2110만 원)에는 5억 원대를 기록했다.

이는 공시지가 기준 3.3㎡(1평)당 382만여 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2000년 처음 신고했을 때보다 3.3㎡(1평)당 가격이 2.6배 오른 수치다.

하지만 실거래가는 공시지가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언급한 부동산중개소의 A씨는 "545-7번지 옆에 있던 땅을 평당 1000만 원에 내놓았다"라고 귀띔했다. 이를 기준으로 이 후보자의 평창동 땅 실거래가를 추정해보면 무려 13억 원 이상에 이른다.


태그:#이낙연, #평창동 땅,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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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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