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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소통과 공간의 한마당'으로 마련한 출판기념식에서 제자들이 축하 공연을 해주었다.
12일 '소통과 공간의 한마당'으로 마련한 출판기념식에서 제자들이 축하 공연을 해주었다. ⓒ 오병종

교사가 우리 교육을 '미쳤다'고 일갈한다. 여수 여양고등학교에서 교사로 23년 간 재직해온 김광호씨는 최근 <바보야! 대한민국 교육은 미쳤어>를 펴냈다. 교사로서 교육 현장에서 느낀 소회와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김 교사만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지난 12일 오후 전남 여수시 만성리 해변의 한 카페에서 저자와 독자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도발(?)적인 책 제목에 대한 설명을 김 교사는 이렇게 덧 붙였다.

"현 교육의 잘못된 모습들이 안타까워서 교육 현장의 에세이를 펴낸겁니다. 대한민국 학생들이 성적비관으로 매일 1~2명이 자살합니다. 수년 간 별로 나아지지 않고 국·영·수 위주의 암기식 교육은 여전합니다. 대학 입시만을 위해 획일화된 현재의 교육은 문제가 심각한 것이죠. 그걸 과장되게 표현했다고 할까요? 창의력 교육이 우선시되어야 하고, 인문학 교육이 반드시 교과 전면에 등장해야 합니다."

'소통과 공간의 한마당'으로 마련한 출판기념식엔 주변 교사와 지인들의 축하인사말이 이어졌다. 제자들은 작은 공연을 준비했다.

저자는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교육 현장에서 '인문학'교육을 어떤 식으로 프로그램화 했는지 강의 형태로 전달했다. 여전히 그는 인문학을 강조한다. 우리의 대화가 척박하고 주제가 빈곤한 까닭도 '인문학 부재'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연평균 330잔의 커피,120병의 맥주와 90병의 소주를 마신다. 매일 3시간 이상의 스마트폰을 보고, 같은 시간의 TV를 시청한다. 그런데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안 읽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그러다보면 우리가 가정에서 사회에서 직장에서 인간의 본질과 사회 현상에 대한 대화 주제를 삼는 일이 적어진다. 혹 얘길 꺼내도 핀잔 주기 일쑤다. '거 머라아픈 소리 그만하고, 술이나 한잔 합시다' 당신은 이런 국민에게 희망이 있다고 보는가?"

다음은 지난 12일 저녁에 열린 출판기념식장에서 저자와 나눈 인터뷰다.

 인터뷰를 나눈 김광호 교사는 여수여양고에서 국어과목을 23년간 가르쳐 오고 있다.
인터뷰를 나눈 김광호 교사는 여수여양고에서 국어과목을 23년간 가르쳐 오고 있다. ⓒ 오병종

- 어떤 내용이 담긴 책인가?
"대부분의 글은 교육에 대한 상념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 희망과 행복이 넘치는 사회 등에 관한 내용이다. 나름 현상과 진단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며 건강한 사회를 꿈꾸는 내용들이다. 이 책이 밝은 세상을 여는 한 편의 초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오롯이 펼칠 수 있는 고민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기성세대가 자신과 사회를 되돌아보는 반성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 고민의 출발, 기성세대의 반성. 절실한 얘기라고 본다. 어떤 걸 고민하고 반성해야 하는가?
"무겁지만 잠시 현실을 되돌아보자.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올바른 인간을 제대로 양성했는가? 좋은 학교, 좋은 집, 좋은 차를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지는 않았을까? 다시 말해 학교는 출세(出世)를 향하는 관문 역할에만 머물렀다는 얘기다.

이젠 우리나라도 교육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바꾸어야 한다. 즉 폭넓은 인문학 영역을 다뤄야 한다. 이를테면 고전, 철학, 심리, 독서, 문화, 예술 등 을 초등과 중등 교육 현장에서 인문학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교육 프로그램화해서 아이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다양한 인문학과의 만남을 통해 자아와 삶에 대해 진중하게 고뇌하게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올바른 가치관과 인생관, 세계관을 정립하게 도와줘야 한다고 본다. 즉 역사, 철학, 심리, 고전, 문학을 바탕에 깔고 국어, 영어, 수학 지식을 더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나라의 교육은 길게 봐야 한다. 이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소위 명문대(?)에 몇 명의 학생을 보냈느냐의 입시 결과를 놓고 교육을 잘했느니 못했느니 말하는 엉터리 교육은 지양했으면 좋겠다. 그런 우리 교육 현실을 반영해서 책 제목으로 '우리 교육 미쳤어'라고 표현 한거다.

특히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의 지수가 높은 학생이 많이 재학한다고 그 학교를 명문 고등학교라고 칭하는 그런 세태는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대한민국 국민은 교육을 편협하게 정의하지 말고, 말 그대로 '체성(體性)·덕성(德性)·지성(知性)'을 기르는 통 큰 교육으로 전면적인 개선을 했으면 좋겠다."

- 저자는 인문학을 강조했다. 흔히 인문학적 고민을 하는 것은 배부른 사람이나 허황된 이상주의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현실을 한번 돌아보자. 타인과 조화나 배려보다는 나만의 성공을 향하여 달려가는 배금주의자가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일상에서 역사와 철학 그리고 문학과 대화를 하지 않기 때문에 온몸에 생채기를 갖고 있다.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 우린 인문학과 친근하게 지내야한다. 머리를 넘어 감성으로, 감성을 넘어 영혼으로 향했을 때 마하트마 간디나 테레사 수녀처럼 훌륭한 품성과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진정성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런데 왜 우리는 인문학을 가까이 하면서 살지 못하는가?
"나는 우리 사회가 희망과 행복을 노래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물질적인 여건이 다 갖추어져 있다. 그렇지만 정신적인 여유가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까. 돈이다.  바로 '부자되세요', '황금빛 숫자 넘버 원'만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삶이 인생의 전부인양 주장하는 필부필부(匹夫匹婦)가 많기 때문 아니겠나?

그들의 주장에 일부 동의는 하지만, 그런 지배적인 사회 의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힘들다. 우린 이런 '배금주의'세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숨 쉬는 삶의 터전은 돈도 중요하지만 너와 나의 인정이 넘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돈이 다가 아니다. 그들이 숨 쉬는 삶의 터전은 너랑 나랑 함께 뒹굴고 노래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천박한 자본이 뽐내며, 가난한 시인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문제 아니겠나?"

 저자는 여전히 교사다. 12일 소통과 공감의 한마당 출판 기념식에서도 학교에서의 인문학 프로그램 진행 내용들은 유익한 강좌였다.
저자는 여전히 교사다. 12일 소통과 공감의 한마당 출판 기념식에서도 학교에서의 인문학 프로그램 진행 내용들은 유익한 강좌였다. ⓒ 오병종

- 그래서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인정 넘치는 세상과 '나눔'을 강조하는데, 너무 판에 박힌 소리라서 그저 그렇게 들리고 만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학생들이 내실 있는 삶의 과정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살아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필자가 말했던 국, 영, 수를 넘어 봉사활동, 문화체험, 창작활동, 체육활동 등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현실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의 개념을 광범위하게 재해석해야 한다. 공부는 단순한 '지식 익힘'이 아니라 '살아서 호흡하는 전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나를 넘어 더불어 함께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 교육 현장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 곳곳에서 아우성치는 좌절의 목소리가 들린다. 민초들은 사회 곳곳에서 토해내는 절망의 소리가 들린다. 이런 소리를 행복의 소리, 희망의 소리로 바꿀 수는 없을까?
"그냥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제도에 아무 생각도 없이 그대로 익혀가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인지 아이들과 함께 지금부터라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삶의 가치가 개인의 차원을 뛰어넘는 대의일 경우에 가장 본질적이고 존재론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그럴 때 너와 나의 가슴은 큰 울림을 갖게 되지 않겠나. 그 큰 울림은 '나눔'이라는 아름다운 마음의 싹을 틔울 것이고 자연스럽게 더불어 사는 삶이 일상화될 것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는 희망과 행복을 노래하기에 충분하다. 그 노래를 부르지 않을 뿐이다."

- 교사로서 꾸준히 제자들을 만나게 될텐데,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
"매사에 왜(WHY)라는 질문을 던지며 돈보다는 사람을 향하면서 나만의 길을 용기 있게 걸어가라고 말하고 싶다. 그럴 때 진정 자신이 왜 소중한 존재인지에 대한 답을 어렴풋이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잠시 나혼자 여백의 공간에 하얀 글씨를 새긴다는 마음으로 스스로 다짐을 하곤 한다. '사익(私益)만 추구하는 한사람의 뛰어난 제자를 가르치기보다는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수많은 제자들을 키워내는데 열정을 쏟겠다고.'

그래서 나의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익혀 준 많은 제자들과도 이 책의 내용들을 공유하고 싶다. 끝으로 제자들에게 한마디 말해주고 싶다.

'제자들아, 기억하거라. 삶이란 너가 경험한 만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道行之而成也(도행지이성야) 삶의 길은 반드시 내가 직접 걸어가야만 완성이 된다' 장자가 한 말인데 이 말을 잘 새겼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게재합니다.



#김광호 교사#여수여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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