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갈수록 다원화되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세계화와 함께 다양한 가치들이 충돌하기도 하고, 스마트 기술의 발달로 일상은 숨가빠졌죠. 이러한 변화들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개개인의 마음을 더 복잡하고 난해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은 이미 다른 나라들이 수십년 전에 끝낸 냉전을 아직도 이어가고 있고, 한 개인에게 상처될 말들을 너무나 쉽게 내뱉는 유행이 '돌직구'부터 '팩트폭행' 등으로 이름만 바꾸어가며 수 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다른 한 편에선 자존감 올리기 특강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활개를 칩니다.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요인의 상당 부분은 사회에 있는데, 다른 한켠에선 그런 구조적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아프니까 ○○'이라며 힐링을 상품화하죠.
우린 어디에 기대야 할까요. 어느 심리학 전문가는 자신의 분노를 잘 다스리라고 하고, 다른 한 켠에서는 '참으면 병난다'고 합니다. 어느 사회학 전문가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소수자 혐오를 지적하지만, 다른 전문가는 다수와 소수의 프레임 짜기가 정치적 허상이라며 개인의 책임을 주장하죠.
이에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만은 현대인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설명할 수 있는 나름의 답을 내놓습니다. <긍정심리학>은 책의 제목이자 샐리그만이 연구하는 심리학의 갈래이기도 한데요, 제목만 보고 '또 세상 긍정적으로 보라는 뻔한 소리겠군'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닙니다.
사람마다 타고난 행복의 범위가 선험적으로 정해져있다는 다소 절망적인 이야기로, 책을 시작하거든요. 다만 샐리그만은 그 정해진 범위 내에서의 최고를 끌어내거나, 내지는 그 범위 자체를 훈련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무엇보다, 프로이트로 시작된 그간의 심리학이 인간의 '아픈 마음을 고치는' 데에만 집중하고,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지'에 대한 연구에 소홀했다는 사실을 강하게 비판하죠.
샐리그만의 이론에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심리학의 연구 대부분이 '병 고치기'에 있다는 점까지 부인할 수 있는 심리학도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전 재산을 기부한 어느 유명인의 심리를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해석하는 등 인간의 '선의'나 '윤리', '행복의 추구'가 아닌 '아픔'에서 비롯된다는 기성 심리학의 당연한 전제를 반박합니다.
대신, 불쾌한 경험을 순간적인 것으로 여기고, 불편한 평가를 '그 사람의 평가'로 한정하는 한편 자신에게 다가온 좋은 일들을 최대한 깊이 음미하고 오래 기억하려는 노력을 추구할 것을 권합니다. 자기 기만 아니냐고요? 놀랍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사실의 근거는 책에 소개된 다양한 실험 사례들을 통해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샐리그만은 이 책을 통해 '정서역학'이라 하여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면 다른 형태의 안 좋은 형태로 되살아난다'는 심리학과 일반의 오랜 믿음을 효율적으로 반박해내는 데 성공합니다. 풍선처럼, 어느 한 부분을 누르면 다른 부분으로 감정은 튀어나오며 그것은 보통 폭력적이거나 부적응적인 모양새라는 주장은 사실 너무 당연한 것처럼 여겨져왔지만 실험과 관찰을 통해 증명된 바는 아니죠.
하지만 샐리그만은 실험과 관찰을 통하여 '정서역학' 이론에 상당한 한계가 있음을 역설합니다.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불쾌한 말을 들어도 오래 담아두지 않고 빠르게 웃음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마음에는 물론이요 심장 등 몸의 건강에도 더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이 독자 여러분의 마음을 100% 설명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마음을 구성하는 백 가지 요소 중 하나 정도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붓다는 유언으로, '다른 누구로도 말고 스스로를 등불로 삼으라'는 말을 남겼다죠. 이 책이 여러분의 마음에 든다면, '내 마음을 설명할 수 있는 책'이란 마음이 든다면 여러분의 횃불을 밝힐 땔감으로서 충분하리라 생각을 해 봅니다. 마틴 샐리그만, <긍정심리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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