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푸르러서 날아오르며
풀밭이 싱그러워 내려않으며
잠시도 쉬지 않는 지지귐으로
천상의 목소리를 뽐내는구나
이 무렵에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새로는 제비, 꾀꼬리, 파랑새, 뻐꾸기, 두견이, 소쩍새, 쏙독새, 물총새, 휘파람새, 찌르레기 등의 여름 철새와 참새, 박새, 직박구리, 까치, 때까치, 어치, 딲따구리 등의 텃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종달새도 매우 친숙한 새였다고 할 수 있다. 참새목의 새로 참새와 비슷하게 생긴 종달새는 이 무렵에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농약 등의 피해로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들어 쉽게 볼 수 없게 되었다. 자연과 환경의 보호가 중요한 이유의 하나다. 노고지리 또는 종다리라고도 불리는 종달새는 북위 30도 이북의 유라시아에 널리 분포하는 새로서 한반도 전역의 경작지 등에서 번식하는 흔한 텃새의 하나였다.
대개의 새들이 그렇듯이, 종달새도 번식기인 봄과 여름에는 암수가 함께 생활한다. 이때는 흔히 개활지, 소택지, 밭 등지에 서식하며 강가의 풀밭, 보리밭, 밀밭 등의 지상에 마른 풀이나 가는 뿌리로 컵 모양의 둥지를 튼다. 번식기의 수컷은 텃세권에서 수직으로 날아오른 뒤 날개를 심하게 퍼덕여서 한곳에 정지해 지저귀다가 다시 내려앉는 행동을 한다. 종달새의 이런 습성은 윤석중의 동시 <종달새의 하루>에 잘 나타나 있다.
"하늘에서 굽어보면 보리밭이 좋아 보여 / 종달새가 쏜살같이 내려옵니다 / 비비배배 거리며 오르락내리락 / 오르락내리락 하다 하루해가 집니다 / 밭에서 처다 보면 저 하늘이 좋아 보여 / 다시 또 쏜살같이 솟구칩니다."종달새의 영어명은 skylark인데 이는 본래 "하늘에서 논다"는 뜻이라고 한다. 수직으로 날아올라 날개를 퍼덕이며 한 곳에 떠 있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리라. 종달새는 또 둥지에 돌아올 때는 옆으로 흔들흔들 난다. 종달새는 3~4월부터 지저귀기 시작하는데, 암컷을 부르기 위해서보다는 텃세권을 차지하기 위해서 지저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종달새는 땅 위에서 양쪽 다리를 교대로 움직여 걸어 다니면서 먹이를 찾는다. 종달새는 머리에 작고 둥근 깃털이 있는데 흥분하면 그 깃털을 세우는 특성이 있다. 종달새는 비교적 흔한데다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오랫동안 지저귀는 습성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 많은 예술작품에 등장한다.
우리의 시 가운데 제목에 "종달새"라는 말이 들어간 시만도 상당수다. 시 내용에 "종달새"나 "종다리"나 "노고지리"란 단어가 들어간 시들은 부지기수다. 종달새의 여러 특성 가운데 특히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특성이 많이 묘사된다.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함형수, <해바라기의 비명(碑銘)--청년화가 L을 위하여> 중에서]"만지면 푸른 유리창 잡혀질 / 봄날의 대기에서 / 살랑이는 빛의 프리즘을 뚫고 / 솟구치는 종달새는 / 끝내 하나의 이슬이다."[최동호, <종달새> 중에서] 인조 때의 문신 이명한은 한 시조에는 "샛별 지자 종다리 떴다 호미 메고 사립 나니"라고 읊었다. 종달새는 또 이른 아침부터 계속 지저귀는데 이 또한 종달새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다. 김동환의 시 <산 넘어 남촌>에는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라는, 그리고 숙종 때의 남구만의 시조에는 "동창(東窓)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라는 구절이 있다.
서양의 시인들도 종달새를 많이 노래했다. 영국 시인 셸리는 <종달새에게>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연기처럼 / 아직 더 높이 그리고 더 높이 / 너는 지상으로부터 튀어 오른다 / 너는 푸른 심연을 난다 / 노래 부르며 솟아오르고, 솟아오르며 노래 부른다." 독일의 시인 칸디두스의 "천상의 아득한 목소리 / 종달새의 하늘의 인사 / 얼마나 달콤하게 내 마음 움직이나 / 그대의 사랑스런 목소리!"라는 내용의 <종달새의 노래>라는 시는 브람스에 의해서 잔잔한 가곡으로 만들어졌다.
가곡으로 셰익스피어의 시에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들어라, 들어라! 종달새를>, 독일의 시인 울란트 시에 멘델스존이 곡을 붙인 <종달새의 노래>, 러시아 시인 쿠콜린트의 시에 글린카가 곡을 붙인 <종달새>, 톨스토이의 시에 림스키-코르사코프가 곡을 붙인 <종달새는 더 크게 노래하네> 등이 있다. 기악곡으로는 하이든의 <종달새>라는 현악 4중주곡이 유명한데 그 1악장의 주제 선율이 마치 종달새가 지저귀는 소리 같이 들리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월별로 계절들을 묘사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독주곡 12곡 가운데 3월의 곡은 <종달새의 노래>라는 부제가 달렸는데 들에서 종달새가 지저귀는 것을 묘사한 곡이다. 영국 시인 메리디쓰의 장시 <종달새의 비상>에 영감을 받아 영국의 작곡가 윌리엄스가 작곡한 동명의 바이올린 협주곡도 유명하다. 이 곡은 2006년 '세계 스케이트 연맹 시니어 그랑프리 자유 스케이팅' 부문에서 김연아 선수가 배경음악으로 사용하여 더 유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